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garbages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a drifter) 날 짜 (Date): 2012년 02월 20일 (월) 오전 01시 43분 53초 제 목(Title): 편협하게 영화 보기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영화적 의미가 어떻고 저떻고 하면서 영화 보기가 슬슬 귀찮아지는 거다. 내가 무슨 영화 전문가 할 것도 아니고... 그래서 맘 편히 내 생각 가는대로 내 관심사 중심으로 감상을 적어보겠다는 의미로 저런 제목을 정했다. 개봉한지 꽤나 지난 4편의 외국영화에 대해서 적을 것이고, 스포일러 구분 않고 적기 때문에 싫은 사람은 여기서 그만 읽기를... 1. Room In Rome, 2010 우리나라에서는 영화나 TV 드라마, 음악, 공연 같은 미디어의 소비에 여성들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이다. 따라서 시장에 공급되는 컨텐츠들도 여성의 기호에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영화/TV에서 동성애 묘사 역시 여성 취향 중심으로 상당히 편중되어 있다. 즉, 남성 동성애를 다루는 경우는 많지만 여성 동성애를 다루는 경우는 상당히 드문 거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남성 동성애에 대해 상당한 성적 판타지(?)가 있더라구 -_-;;; 물론 반대편에서 보면, 남성들도 여성 동성애에 대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우리나라 시장은 여성들이 장악하고 있는 걸. 때문에 남성들은 다소 짜증나는 내용이 공중파 TV 드라마에 버젓히 나오는 걸 감내 해야 했다. 이러한 취향의 편중 때문에 각종 미디어에서 여성 동성애를 묘사하는 것은 수가 적을 뿐 아니라, 동성애 거부감이 바탕이 된 공격적 반응에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여성들이 미디어시장을 주도하는데, 여성동성애 묘사는 취약한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 예를 들어, 몇년 전 사랑스러운 목소리의 박혜경이 1992년 피노키오라는 남성 4인조 밴드가 발표해서 인기를 끌었던 '사랑과 우정 사이'라는 노래를 remake해 발표한 적이 있었거든. 근데, 이 노래 뮤직비디오가 여성 동성애를 묘사했다고 작지만 소동이 났더랜다. 뭔가 하고 봤더니, 약간 그런 듯한 묘사를 하기는 했는데 별로 노골적이지도 않다. 특히 그간 TV/영화에서 나온 남성 동성애 묘사 수준과 비교하면... 영화와 비교하면 '여고괴담 2'(1999, Memento Mori) 수준의 묘사더라고. 근데 그 정도 가지고도 동성애 뮤비라고 소문이 나고, 그나마 좋은 얘기는 못듣고 이런저런 나쁜 소리만 듣는 거다. 동성애 표현에 대한 직접적인 거부감을 포함해서 뮤비가 시원찮다는 질타까지... 흔한 구성이기는 했지만, 나름 깔끔하게 만든 뮤비라 딱히 뭐랄 건 없어보이 던데 말이지. 남성동성애 뮤비나 보이그룹, 걸그룹 뮤비였으면 더 수준 낮아도 절대로 그런 소리 안 들었을 -_-;;; 그런 등등으로 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여성 동성애를 다룬 영화를 보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많지 않은 여성 동성애 영화가 바로 이 영화이다. 봤더니... 흠 흠... 좋더라구... 하하 ^^;;; 내가 적극적으로 안 찾아 봐서 그런지... 이게 우리나라 미디어시장이 여성 취향으로 굴러가는 이유?!? -_-;;; 데이빗 린치 감독이 만든 아스트랄한?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이 후 이렇게 감명 깊은 =,.= 영화는 참 오랫만... 더욱이 남성 감독이 만들어서 보기가 더 좋더란 ^^; 여성 동성애나 여성의 성애에 대해 여자 감독이 만든 영화를 가끔 본 적이 있는데, 역시 여성들은 이런 문제를 보는 시각이 남성과 확연히 다르다는 걸 새삼 확인했더랬지. 여성에 대한 성적 판타지를 바라는 시각에는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로... 