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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tory ] in KIDS
글 쓴 이(By): hyondo (박현도)
날 짜 (Date): 1997년06월18일(수) 11시55분28초 KDT
제 목(Title): 이스라엘이 민주국가인가?


        키즈 사용자 여러분들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좀더 본질적으로  보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글을 하나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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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에 내가  공부하고있는 매길대 이슬람 연구소에 강연차 왔던  
영국태생의  중동사학자이자 현재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인 Bernard Lewis는 특
유의  편향된 시각으로  이스라엘을 중동의 민주국가로 꼽아 중동을 공부하는  
나와  친구들의 분노를 산 바 있었다. 그의  논리의 근거는 이스라엘이 민주적 
선거를 통해 정부를 구성한다는데 있었다.  물론 그의 감정적인 근거는 그가 유
태인이라는데  있다. 선거가 있기에  이스라엘은 민주국가라는 논리는 비단  그
의 견해만은 아니다. 거의 대다수의 서구  언론과 이들로 부터 강력한 영향을 받
은 한국언론이 이러한 맥락에서 중동을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독립을 외치는 팔
레스타인인들은 이러한 민주국가  이스라엘을 괴롭히는 테러집단으로 종종  매도
된다. 이러한 논리는 멀리갈 것도 없이 이곳 키즈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
다. 그렇다면 과연 이스라엘은 민주국가인가?

        이스라엘에 선거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선거가 있기 때문에,  선거
가 있다는 것이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최소한의 여건이라면, 분명 이스라엘은  
민주국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아주  특수한 상태의  집단이다. 이스라엘인들은  
기존의 팔레스타인들을 강제로 몰아내고 자신들의 나라를  세웠다. 그리고 현재 
이시간에도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억압하고 있다. 우리가 현충일
로 기억하는 지난 6월  6일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강점한지 30년째  되는 
날이었다. 현재 이스라엘 인구는  자신들이 억압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에 비
하면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스라엘 선거는 당연히 피지배자인 팔레스타인인
들에겐 참정권이  없다. 예루살렘에 살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예로 들어보
자. 팔레스타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팔레스타인  아기들은 이스라엘 시민권을 신
청하지 않는한 선거권이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들이  자신들이 사는  곳을 6개월 이상 떠나  있으
면 자신의 집에 들어올 수가 없다. 즉, 이스라엘  시민권이 없는 팔레스타인인이 
미국에 있는  친척을 만나러  가서  6개월간 예루살렘 집을 비웠다가  돌아오면 
예루살렘 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되어  국제 미아가 되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거
주권을 박탈당한 팔레스타인인들은 95년이래 1000명이 넘는다.  의도적인 ethnic 
cleansing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학대는 이에 그
치지 않는다. 유태인들 정착촌  확대를 위해 조상대대로 살아온 팔레스타인인들
의 땅을 몰수하여 길을 내고 집을  지어  이스라엘인들에게 제공한다. 땅을  빼
앗긴 사람들이 데모라도 할라치면 어김없이  군인들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고 
실탄도 발사해 시위대의 목숨까지 앗아간다. 이러한 사건이 서구에 보도되면 어
김없이 헤드라인은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 운운하는 논조고 아주 공정한  편에 
속하는 기사는 양비론으로 나온다.  즉, 둘다 잘 못했다는 것이다.  말도 안되는 
논리다. 땅을 빼앗겨  데모하는 사람들이 뭘 잘 못했다는  것인가? 

        물론 이스라엘 정부가 무조건적으로 땅을 압수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
은 아주 교묘한 방식으로  압박을 가해 팔레스타인 지주가 땅을  팔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러한 땅은 또 소수에 불과하다.  문제는 67년 중동전때  뺏은 땅
을 유태인 정착촌을  건설하는데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유엔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강점이  옳지  못하다는 결의를 낸 바  있지만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에게  유엔 결의안은 그야말로 휴지에 불과하다. 

