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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rbages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drifter)
날 짜 (Date): 2012년 02월 26일 (일) 오후 11시 27분 20초
제 목(Title): 오~ 오페라스타 ^^


내 음악적 취향으로는 오페라스타까지 찾아볼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동안
무심했었는데... 며칠전 뉴스기사에 박기영이 오페라스타 1위했다고 뜨는
거다. 난 옛날 싸이시절 박기영의 팬... 그래서 관심급증, 오늘 몰아서 봄 ^^



♣ 먼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하는 이유는
뒤에 나옴)
개인적으로는 오페라나 클래식을 꺼리는 건 아니지만, 또 딱히 취양이 아니어서
관심이 없는 편이다. 학교 다닐 때 좋은 음악이라며 틀어주면 듣기는 했지만
음악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고, 유명 오페라 아리아 이름을 대면 "누가 만든
무슨 오페라" 이런 걸 떠올릴 수 있긴 했지만, 이건 상식수준에서 책을 보면서
외웠다? 이런 정도다. 정작 아는 성악가라면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마리아
칼라스나 유명한 까루소, 3대테너 정도? 그러다가 음악을 이해하며 접할 만큼
성장하자, 취향을 쫓아 오페라니는 관심이 멀어졌더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면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쪽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우리나라 포크음악으로 관심이 집중되었다. 가만 보면 무슨
일인지 음악만 이런 취향이 아니더군. 나중에 사진을 배웠는데, 사진도 보면
아름답더라도 연출 사진은 별로 관심이 없다.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찾는 종류의 사진을 좋아하는 거다.

그렇다고 어떤 사람들처럼 취향 아닌 음악(사진)은 인정도 취급도 않는다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자기 좋아하는 노래를 바꾸면 못받아들이고 불만을
게시판에 올리는 그런 정도도 아니다. 취향이 아니라도 실력이 있다면 인정
하며 관심을 가진다. 그렇게 음악에서 실력을 존중한다면 클래식 음악에 관심
가질 수 밖에 없다. 최상급끼리 비교하면 대중음악가들의 실력이 떨어지지
않아도, 일반적으로는 클래식 음악 전공자들의 탄탄한 실력과 내공을 인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의 탄탄한 실력은 존중하는데... 그 완고한 형식... 이건
영 내 취향이 아닌 거다. 소시적에는 그런 완고한 형식미의 추구를 일부러
도외시한 적도 있을 정도... 위와 같은 취향이라면 그럴 법도 하겠지. 그러다
차츰 음악을 많이 이해하게 되면서, 여러 종류의 음악적 전통과 그에 따르는
완고한 형식미도 접하게 되었고, 클래식 음악의 형식미도 납득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취향은 아니다.

그러니 오페라 같은 것에 여태 관심이 없었지. 당연히 작년에 tvN에서 오페라
스타를 방영할 때도 그랬고. 지금 생각해보면 관심 없던 다른 이유는, 가끔
"모하남?" 보기도 했고 테이가 거기서 우승한 정도는 아는데, 작년 오페라
스타 참가자들이 "열심히 하긴 했구나" 이상의 인상을 보여주지 못했던 탓도
있었던 것 같다.

근데 박기영 땜에 관심급증해서 이번에 보게 됨 ^^



♣ 먼저 간단히 프로그램을 소개해보자. 원래 오페라스타는 영국 TV프로그램
'Popstar to Operastar'라는 프로그램을 본따 만든 것이라고 한다. tvN 주장
으로는 아시아에서는 같은 포맷 프로그램이 없다고... 근데 그게 힘주어
말할 정도로 의미 있는 건가? -_-;

