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arbages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drifter) 날 짜 (Date): 2012년 11월 19일 (월) 오전 10시 35분 18초 제 목(Title): Open Question은 정의로운가? (글을 삭제하고 새로 올린 것은 오탈자 교정하고 '평등' 등에 대해 내용을 살짝 보강한 이유도 있지만, 글제목을 샌델의 책 제목과 연결시키면 재밌겠다 생각이 든 것이 주된 이유 -_-; 그니까 무슨 다른 의미가 있어서 새로 올린 것이 아니고... 어차피 재미로 적는 글인데 쪼금이라도 내가 더 재밌는 방향을 선택한 것 ^^) 오늘 새벽, 아니 어제 밤인가? 암튼 -_-; 년전에 '정의란 무엇인가' 책으로 우리나라에서 기이한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TV강연을 SBS에서 방영하더라. 말난 김에... 나는 년전에 그 '정의란 무엇인가' 책을 읽지 않았더랜다. 원래 유행을 도외시하는 스타일이기도 했지만, 제목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 "정의(justice)가 뭐냐니? 사람 사는 사회가 정의(definition) 하기 나름 아닌가? 빤한 답을 두고 빤한 썰을 풀어댄 교수 나부랭이의 책을 무식한 사람들이 떠받드는 게 한국 사회에서 한두번이야?" 잠깐 잠깐... 교수 나부랭이라니... 교수 많은 키즈에서 너무 간 큰 발언 아닌가...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 뭐... 공학 전공 많은 키즈에서 "맨날 땜빵질로 날림 납품하고도 자부심만 쩌는 공돌이 시키들" 이런 얘기 하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되겠다. 오히려 키즈니까... 키즈 아니면 어디서 이런 말 맘 편히 하겠어? -_-; 검색해 보니 당장, 나하고 생각은 다르지만 어째건 가당치 않다고 생각해서 읽지 않았다는 이런 글이 나오긴 하네. (다시 말하지만 링크 글 내용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올린 것은 아님) PRESSian : '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01109105448§ion=03 암튼 그러다가... 후배 때문에 시내서점에 들렀다가 이거저거로 몇십 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생긴 적이 있었다. 그 때 "노느니 닭 잡는" 셈 치고 집어봤던 것이 그 책이다. 안 집을 수가 없더군. 베스트셀러 코너에 몇십권이 줄줄이 늘어서서 "안 읽으면 니가 병신 :p"이란 듯이 세(勢)를 과시하고 있었거든 -_-; 그렇게 잠깐 여기저기 읽어봤더니 문체는 쉬운데, 그니까 문장은 쉽게 적혔던데, 정작 내용은 굉장히 어렵던걸? =.=;;; 책으로 직접 팔린 것만 몇십만부이고, 구입하지 않고 읽은 사람까지 하면 대략 100만 가까운 사람들이 그 책을 읽었을 듯 한데... "우리나라에 이렇게 어려운 책을 이해하는 사람이 그렇게나 많다니 감동 먹었삼 @.@ 대한민국 만만세!!!" 이런 훈훈한 멘트로 이 문단을 마무리한다면 정말이지 너무 빤하게 가식적이겠지? ^^ 한국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이 일으킨 돌풍은... 남들 평판에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습성과 지적허영심이 결합해 빚어낸 촌극으로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만...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정의를 갈구하는가를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종합해서 보면... 선거판에 뭔가 정의로운 듯한 사람이 나타나면 다짜고짜 우르르 몰려가는 한국의 정치현상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도 있겠다. 암튼... 그 SBS TV강연... 몇달 전에 했던 것을 재방송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던데 확실히는 모르겠고... 형식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강연과 다르더군. 샌델 교수가 칠판에 밑줄 쫘~악~ 그으면서 썰을 푸는 것이 아니라... 이 대목에서 도올 김용옥의 강연을 떠올리면 -_-; ... 자신은 주제를 제시하고 참가자들의 토론을 유도하는 형식으로 이뤄지더라고. TV에서 잠깐 봤던 샌델 교수의 하버드대 강의와 비슷하게... 나는 처음부터 봤던 것은 아니고 중간부터 봤는데... 주제로 등장한 것이... - 자유시장원리에 따라 돈을 주고 군복무 의무를 사는 것은 어떤가? - 돈을 주고 대학에 입학하는 기부입학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 위험을 감수하는 의약품 임상실험 지원자를 돈으로 모으는 것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 돈으로 외국의 훌륭한 선수를 국가대표 선수로 귀화시켜 월드컵에 우승하는 것은 어떨까? 이런 내용으로 토론을 이끌고 있더군. 보면서 샌델 교수를 다시 보게 되었는데... 일단 이런 류의 토론을 굉장히 능숙하게 이끈다. 