이 영화... 로마에 여행 온 두 여자가 어느 호텔 방에서 하룻밤을... 이런 내용이다. 정말 딱 하룻밤의 얘기이고, 시작과 끝부분에 거리가 잠깐 나오는 것 빼고는 영화 대부분을 호텔 방 안에서 일어나는 장면으로 구성한 약간 특이한 영화이다. 그렇다고 그 좁은 방안에서 무슨 극단적인 상황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둘이서 이야기하다가 범상치 않은 가족사에 대한 말이 나오기도 하는데, 말 만 나옴. 장소나 인물이 바뀌지 않고 -_-; 그렇게 시공간이 협소한 영화인데, 화면은 괜찮더군. 물론 헐리웃 영화의 세련되고 유려한 화면 만은 못하지만, 조잡해 보이지는 않았다. 두 여주인공 중 하나... 편의상 여주A로 부르자. 여주A는 아줌마 캐릭터라 별로였지만, 다른 주인공 여주B는 미모가 상당했다 ^^ 그 어여뿐 여성의 몸을 담는 카메라의 시선도 마음에 들었고... 여성감독 영화와는 역시 차이가 있더란 ^^; 둘 다 알흠다운 여자였으면 어땠을까? 알흠다운 여자가 더 많이 나오면 어땠을까? 하다가 "It's not a porn film!"이라는 볼멘 소리 나올까봐 포기하고 이 정도에서 만족하기로 ^^;;; 근데, 이 영화에서 나의 관심을 끄는 대화가 나오는 거다. 영화 앞부분에 호텔방 테라스에서 둘이서 대화를 하는데, 스페인에서 온 여주A가 여름이 시작되는 날이라고 하니까, 러시아에서온 여주B가 유럽은 그렇지만 러시아 에서는 6월1일 여름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언젠가 키즈에도 계절의 구분에 대해서 글을 한 번 적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못찾겠네. 우리나라처럼 24절기를 사용하는 중국문화권에서는 계절을 구분할 때, 4개의 분점/지점이 기준이 된다. 동지/춘분/하지/추분이 각각 각 계절의 한 가운데 날짜가 되고, 동지와 춘분의 중간에 입춘이 있고 춘분이 봄의 한 가운데, 춘분과 하지 중간에 입하가 있고 하지가 여름의 한 가운데... 이런 식이 되는 거다. 이런 구분이 천문학적으로는 깔끔할지 몰라도 실제 계절감과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지. 실제로 일전에 기상청에서 일제시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 24절기의 평균 기온을 산출해서 뉴스기사로 낸 적이 있었는데, 평균 기온으로만 계절을 구분한다면 입춘/입하/입추/입동보다 약 2개 절기 뒤에 계절이 시작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더군. 예를 들어, 봄은 입춘보다는 경칩에 시작하는 것이 낫겠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만 이런 것이 아니라, 24절기의 발상지 중국에서도 북경 인근 지방에는 "입춘이라고 봄이 왔음을 기뻐하지 마라. 아직 찬 날씨가 40일이나 남았다"라는 경구가 있다고 한다. 그 정도로 24절기에 따르는 계절 구분은 실제 계절감보다는 천문학적 의미가 더 컸던 거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계절 구분은 어떻게 하는지 wiki에서 찾아본 적이 있었다. 일단 첫번째로 기상학적인 계절구분이 있는데, 기온으로 구분하면 대략 3월1일에 봄, 6월1일에 여름, 9월1일에 가을, 12월1일에 겨울을 시작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거다. 흥미롭게도 이를 24절기와 비교해 보면, 예를 들어 봄의 경우 3월 1일은 입춘으로부터 2개 절기 후인 경칩의 시기에 해당 한다. 위에 말한 기상청이 발표한 자료에 근접하는 거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실제 계절은 기상학적 계절 구분에 맞춰, 가령 봄은 3월 초순에 시작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두번째로는 천문학적인 계절 구분이 있다. 이것은 각 분점과 지점에 계절을 시작하는 구분법이다. 그니까 춘분에 봄을 시작하고, 하지에 여름을, 추분에 가을, 동지에 겨울을 시작하는 거다. 