        어디 이뿐이랴. 반이스라엘 운동에  가담한 사람의 집은 아예 불도저로 
밀어 흔적조차  없애버린다. 이는 일제시대 일본의 독립군 일가에  대한 학대와 
별반 다를 바 없다.  아니 더 심한지도 모른다. 정의니 인권이니하며 엄청  떠들
어대는 소위 현대  민주주의 세계에서 대낮에 버젓이  일어나는 일이니 말이다. 
생각해 보자. 당신이  팔레스타인 독립운동가라고 상상해보자. 당신이  독립운
동때문에 집을 비우고 중동지역을  떠돌고 있을때  당신의 부모처자가 사는  집
을 이스라엘 정부가 군인들을 앞세워   불도저로 밀어버린다. 졸지에 당신의 부
모들은 살 곳이 없어져버렸다....  이렇게 사라진 집이 지난 4년간 279가구에  이
른다. 한가구당  3명만 잡아도 줄곳 700여명이  집없이 떠도는 난민으로 몰락한  
것이다. 현재 셰계 최대 난민이 바로 팔레스타인인들이다.

        고문문제에 이르면 다시금 우리는 경악을  금할 수밖에 없다. 소위  민
주국가라는 이스라엘에선 고문이 합법이다. 고문의 대상은 여지없이 팔레스타인
인들이다. 세계인권단체에서 항의해도  무시한다. 국가존속을 위해  고문이 필요
하다는 논리로  말이다.  고문뿐 아니라 살인도 자행한다. 지난 4년간  이스라엘
군이 죽인  사람이 357명. 이중 18명은  12살이하의  어린아이들이다. 52명 역시  
13살에서 16살먹은 어린 아이들이다.  세계 어느 민주국가가 고문을 합법화하고 
미성년자를 국가 자위권을  내세워 죽이는가. 어디 이뿐이랴.  팔레스타인유일의 
대학인 Birzeit는 이스라엘의   잦은 통행금지령으로 휴교가  된다. 대학이 있는 
곳 밖에서 사는 학생들은 학교에 나갈 수 없는 날이 더 많은 것이다.  테러발생
을 이유로 도시간 통행을 이스라엘  정부가  금지시키기 때문이다. 지난 2년이상
이 학교는 강제 휴교를 당했다. 

    이스라엘의 인권탄압이 이렇게 도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중동국가들이  이스라엘 정도만의 민주주의를 하라고  한다. 단언컨대 
이스라엘식 민주주의를 하면 중동인구는 머지 않아 살인과 고문으로 
씨가 마를 것이다.

        조금만 우리가 신경을  기울이면  지나간 광주사태에서나 볼만한  피가 
끊는 사진들을  이스라엘군에게  학대받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표정에서 발견할 
수 있다.  개머리판으로 얻어맞는 어린 소년,  무릎끓고 손을 들고  있는 공포에  
질린 청년들. 그들 옆에서 소리를 지르고  압박하는 중무장한  이스라엘 군인들. 
팔레스타인인들과 아무런 관계없는 나이지만 그런  사진을 보면  왠지 가슴에서 
무언가 불끈 솟아오른다.  그건 불의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 분노다.  팔레스타인
인들의 얼굴에 주름이 하나  더 늘어갈  때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상목표로 
하는 현대세계는 깊은  자성을 해야만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불의속에서 자랄 
수 없다.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지 않는다고 하며 언젠가 한국민주주의가 서구
로부터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젠  그러한 비난이  좀 더 강하게 이스라엘
에 향해야 한다. 

평화로이  잘 살고 있는  어느 집에  어느날 강도가 들어 집을 뺏고 주인을 쫓아
낸다.  이스라엘은 그러한 강도이지 선량한 주인이 아니다.  민주주의 국가는 
그러한 강도가 세울 수 없는 법이다. 우리는 부조화를 비유해 종종 돼지목에 
진주목걸이라는 표현을 한다. 이스라엘과 민주주의는 바로 이런 속담으로 가장 
적확히 비교될 수  있을 것이다. 돼지가 이스라엘이라면 진주는 바로 민주주의
라는 말이다.

97년 6월 17일 몽혜알에서
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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