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uest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guest) **alalalalalal Guest Auth Key: 7c0980349b2f4425d32ebaa2cf364dbc 날 짜 (Date): 2009년 07월 23일 (목) 오전 11시 32분 54초 제 목(Title): 특허청 공무원 팔자좋다 김문경 특허청 약무 사무관 전국 다니며 교향곡 해설 칼럼니스트로 책 5권 써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지를 받아 든 수험생들은 깜짝 놀랐다. 1교시 언어 영역의 듣기 평가 2번에 프랑스 작곡가 드뷔시의 음악 세계를 묻는 질문이 난데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출제 지문의 필자는 김문경(37) 특허청 약무 사무관이었다. 2006년 그가 쓴 《클래식으로 읽는 인생》(밀물)에서 드뷔시 편을 발췌 수록한 것이었다.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하고 특허청에서 매달 평균 30건의 출원을 심사하고 있는 김씨는 "본디 약(藥)과 악(樂)은 부수 하나 차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말이면 서울·대구·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베토벤과 말러의 교향곡을 해설하고, 말러의 교향곡과 슈베르트의 가곡에 대한 책을 5권이나 집필한 음악해설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음악 애호가인 부모님 덕분에 김씨의 어릴 적 집안에는 언제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피아노)과 예후디 메뉴인(바이올린)의 음반이 곁에 있었다. 그는 "초등학생 때부터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가 가장 위대해 보였고, '비창'(8번) '월광'(14번) '열정'(23번)은 내게 '삼위일체'였다"고 했다. 피아노를 잘 치는 또래 여학생들이 부러워서 "베토벤 소나타를 엉망으로 흉내 내어 쳐본 뒤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고도 했다. 중고생 때부터는 교향곡에 빠졌다. 베토벤·브람스·말러·브루크너·쇼스타코비치 같은 유명 교향곡 작곡가는 물론, 미야콥스키와 벤저민 프랭클, 칼 프리드리히 아벨 등 널리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까지 교향곡 음반만 4000여장, 악보는 500여 권 가까이 모았다. 그는 "한때 세상의 모든 교향곡을 다 듣겠다고 덤빈 적이 있지만, 거꾸로 우리 곁의 명곡이 얼마나 위대한지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소득이 없진 않았다"며 웃었다. ▲ 특허청 사무관이자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인 김문경씨는“음악 해설은 관광 가이드와 같다. 매일 같은 곳만 다녀서도 안 되고, 색다른 감동과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먼저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대전=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지난 1999년부터 부천 필하모닉(지휘 임헌정)이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에 들어가면서 국내에도 '세기말의 말러 붐'이 일었고, 김씨 역시 《구스타프 말러》를 3부작으로 써내면서 그 대열에 뛰어들었다. 대전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도 악보와 음반·전기는 물론이고 작곡가의 초상까지 곳곳에 말러의 체취가 묻어있다. 김씨는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말러의 교향곡 10번을 언젠가 나만의 판본으로 완성해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김씨가 최근 슈베르트의 가곡 세계를 조명한 《천상의 방랑자》를 펴내자,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드디어 말러에서 변심 내지 변절한 것인가"라는 소문이 돌았다. 그는 "이 아름다운 작곡가를 그동안 너무 소홀히 했다는 참회이자 반성문"이라며 웃었다. 특허청 공무원과 음악 칼럼니스트의 미묘한 '이중 생활'을 넘나들지만, 정작 그는 "음악 해설이란 관광 가이드와 같다"고 했다. "가이드의 안내보다는 관광지의 풍경이 더욱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 것처럼, 해설은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길잡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매일 똑같은 자유의 여신상과 에펠탑만 보여줄 수는 없듯이, 해설자부터 스스로 발품을 팔고 부지런히 다니며 새로운 감동을 찾아내서 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