역시 흥미롭게도 앞의 중국 경구에서 말하는 입춘 후 40일이면 춘분에 가까운 시기다. 24절기 역시 분점/지점을 계절 구분의 기준으로 삼지만, 이들을 계절의 중간에 놓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에 계절 구분에 대해서 키즈에 적었을 때, 미국 어디에서는 3월에 봄을 시작하고 또 다른 미국 어디에서는 춘분에 봄을 시작한다는 얘기와 의견들이 나오더군. 나중에 보니까 캐나다에서도 춘분에 봄을 시작하는 듯? 그니까, 기상학적 계절이나 천문학적 계절이 단순히 학문적 계절 구분이 아니라 실생활에 사용하는 계절 구분이었던 것. 세계 여러나라 도시들의 평균기온을 보면, '온대지방'에서는 대체로 기상학적 계절 구분법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겨울이 긴 지역에서 봄이 오는 시기에 계절을 시작하고 싶다면 천문학적 계절 구분법이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하지만, 천문학적 계절에 따르면 겨울을 동지에 시작해야 한다. 겨울을 동지에 시작하는 것은 너무 늦지 않을까? 더군다나 겨울이 긴 지역이라면? 그럼에도 유럽이나 아메리카 등 서구 지역은 천문학적 계절 구분을 채택하는 경우가 제법 많다. 추정이지만(!) 이는 실제 기후보다는 관습적인 선택이 아닐까 한다. 또 보면, 사실 기상학적 계절과 천문학적 계절은 약 20일 정도 차이다. 이 정도 차이로는 해마다 기상이 변하고 차이가 나는 것을 생각할 때 딱히 어느 한쪽이 좋고 다른 쪽이 나쁘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겠다. 24절기의 계절 구분은 경우가 다르다. 기상학적 계절과도 거의 1개월 가까이 차이 나고, 천문학적 계절과는 45일 정도 차이 나기 때문에... 예를 들어 춘분을 봄의 시작으로 보느냐(천문학적 계절), 봄의 중간으로 보느냐(24절기)는 결코 작을 수 없는 차이이다. 그래서 다시 영화로 돌아오면... 스페인에서 온 여주A는 천문학적 계절에 따르기 때문에(영화에서 보면 서유럽국가들이 대체로 그런 듯?) 하지날 여름이 시작된다고 말한 것이고, 러시아는 기상학적 계절을 따르기 때문에 여주B가 6월1일에 벌써 여름이 시작되었다고 말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여주A 스페인 아줌마가 아리따운 러시아 아가씨 여주B를 열심히 꼬시는 식인데, 꼬시면서 "밤이 가장 짧은 날이니 이 밤을 잘 활용해야 한다"(이거 남자들이 여자 꼬실 때 쓰는 멘트? -_-;)고 말한다. 이 날이 바로 하지날이라는 거지. 한편, 여주A 스페인 아줌의 이름은 Alba인데, 이게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말로는... 새벽 혹은 새벽 중에서도 동틀녁, 동틀녁 밝은 빛(우리말 여명?), 그 비슷한 흰색, 그런 류를 지칭하는 여성명사라는군. 또, 여주A가 여주B를 부를 때 Russita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뭔가 찾아봤더니 스페인어나 이탈리아어 사전에도 잘 안 나오는 말로, 이탈리아에서 러시아 여성을 부르는 말이라고 한다. "러샤 아가씨" 이런 의미로 쓴 말인 듯? 그리고, 노트북을 이용해서 서로 자기 사는 지역을 구글어쓰 닮은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위성사진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쓸 때 "Cargando"라고 나오는 거다. 쟤네들은 Cargando라는 특이한 프로그램을 쓰는갑다 하면서 찾아보니... 이것은 "loading"이라는 의미란다. 프로그램 이름이 아니라... 험 험 -_-;;; 그럼 무슨 프로그램인지는 오리무중인 거냐? 궁금해 하다가, 영화에서 M$의 bing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큼지막하게 띄우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서 찾아 봤더니 M$의 virtual earth = bing map을 썼더군. 역시 특이한 프로그램이 아니었던... 거인 M$가 만들었다지만 관심권 밖이라 식별이 잘 안 됐음 -_-; 이 영화의 문제는... 이런 말들이 지나가다 한 번 나오는 게 아니라, 영화에서 대화할 때 종종 나온다는 데 있다. 