작년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올해 오페라스타 2012는 8명의 팝스타가
실제 전공에 오페라가수인 성악가 멘토 2명에게 지도를 받아서, 1주일에
1회씩 생방송에 참여하여 오페라 아리아를 하나씩 부른다. 첫회분에는
준비할 시간이 약 1개월 정도 주어지지만, 그 다음부터는 하나의 아리아를
1주일에 하나씩 소화해야 하므로 참가자들의 부담이 적지 않음.
생방송에서 노래 부른 것은 시청자들의 온라인투표와 문자투표를 종합해
순위를 결정한다. 전문가들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포인트... 전에 얘기한 적 있지만 시청자투표라는 게 참 오묘한 장치다.
프로그램 존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시청자 반응의 결과이기 때문에,
어째거나 존중 받기 쉽고 방송국 입장에서 유리한 순위 결정 방식이다.
한편 딱히 실력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서 실력을 중요하게 보는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걸 또 이의
제기하기도 어렵게 된다.
그리고, 매회 탈락자을 1명씩 정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형식도 차용해서,
시청자투표 결과 최하순위 2명은 심사위원4명에게 평가를 받아 한명이
탈락한다. 시청자 투표의 문제를 보완하는 거다. 4명의 심사위원 평가로도
우열이 가려지지 않으면 시청자투표 최하순위가 탈락...
현재 오페라스타2012는 3라운드를 지났는데, 따라서 8명 중 3명이 탈락하고
5명이 남았다.

참가자들을 살펴보면... GOD 멤버였던 인기남 손호영, 천상지희의 다나,
소울-R&B-힙합 쟝르의 혼성그룹 8eight의 여성 보컬 주희, 설명이 필요없을
노장 라커 김종서, 스타가수들의 보컬 트레이너 더 원, 90년대말~00년대
초반 미녀가수로 날렸던 박지윤, 남성 3인조 그룹 V.O.S 출신의 박지헌... 
그리고 뛰어난 가창력의 박기영...
테너 조용갑과 소프라노 한경미가 멘토이자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지휘자
서희태와 오페라 연출가 이경재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 3회분을 본 대략의 잡다한 소감을 먼저 간략히 적어보면...

  - 무엇보다 작년보다 참가 가수들의 실력이 좋다.

  - 관현악단 반주가 역시 좋긴 좋구나. 우리나라 관현악단이 세계적인
    수준에는 좀 떨어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대중음악 반주 밴드보다는...

  - 영화배우 엄지원이 단독MC를 맡아서 첫회를 해보더니 힘에 부친다고
    판단했는지, 보이기도 그렇게 보였고, 2회부터는 전문MC 신영일을
    공동MC로 투입하는 순발력이 좋았음.

  - 생방송이라 진행 상에 문제가 생겨도 거르거나 고치기가 힘듦.

  - 시청자투표로 순위 정하는 게 역시 좀... 예를 들어 손호영이 잘 하긴
    잘 하는데, 그렇다고 시청자 투표에서 몰표를 받아 눈쌀 찌뿌려지게 -_-;

  - 심사위원들이 갈수록 카메라와 대중을 의식하는 영양가 없는 심사평을
    내놓음. 어차피 자기 의지와 상관 없이 순위가 결정되서 그런가...

이렇게 이런저런 단점도 눈에 많이 뜨이지만, 그런 것을 훨씬 넘는 만족도
높은 음악을 선사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최고 미덕이다. 특히 첫회분은
가수들이 열심히 준비했구나 그 정도로만 감흥을 줬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가수들이 일취월장하는 솜씨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은 가수들에 대해 훨씬 인간적으로 접근한다. 참여
가수 중에는 1986년생 다나처럼 젊은 가수도 있고, 그보다 거의 스무살이
더 많은 1965년생 김종서처럼 노장 가수도 있다. 거기에 다들 서로 다른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 이룬 가수들이다.
그렇지만, 성악이나 오페라에는 문외한으로 같은 입장이다. 나이나 그간
이룬 것들을 다 털고, 쉽게 말해 계급장 다 떼고 접근해야 한다. 음악도
생소하고 심지어 언어도 생소하다. 그런 생소한 분야를 하는 어려움을
보여주니까 시청자들도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된다.
나가수 같은 프로그램에서 가수에게 인간적으로 접근한다면 맨날 보여주는
것이 무대에 오르는 긴장감이 어쩌고, 경연의 부담감이 어쩌고 하면서
찔찔거리는 것과 비교된다.



