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Atreyu (직) 날 짜 (Date): 1998년 9월 18일 금요일 오전 12시 18분 37초 제 목(Title): Re: 일본의 대장경요구 기록 글쎄요.. 저는 이런 이야기를 보니 오히려 전율이 옵니다만. (일본놈들의 지독함이란.. 하는 상투적인 얘기가 아니라, 과연 대단한 일본이군 하는 생각이..) 우리 나라에서는 별로 신경도 안쓰고 그야말로 '운이 지독히 좋아서' 살아남은 문화재를, 심지어 국왕이 '귀찮으니 줘 버리는게 어떠한가' 하는 말을 하고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산 하나 건너에 골프장을 짓는다 만다 난리를 치는 그런 문화재를, 이웃나라 일본에서 무려 500년 전에 그 가치를 깨닫고 '어차피 안 볼 것 우리에게 달라' 하고 수십번이나 청을 하였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인지. 얼마전에 떠들썩했던 심수관 가의 귀향전을 보았을 때도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기서 제가 본 것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위대한 한국인의 혼'이 아니라, 그 위대한 혼을 녹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위대한 일본의 혼'이었습니다. 남의 나라에서 포로로 잡아온 도자기 기술자들을, 그것도 그들이 '나는 일본 사람이 아니고 조선 사람이다' 하고 10대 동안 우기는데도, 그토록 지극히 우대하고 편의를 보아주어 수백년 동안 세계 최고의 도자기를 만들 수 있게 해준 나라, 그것이 일본의 저력입니다. 여기에서 도대체 어디에 조선과 비슷한 구석이 들어 있단 말입니까? 조선에 10대 동안 자랑스럽게 도자기를 구워 온 집안이 있습니까? 조선에 그런 도자기가 있습니까? 임란 중에 조선으로 귀화한 일본 장수는 조선인이 되어 살아남았지만 일본에 잡혀간 조선인은 조선인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이 차이는 엄청난 것입니다. 개화기 때 서양 열강들의 군함이 전세계를 돌아다녔는데도, 그 중에 그를 본따 같은 군함을 만든 나라는 일본밖에 없었다죠. 일본의 저력을 바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