스페인 내지는 이탈리아 말과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해야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영화였던 거다. 대사는 영어로 말하면서 -_-; 외국인 특히 비유럽인에게는 다소 불친절한 영화일 듯... 물론 이 영화의 최고 미덕은 협소한 시공간과 언어-문화적 불친절을 상쇄할 정도로 bella russita 여주B가 친절한 몸매를 수시로 자랑하는 것, 흠 흠 -_-;;; 근데... 보니까 라임의 영화 감상도 뭔가 좀 성적 판타지와는 거리가 있지 않냐고? 나도 이렇게 답해야겠다. "It's not a porn film!" ^^ 2. Agora, 2009 역시 영어로 대사를 말하는 스페인 영화이고, 역시 위성사진으로 내려다 보는 것을 좋아하는 영화이지만, 내용은 전혀 다른 역사물이다. 내가 좋아하는 레이첼 와이즈의 누드씬이 나온다고 본 거 절대루 아니구 -_-; 대역을 썼는지, 영화 'Machete'(2010)의 제시카 알바처럼 CG 샤워씬 사기극(뭔가 불만과 원망이 가득한 표현? -_-)인지 혹은 아닌지 알지도 못한다. 근데 여기 알바(Jessica Alba)가 저기 Alba인가? 제시카 알바의 아버지가 멕시코계라는데... 암튼 레이첼 와이즈가 1970년 생이라니 생각보다 나이가 무지 많구나 @.@ 레이첼 와이즈가 서기 5세기에 알렉산드리아에 실존했던 전설적인 비운의 여성 철학자이자 과학자 Hypatia 역할을 한 영화이다. 영화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스페인 영화도 꽤나 잘 만드는구나 싶게... 그러나 내용은 완전히 엉망인 영화... 역사 드라마나 영화라고 역사적 사실을 충실하게 따르지는 않으니까... 하면서 넘어가기에는 불충분한 역사 고증이 많고... 종교적인 부분에서도 Hypatia가 종교 갈등 때문에 기독교도들에게 살해당했고, 이를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기독교에 거스르는 내용이 될 수 밖에 없을텐데... 이에 대해 기독교도나 비기독교 모두가 불만을 가지도록 영화를 만들었더군. 기독교도야 당연하게 영화에서 나오는 반기독교적 혹은 범종교적 색채 때문에 불만이고... 근데 범종교적 색채에 불만인 기독교와 이슬람 극단 탈레반은 얼마나 차이가 있는 거냐? -_-; 비기독교도는 영화가 나름 기독교를 배려해서 역사를 온건하게 채색했다고 불만이고... 또, Hypatia가 과학자니까 과학 이야기가 나오고, 여기에 스페인의 어느 물리학-천문학 교수가 과학자문을 해줬다는데, 관련된 과학적 사실에 대한 서술과 이해 역시 엉망이라 여러군데서 돌 맞고 있음 -_-; 특히 영화 속에서는 Hypatia가 그 시절에 벌써 지구가 움직인다는 지동설= 태양중심설과 행성의 타원궤도 운동을 연구했다고 중점을 두어 이야기하는데... Hypatia의 저술서 중 남은 것이 거의 없고, 그녀 저서라고 알려진 것 중에 프톨레마이우스 천동설 해설서와 원추곡선에 대한 것이 있어서 이런 상상의 나래를 폈나갑다... 하면서 넘어가 주기에는 너무 과하게 개념 없지 않나? 고대 그리스 시대에 벌써 지동설이 있었고, 물리역학이 발달하지 않은 당시에는 경험을 설명하기 어려운 지동설이 도태되고 천동설이 승리했다는 것은 과학 상식이다. 근데, 고대 천체운동 이론이라고 해도 천동설이 행성의 운동을 단순히 원운동- 등속운동으로만 묘사할 정도로 허술하지는 않았다. 태양의 부등속 년주운동 (지구의 부등속 공전운동에 의한) 때문에 각 분점-지점의 간격이 일정하지 않다는 사실은 최소한 기원전 5세기 경부터 고대 바빌로니아 천문학자들과 그리스 천문학자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태양이 운동하는 황도를 12 등분(!)한 황도 12궁, 더 나아가 황도를 360도로 세분하는 기법이 이런 정교한 관측에 사용되었다. 이들은 오늘날 천문학에도 똑같이 사용되고 있다.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들은 행성이 완벽한 천상의 물체인데도 등속-원운동하지 않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등속-원운동을 하지만 이심원 운동을 한다고 설명 했다. 