또, 발언자들의 두서 없는 말을 쉬운 표현을 사용하고 내용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학문적 논점이 명료하도록 재해석하고 정리해서 다시 들려주는 것도 참 인상적이었다. 키즈 등에서 많이 쓰는 표현을 사용하면, 쉽고 부드럽게 응대하지만 상당한 내공이 실렸다고 해야하나? 상당한 내공이야 그 분야 전문가로서 당연하겠지만, 쉽고 부드럽게 응대하고 표현하면서도 학문적으로도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점은 점수를 많이 주고 싶다. 토론 중 기부입학제에 대해 어떤 발언자가... 기부입학제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과 실시하고 있지 않은 한국은 생각이 다르고 한국이 더 거부감 많은 것은 당연하다고 하니까, 샌델교수가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제시하더군. 한국의 어떤 연구소와 공동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한국의 경우 기부입학제를 찬성하는 사람이 38%인 반면 미국은 10%였다고... 상식을 뒤집는 조사결과이기는 한데, 이 역시도 미국은 기부입학제를 실시하며 폐해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거부감이 오히려 크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암튼 앞으로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 기부입학제를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식으로 떠벌리는 인간들이 있으면 -_-; 샌델교수의 조사결과가 유용하겠네. 미국사람들도 기부입학제 싫어한다고... 전체적으로... 자유시장원리를 제한하는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강연을 한 것... 이 아니고... 자유시장원리를 제한하는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토론회(!)였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저런 문제들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흔히 사람들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제일로 추구해야 하는 가치로운 이념이 '자유' 하나라고 착각하고, 심지어 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인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미국식 정치이념에 물든 -_-; 사람들, 그렇지 않다는 것이 주안점이다. 자유와 같은 가치로 추구해야 하는 민주국가의 이념이 평등이며, 자유와 평등은 상보적이면서 상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노예로 부릴 수 있는 흑인을 자유시장원리에 따라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자유가 나에게는 제한된다. 왜? 그 흑인은 나와 평등한 인간, 즉 동등한 자유를 누려야 하는 인격체이기 때문에... (여기서 흑인노예가 왜 나오냐고? 샌델이 미쿡사람 -_-;) 이 상황에서는 평등과 자유가 상충하면서 평등의 가치가 자유를 제한하는 거다. 참고로 이 자유에 대한 제한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돈을 주고 노예를 사는 것이 자유롭던 시대가 훨씬 더 길었다. 이 자유에 대한 제한은 민주국가에서 평등의 가치를 실현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피 흘려 싸워서 얻어낸 결과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처럼... 그만큼 평등은 민주국가를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민주국가에서 가치 있게 추구하는 이념인 것이다. 물론, 임상실험 지원자 문제처럼 자유와 평등이 상충하는 극단적인 사례 같은 데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해석이 필요하지만('정의란 무엇인가' 책에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자주 출몰 -_-;) 전문인이 아닌 일반인으로서는 자유와 평등에 대해 이런 큰 틀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 적은 문제들 중에 자유와 평등이 상보/상충한다는 관점으로 해결 안 되는 문제가 돈을 주고 외국 선수를 귀화시켜 국가대표팀을 구성하는 것인데... 이 문제는 해당 국가에서 민족주의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가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우리나라처럼 민족주의가 강한 나라에서는 거부감이 크겠지만, 이번 2014년 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카타르는 국가대표팀에 무려 8명의 귀화선수가 한꺼번에 경기를 뛰기도(대표팀 뽑은 정도가 아님 -_-) 했었다. 한국이 이상한가? 카타르가 이상한가? 