|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화이트헤드) 날 짜 (Date): 1998년 9월 27일 일요일 오전 01시 05분 57초 제 목(Title): 한21/ 국궁무예대축제 활터를 찾는 화랑의 후예 마음으로 화살 날리는 전통의 무예…남녀노소 구별없는 심신수련으로 각광 (사진/활쏘기로 건가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량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활 시위를 당기고 있다.) 지난 9월17일 오후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 2천명을 헤아리는 흰옷 입은 사람들이 ‘국궁무예대축제’에 모여들었다(大會). 1만평의 드넓은 연병장 한쪽에는 몇개의 차일이 쳐 있고, 다른쪽에는 9개의 과녁이 셋씩 무리지어 나란히 놓여 있다. 이날 전국 300여 사정(射亭·활터)에서 모여든 한량(閑良·활쏘는 이)들은 서로 기량을 자랑하며 힘차게 시위를 당겼다. 전날처럼 개인전이 이어졌다. 7명이 한조가 돼 동시에 사대(射臺·설자리)에 들어선다. 한조가 된 사람들은 반드시 함께 사대에 서고 모두 한순을 쏘면 함께 사대를 떠난다. 이른바 동진동퇴(同進同退)의 원칙에 따른 것이다. 마치 옛날 전투에서 1진이 일제히 쏘고 물러나면 2진이 다시 일제히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을 방불케 하는 모습이다. ‘국궁대축제’에 참가한 2천여 한량 (사진/활을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한량이 한번 사대에 서면 5발, 곧 1순을 쏜다. 개인전의 경우 보통 3순을 쏘고, 5명이 한팀이 되는 단체전은 한사람이 한순씩 모두 5순을 쏜다. 먼저 오른손으로 시위를 당기는 이(우궁)들이 왼쪽부터 차례로 쏘고 나면 왼손으로 시위를 당기는 이(좌궁)들은 그 다음으로 쏜다. 이유는 함께 활을 쏘는 이들에게 혹시라도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서울 수락정에서 나온 한 한량이 쏠 차례다. 그는 먼저 여덟 팔(八)자도 고무래 정(丁)자도 아닌 모양으로 발을 딛고 선다. 몸을 곧고 바르게 세우고 불거름(아랫배 방광 부근)과 엉덩이에 힘을 주고 기를 단전에 모은다. 눈은 저 멀리 145m 앞의 과녁을 바라본다. 옛말에는 “가슴을 비우고 배를 채우라”고 표현했다. 단전으로 숨을 고른 그는 궁대(살을 차는 띠)에서 살을 하나 빼든다. 왼손으로는 활의 줌통(손으로 쥐는 활의 가운데 부분)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살의 오늬(시위에 거는 부분)를 시위의 절피(오늬를 걸도록 실을 감은 시위의 가운데 부분)에 끼운다. 깍지(시위를 당길 때 엄지에 끼는 도구)를 낀 엄지손가락을 시위에 걸고 나머지 네손가락으로 엄지손가락을 지그시 움켜쥔다. 살을 시위에 먹인 뒤에는 줌통과 시위를 쥔 손을 이마 위까지 들어올린다. 이 동작을 옛 사람들은 “아낙이 물이 가득 찬 물동이를 들듯” 해야 한다고 했다. 동작이 사뿐해야 하고 두손의 높이가 같아야 함을 이른 말이다. 이제 그는 들어올린 활을 앞뒤로 밀고당긴다. 옛말에는 “줌손은 태산을 밀듯 시위를 쥔 손은 호랑이 꼬리를 잡듯”하라고 했다. 힘차면서도 조심스럽게 하라는 뜻이다. 활을 완전히 밀고 당겨 쏘기 직전의 절정에 이른 것을 만작(滿酌)이라 한다. 술을 가득 따른 것처럼 활을 완전히 밀고 당겼다는 뜻이다. 만작에 이른 그는 과녁을 겨냥하고 줌손 높이로 세로를, 화살의 방향으로 좌우를 맞춘다. 특히 거리를 가늠하는 것을 한(限)을 잡는다고 한다. 이때 그는 “가슴을 빠갠다”. 깍지손의 팔꿈치를 약간 뒤쪽으로 해 앞가슴이 펼쳐지는 것처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살이 마지막 순간에 시위에서 멈칫하지 않고 제대로 나가기 때문이다. 깍지손에서 시위가 벗어나면 살이 과녁을 향해 떠난다. 활쏘기에서는 이때 화살이 놓인(放箭) 것이 아니라 떠난(移箭) 것이라고 말한다. 만약 이때 깍지손을 놓는다거나 벗긴다는 의식을 하면 살은 과녁에서 벗어난다. 발사가 끝나고 나면 줌팔과 어깨는 과녁을 향하듯 뻗고 깍지손은 귀 뒤쪽 어깨 위로 살짝 뿌리듯 뺀다. 이때 줌손과 깍지손은 학이 날개를 펴듯 좌우로 펼쳐지는데, 특히 깍지손은 호랑이 꼬리처럼 끝이 하늘을 향한다. 그 다음은 학이 날개를 접듯 두손이 천천이 허리쪽으로 내려온다. 살을 떠나보낸 뒤 몸을 추스르는 것을 잔신(殘身)이라 한다. 살은 시위를 떠난 지 2∼3초 가량 지난 뒤 과녁을 땅하고 맞춘다. 고전(告箭·살이 과녁에 맞았는지를 알리는 이)이 깃발로 큰 동그라미를 그린다. 관중(貫中·살이 과녁을 맞음)이다. 