예를 들어, 천동설에 따르면 태양이 지구 둘레를 등속-원운동을 하지만 지구가 그 원궤도의 중심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이심), 태양이 가까울 때는 빨리 운동하는 것처럼 보이고, 멀 때는 늦게 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 했던 것이다. 타원궤도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이심원을 사용했으므로 당시 관측정밀도로는 행성의 부등속 운동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 이걸로도 부족한 부분은 주전원을 도입해 설명했다. 이미 기원전 2세기 경 히파르코스 (세차운동의 형태를 최초로 정확히 파악한 고대 그리스 과학자) 시대에 이렇게 이심원과 주전원을 이용한 천동설이 확립되었다. 중국천문학이 태양의 부등속 년주운동을 이해(기원전 5세기경 그리스 천문학 수준)한 것이 서기 6세기경 북제 시대이니, 기원전 시대에 이미 이심원까지 생각했다는 사실이 놀랍기까지 하다. 이렇게 정교한 구조를 갖췄기 때문에 당시 천체 관측 정밀도로는 천동설을 반박할 수가 없었다. 때문에 당시 기술 수준으로는 천동설이 충분히 훌륭한 과학적인 이론이었다. 그래서, 기원전 시대에 만들어진 천동설이 유럽과 아랍을 넘어 인도까지 전파되어 천문학의 중심이 되었고, 심지어 체계가 전혀 다른 중국천문학에까지 정확성 높다고 호평 받으며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고대 그리스 천동설은 중세시대까지 유라시아 대륙 천문학의 중심 역할을 했던 것이다. 케플러가 행성의 타원궤도 운동 법칙을 확립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선배? 스승인 티코 브라헤 대에 이르러 유럽천문학이 망원경을 이용하지 않은 육안 천체관측 기술로는 극성기에 다다라 충분히 세밀한 관측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본격적인 망원경은 1600년대 초반에 만들어졌고, 1609년 갈릴레이가 이를 입수-개량해 천체관측에 활용하고, 1611년에는 광학에도 조예가 있었던 케플러가 더욱 성능을 향상시킨 케플러식 망원경을 고안해 냈다. 캐플러식 망원경은 볼록 렌즈의 확대 기능을 이용하는 굴절식 천체망원경의 대표적인 형태이다. (오목 거울의 확대 기능을 이용하는 것이 역시 광학에 조예가 깊었던 뉴톤이 최초로 실용화한 반사식 천체망원경) 케플러는 1610년 이전에 이미 행성운동의 3대법칙을 완성했는데, 그 후에 마침 망원경을 입수 개량해 사용할 수 있어 관측범위와 정밀도를 높일 수 있었고, 케플러 법칙을 검증하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었다. 암튼... 이번 기회에 Hypatia에 대해서도 찾아보니까, 이 여성 과학자가 남성 중심의 과학계에서 남성의 성적 판타지에 의해 채색되고 남성이 바라는 여성상으로 투영되어, 마치 인간 아닌 과학의 여신처럼 과장되었다는 것이 현대적인 해석이더군. 그런 과장된 환상을 적은 책 중 하나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물론 세이건도 19세기부터 발달해 온 Hypatia에 대한 환상을 옮긴 것이고... 이런 환상에 따르는 묘사에 의하면... Hypatia는 젊고 아름답고 학식이 뛰어난 여성이었는데, 기독 광신도들에 의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파괴 당할 때 무참히 살해당했다. 그리고 Hypatia를 마지막으로 찬란한 고대 그리스 과학은 명맥이 끊기고 말았다... 안타까우면서도 뭔가 극적이지 않나? 그러나, 오늘날의 세밀한 역사 연구에 따르면 사실은... Hypatia가 기독교도 들에게 살해 당했고 뛰어난 여성 과학자이자 철학자는 맞지만, 사망 당시 나이가 정확하지는 않아도 최소 45~60세로 결코 젊은 나이는 아니라는 것이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파괴 당할 때 살해 당하지도 않았고, 그녀의 사후에도 고대 그리스의 과학/철학 전통이 쇠락기였지만 최소 100~200년 이상 명맥을 유지했었다. 그리고, 단순히 흥분한 광신도들에게 습격 받은 것이 아니라, 종교 갈등과 정치권력 다툼에 연관되었고 거기에 Hypatia가 완고한 태도를 보이는 등 복합적인 이유로 미움을 받아 기독교도들에게 테러를 당했다고 한다. 