결국 이 문제는 사회마다 국가마다 자유를 제한하는 가치에 차이가 있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널리 알려졌다시피 한국에서는 민족주의가 자유를 제한 하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그리고 또 다른 예로, 때로 자유를 제한 하는 평등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가 시대마다 사회마다 달랐다는 것도 들 수 있겠다. 여기서 다시 말하지만, 어떤 사회의 정의(justice)를 정의(definition)하는 '가치'는 절대적이지 않다. 그 가치 역시 정의(definition)하기 나름인 것이다. *~~* 그렇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토론회로서 주제를 잘 선택했고, 괜찮은 내용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만... 문제는... 토론회(강연 아님!) 참가자들 거의 대부분이 질문과 주제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는 데서 발생한다. 일단 발언자들 거의 대부분이 주제에 제대로 접급하지 못했다. 그리고, 발언자의 말에 참가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거나 박수를 치는 반응이 종종 나왔는데, 이런 발언자에 대한 반응들로 볼 때 발언하지 않은 참가자들도 비슷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역시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그렇게나 어려운 책을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탐독했음에도 아직도 우리 사회는 정의(justice)를 제대로 정의(definition)하는 것에 미숙한 거다. (물론 나한테도 눈 앞에서 저런 주제로 질문을 던지면 당장은 딱히 설명을 못하겠지. 그렇지만, 대략 5~10분 정도 시간을 주면서 질문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면 크게 어긋나지 않은 답을 낼 수 있었을 거다. 큰 틀을 이해하고 있다면 어려운 문제가 아니니까) 그렇게 참가자들이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샌델은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며 open question으로 남겨두고 토론회를 끝내버린다. 거의 습관적으로... 나의 의문은... "이게 과연 적절하고 정의로운 행동인가?"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한국 사회는 의문을 갖기 보다 답을 많이 제시하는 사회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의문을 갖고 답을 스스로 찾아내기보다 누군가 답을 제시해 주길 흔히 바란다. 그러기 때문에 입시학원의 밑줄 쫘~악 선생님처럼 강연하는 도올 김용옥 같은 철학자가 인기를 얻는다. 철학에 대해서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철학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답을 제시하니까... 수학문제의 답을 제시하는 입시학원 강사처럼... 철학에서조차... 사회적 규범과 그에 상충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당연히 이게 답이다" 라고 제시하는 태도가 흔하고, 그 당연하다는 답에 우르르 따르는 태도가 흔하다. "왜 이게 당연한 답이지?" 의문을 가지면 "그런 게 궁금하면 니가 병신 :p"이란 듯이 웃음을 터뜨린다. 웃음거리를 만들어도 의구심을 잠재울 수 없다면 그 사람의 사회성을 의심하면서 바보로 만들려고 한다. 당연히 맞는 답이 아니고 의구심을 갖는 것이 맞는 경우에도 말이지. 설혹 당연히 맞는 답이라 하더라도 의구심을 가져보고 스스로 확인해 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더 바람직한데도... 이런 우리 사회에서 답을 제시하는 강연이 아닌 open question의 토론회를 갖는 것도 신선한 의미는 있다. 그렇지만 토론회 참가자들 대부분의 이해도가 낮고 open question에도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끝내버리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 맨 위에 적었듯이 키즈에 교수가 많으니까 잘 알 거다. open question도 어느 정도 이해 기반을 갖춰야 효과가 좋다. 이해 능력이 바닥이면 오히려 역효과다. 이런 관점에서, 샌델 교수는 전문학자로서 대중들을 올바로 이해시키는 책무를 방임했다... 내지는, 그의 책과 결부시켜서 말하면, 법적 정의 (justice)에 어긋나지는 않았지만 도덕적 정의에는 어긋났다고까지 평가할 수 있겠다. (정의에도 종류와 등급이 있다) 물론 정답이라는 것을 꼭 집어서 밑줄 쫘~악~ -_-; 제시하는 우리 사회가 흔히 바라는 방식은 나도 반대한다. 그렇지만, 참가자들의 이해도가 낮다면 그런 상황을 반영해서 답을 찾는 방향이라도 잡을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본방향 또는 큰 틀과 boundary, guide line 같은 것을 제시하는 방법을 사용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a drifter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