아마추어로 활성화… 적은 비용으로 즐겨 활쏘는 이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현재 대한궁도협회에 등록된 선수는 1만8천여명으로 대한체육회 가입 종목 중 선수 수가 많기로 손에 꼽힌다. 이중 2천명 가량이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늘어난 선수의 숫자다. IMF의 구제금융 뒤에도 선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궁 선수의 특징은 전원이 일반인이라는 것이다. 다른 종목과 달리 국제대회와 프로가 없어 엘리트 체육으로 발전하지 않고 아마추어가 활성화했다. 한 해 10여차례의 전국대회가 열리면 대회마다 적게는 1천명, 많게는 2천명의 선수들이 참여할 정도다. 국궁인들은 활쏘기가 IMF시대에 각광받는 이유로 비용이 적게 들고 나이 제한이 없다는 점을 든다. 먼저 개량활·살, 회원 등록, 옷, 신, 깍지, 궁대 등 장비를 구입하는 대략 40만∼50만원이 든다. 활터에 등록한 뒤에는 한달에 2만∼3만원인 회비만 내면 된다. 활터에 가면 사범에게 강습비 없이 배울 수 있다. 요새는 활터마다 1∼3달짜리 ‘궁도교실’이 생겨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활쏘기를 가르친다. 활쏘기에는 나이 제한이 전혀 없다. 활을 쏘는 것이 근력이나 순발력보다는 조화와 균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근력에 따라 활의 크기, 무게, 강도를 선택할 수 있으므로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실제로 초등학생이나 70대 이상의 노인들도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그러나 회원의 대다수는 40대 이상이다. 이유는 일에서 떠나 시간과 정신의 여유를 가져야 활을 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궁인들은 IMF 뒤 중년 실업자들이 활터를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귀띔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활터를 찾으면 말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이 많거나 바쁜 이들은 활을 제대로 배울 수 없고, 거꾸로 활에 빠지는 경우 일을 작파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활을 쏘면 무엇이 좋은가? 국궁인들은 무엇보다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활은 “마음으로 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을 비우고 닦지 않으면 아무런 조준기도 없는 활로 과녁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활을 쏠 때의 네가지 원칙 가운데 마지막은 “쏴서 과녁에 맞지 않으면 자기를 반성한다”는 것이다. 활쏘기를 기술로 생각하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이 이치를 깨닫는다고 한다. 마음의 건강 지키며 예의 배운다 또 활은 다른 우리의 무예와 마찬가지로 “예로 시작하고 예로 끝난다”. 사정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실력이 아니라 몸가짐과 마음가짐이다. 활터에 가면 사대에 서기 전에 ‘정간배례’(正間拜禮)라 해서 활터의 정자 중앙에 모신 터주대감(정간)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춰야 한다. 첫살을 쏘기 전에 미리 와 있는 사람들에게 “활 배웁니다” 또는 “활 냅니다”라는 인사로 ‘초시례’(初矢禮)를 갖춰야 한다. 또 사대에 서 활을 쏠 때도 고수-연장자 순으로 차례를 지켜야 한다. 마지막으로 활쏘기는 몸을 건강하게 한다. 활쏘기는 매우 정적인 스포츠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온몸 운동이다. 한발의 살을 쏘는 5∼10초 동안 온몸과 마음의 기를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활쏘기는 단전호흡을 바탕으로 하며 자세를 바르게 해 위와 대장을 건강하게 하며, 집중력과 지구력, 근력을 키워준다. 대개 활터는 공기가 맑은 도시 주변의 산기슭에 있어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김규원 기자 gim@mail.hani.co.kr 도움말 주신 분: 김집 황학정 부사두 손철현 수락정 부사두 연익모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