오늘 날에도 종교대립이 심한 지역에서 있을 법한 일이다. 그래서 그런 비극적 테러가 좋다는 의미는 당연히 아니고, Hypatia가 훌륭한 학식과 태도를 겸비한 인물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의미도 당연히 아니다. 소설이나 영화 속의 극적인 인물이 아닌 현실의 사람에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원인과 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영화는 현대적인 해석에 가깝게 Hypatia을 묘사했다. 여러가지 부족한 점이 많다지만. 그러고 보니... 이제는 레이첼 와이즈의 누드씬과 제시카 알바의 샤워씬으로 떡밥을 띄우고는 아예 대놓고 아스트랄한 별나라로 영화감상이 가는구나... 이런 불만이 나온다면? 이럴려고 제목부터 저렇게 정했다고 친절하게 답해줄려구... 하하 ^^; 3. The Ides of March, 2011 이번에는 띄울 떡밥도 없는 조지 클루니 감독의 정치영화이다 -_-; 그래도 이번에도 연관성 있게 이어지는 게 'Agora'에서 주연을 맡았던 막스 밍겔라가 이 영화에 조연으로 나온다. Max Minghella는 'The English Patient'(1996) 등을 만들었던 명감독 Anthony Minghella의 아들이라고 함. 사돈에 팔촌까지 팔아 연관성을 만들어내며 -_- 이쁜 여배우도 안 나오는 -_-; 이런 영화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제목 때문이다. ides가 고대 로마 달력에서 유래한 말이거든. 원래는 태음력을 쓰던 시절 보름날을 지칭했던 말로 추정 되지만, 도대체 태음력이 맞는지 아스트랄한 -_-; 형태였던 고대 로마력에서 한 달의 중간을 가리키는 의미로 쓰였고, 그 관습이 태양력인 율리우스력까지 이어져 중세유럽에서도 사용한 말이라고 한다. 고대 로마력(이어지는 율리우스력까지)에서 ides는 오늘날의 달력 날짜로 13일 아니면 15일이었는데(고대 로마인들은 짝수를 불길하다고 생각했다), 3월의 ides는 15일이었다. 그래서 ides of march는 3월15일을 가리킨다. 이 날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케사르가 암살당한 날이 3월15일이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도 "Beware the ides of march"라는 경구가 나온단다. 그런데 이 영화의 우리말 제목은 '디 아이즈 오브 마치' -_-; ides라는 말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익숙치 않다는 점을 고려해도 이 무슨 촌스러운 제목인지 -_-;;; 영화는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대한 것으로, 조지 클루니가 감독이자 주연을 맡아 유력한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나오고, 3월15일 즉 the ides of march 날에 대통령 후보 결정에 중요한 고비가 되는 어느 주의 경선을 치르면서 이런저런 곡절이 생긴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영화에 케사르 암살날이라는 제목처럼 강렬한 무엇이 나오느냐? 없다 -_-; 스캔들 여성이 나오지만, 다소 뜬금 없이 자살해 버린다. 여성의 정신력(? 여기서는 좋은 의미가 아니긴 한데 -_-)을 상당히 과소평가한?!? -_-; 처음 부분에는 조지 클루니가 가정적이고 온화하면서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정치관을 가진 대통령 후보로 묘사되어서 "자기가 감독에 주인공이라고 넘한다. 'Bob Roberts'(1992)에서 감독이지만 스스로 악역을 맡으면서 역설적으로 미국 선거의 문제를 해부했던 팀 로빈스와 참 비교된다" 이런 생각까지 했더랜다. 좀 보니깐 그건 아니더군. 영화의 포인트는 케사르 암살 수준으로 거물 정치인이 거꾸러진다는 것이 아니라,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 같은 것이 미국 정치계에 흔하다고 꼬집으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목에 비해 강력하게 apeal하는 것이 없다는 점이 문제이긴 해도, 탄탄한 연출을 통해 미국정치의 추한 이면을 조명한 점에는 점수를 줄 수 있겠다. 