♣ 이제 참여가수들을 살펴보자. 내가 참여가수들을 일일이 잘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모두를 살펴볼 수는 없고, 두엇은 집중적으로, 두엇은 간략히 다룰
거다.

가수로서의 기존 경력을 빼고 이번 오페라스타2012 무데에서 보여준 기량만
가지고 평가한다면... 출연자들의 성비가 4:4인데 전체적으로 여자가수들의
기량이 더 나은 것 같다. 기대보다 훨씬 그럴 듯하게 불러서 놀람.
그런데, 시청자 투표 결과는 남자 가수들이 표를 많이 얻더란 -_-; 특히
손호영 -_-;;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이런 문화상품 소비에 적극적이라는
얘기를 위에 적었었지. 특히 특정 남성 아이돌의 팬들이 더욱 그렇다 -_-;;;

손호영이 잘 하기는 잘 한다. 음역이 넓지는 않지만, 예상 외로 안정적인
가창력을 보여주고, 이해력도 좋고, 집중력도 상당히 강하다. 작년 오페라
스타 우승자 테이와 비교하면 음역은 좁지만 기술적으로는 더 나은 듯.

박지윤도 실력으로는 손호영과 비슷한 인상을 주는데, 이번에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더군. 보니까 박지윤이 성악 전공이었다는 거다. 가창력과
거리가 먼 어리고 이쁜 혹은 섹시가수로만 생각했거든. 성격이 참 여린
편인데, 자신이 섹시가수로 비춰지고 그것 때문에 이상한 풍문에 시달리고
하는 것이 견디기 어려웠고, 그래서 가요계를 떠났던 거라고...
그러나 첫회에는... 성악전공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못하지는 않았지만
그닥인 정도만 보여주었다. 근데 2회 3회 지나니까 정말 전공자 맞구나
싶게 안정화된 실력을 보여줌.

남자가수 중에 더원... 가수들의 선생님으로 참여가수들이 꼽은 최고
우승후보... 시청자로서 봐도 성악에 잘 어울리는 자질을 갖췄다는 것이
눈에 확 보이는데, 자신을 털어버리지 못해 적응 못하고 조기탈락해서
참 아쉬웠다.
앞에 적었듯이 나도 더원의 태도가 이해는 된다. 예를 들어, 멘토인
성악가들이 이 노래는 경쾌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유혹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이런 표정을 짓고, 이런 몸짓을 하고, 이런 분위기로 노래하는
것이 맞다... 고 가르쳐주는데... 그 맞다는 것이 오페라 음악 특유의
고전적인 완고한 형식미 기준으로 맞는 거다. 당연히 오늘날의 기준으로는
맞지 않거나 어색하게 보일 수 밖에 없지.
예를 들어, 한국의 전통춤을 배우면 이런 게 맞다 저런 게 맞다고 선생님
들이 가르쳐준다. 사실 그게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면 별로 맞지 않는다.
근데 그걸 부정하면? 한국의 전통춤을 배울 수 없고, 전통춤을 제대로
출 수가 없다.
그 의미, "성악과 오페가가 추구하는 형식미 기준으로" 맞다는 의미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자기 것을 털어버릴 수 있을텐데... 이해 못했는지
이해하고 싶지않았는지 더원은 그러질 못했다. 결과로 경연에서 탈락하던
날 부른 'Nella Fantasia'는 본인 스스로의 평가만큼이나 이도저도 아닌
엉망이 되어버렸다. 능력과 자질을 생각하면 참 아쉬운 부분이다.



(글이 길어져서 나눠 적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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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drifter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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