물론 미국정치만 그렇겠냐만... 조지 클루니가 이렇게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를 감독하거나 출연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 4. The Men Who Stare At Goats, 2009 우리말 제목이 '초(민망한)능력자들'... 조지 클루니가 출연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는 연결성이 있다. 일단 출연진이 빠방한 영화이다. 영화 포스터에 나오는 4명의 주연만 해도 조지 클루니, 제프 브리지스, 이완 맥그리거, 케빈 스페이시... 그 밖에 'Avatar'(2009)에서 악명을 날렸던(?) 스티븐 랭, T2에서 공포의 액체금속 로봇 로버트 패트릭(지금은 다른 영화나 드라마로 많이 알려졌지만 아직도 T2에서 인상이 강한 =,.=)이 조연... 등장 배우들 보는 것만으로 흐뭇한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은 므흣한 떡밥으로 띄울 아리따운 여배우가 없다는 것 -_-; 이번에는 우리말 제목이 상당히 적절해 보인다. 초능력이라는 것이 허황 됨을 이해하고 있다면, 거물급 주연배우들이 흔쾌히 망가져주는 이 영화를 유쾌하고 편하게 볼 수 있을 거다. 이 영화가 전하는 풍자와 반전 운동의 메시지 역시 덤으로 만족감을 높여준다. 그러나, 초능력이라는 것에 대해 기대를 가지고 있다면, 스타워즈 시리즈의 초능력 제다이 이완 맥그리거가 영화 내내 망가지다가 끄트머리에 일말의 가능성 정도나 남기는(사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다소 말이 안 되더라도 여운을 남기기 위해 사용하는 극적 장치라며 넘겨버릴 수도 있는데) 것에 도저히 만족할 수 없겠지. 나야 물론 이 영화에 나온 초능력이 허황된 것을 알고 있었으니 무지 재밌게 봤다 ^^ 미국과 소련이 체제대결을 벌이던 냉전시대에 실제로 미군과 미국 정부가 초능력 비밀부대와 탐사팀을 운영했었다는 사실, 그리고 이를 다룬 같은 제목의 책을 바탕으로 만든 코메디영화이다. 실제 초능력 특수부대의 운영 결과도 영화와 비슷해서, 몇몇 관심 가질만한 성과가 있기도 했지만, 예산을 지원하기 어려울 정도로 성과가 미미해서 결국은 해체되고 말았 다고 한다. 영화에 보면... 냉전시대 미국이 초능력부대를 만든 이유가 소련이 먼저 만들었기 때문인데, 그럼 소련이 만든 이유는? 미국이 그런 부대를 만든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 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역시 그냥 코메디가 아니다. 이런 코메디 같은 상황이 실제로 미국이 초능력부대를 만든 이유였다고 진지하게 이 문제를 다룬 다큐에서 나오더군 -_-; 그니까 초능력부대에 대한 진상을 알면 이런 초민망한(!) 코메디 영화가 나올 수 밖에 없었던 -_-;;; 이렇게 알고 보면 재밌는 영화지만 띄울 떡밥이 너무 부족해서 -_- 구태여 앞의 영화 감상들과 연결성을 더 찾아보면 -_- 환상 속의 과학여신 Hypatia를 현실의 인물로 보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상 속의 초능력을 현실적으로 보려는 것에서 연관성을 찾을 수도 있겠다. 다루는 방법과 그에 대한 평가는 상반되지만... 물론... 이들 4개의 영화를 이렇게 이어지는 순서로 본 것은 아니다. 따로따로 보고나서 관심을 가지고 찾아봤더니, 우연히도 이런 순서로 연결할 수 있어서 적어봤다. 영화 일반에 대한 해석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이런 관점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나름 재밌게 영화 보는 방법 아닐까? ^^ ............................................................................... a drifter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