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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arbages ] in KIDS
글 쓴 이(By): Estee (그저나그네)
날 짜 (Date): 2011년 07월 27일 (수) 오후 12시 28분 46초
제 목(Title): Re: 태평양 전쟁의 개전은 우연?


흠, 지금까지 얘기되어 온 것과는 조금 다른 의견이군요.

미국 산업력의 1/10밖에 안되는 일본이 미국과 싸워 이길 거라고는 일본 군부도 
예상하지 않았을 거라 봅니다. 1차 대전직후만 해도 미국과 일본은 
동맹국가였기 때문에 일본군 수뇌부는 미국 본토에서 교육받은 엘리트들이 
많았습니다. 국가시스템 또한 체계적이었고 중일전쟁과 러일전쟁 등에서 모두 
승리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1930년대에 들어서 일본이 아시아 침략을 노골적으로 확대하면서 서구열강의 
경계대상이 되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전쟁이 있을 거라고 공공연히 
말해왔습니다. 그래서 미국정부도 진주만 공격이 있기 훨씬 오래 전에 오일 
공급을 끊으면 바로 전쟁이 날 것이라고 했었지요.

여기에서 미국과 일본은 침략 중단과 석유 공급에 대하여 밀고 당기는 기싸움을 
여러 번 했는데 결국 미국 보수세력에 의해 금수조치가 되었고 이후 고노에 
수상의 중재가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강경파인 히데키 도조의 주장에 힘을 얻게 
된 것입니다. 어쩌면 당시 유럽에서 세계2차대전이 일어났고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하는 모습 등이 미국 보수파의 강경입지를 키웠을 것 같습니다.

석유와 철 공급이 중단되면 당시 일본 제국은 죽게 되어 있었습니다. 살기 위한 
그들의 선택은 인도차이나 유전들을 탈취하는 길 하나뿐이었고 그것을 간섭할 
수 있는 유일한 군대를 미국본토에서 하와이로 옮긴 미국 함대였지요. 그래서 
일본이 그들만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다면 유전을 확보하고 어쨋든 당분간은 
유리한 전황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사실 이런 판단은 
침략으로 성장하려는 제국이 가진 근본적인 한계지요. 그리고 미국의 간섭만 
막으면 당시 세계대전으로 인해 일본에 신경 쓸 나라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고요. 여기에서 중요한 한가지는 미국 함대가 궤멸되면 미국도 
자신들과의 전면전을 하지 않으려 할 거라는 계산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그들이 가진 이런 고민들은 대부분 타당한 추론이었습니다. 일단 미국 공군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고 함대가 무너진 마당에 대규모 인력을 일본 지역까지 
데려오기란 거의 불가능했으니까요.

다만 일본이 간과했던 것은 진주만에서의 미국 함대의 손실이 예상했던 것보다 
크지 않았고 미국 공군력을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미국의 군수 산업력을 
다소 과소평가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울러 이러한 손쉬운 승리에 도취하여 
이후 미드웨이 해전에서 어설픈 실수로 엄청난 해군력과 공군력의 손실을 입게 
되는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미드웨이 해전에서 일본이 
승리했다하더라도 결국 장기적인 전면전으로 가면 일본은 미국에 지게 되어 
있으므로 어느 선까지 간 뒤에 협상하려고 했을 겁니다. 다만 그 협상의 선에서 
유리하도록 자기의 급을 키우기 위해 진주만 해전 이후 다소 무모한 결정들을 
많이 내렸고 이 또한 제국주의가 갖고 있는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쿠키님이 그 시절 일본 수상으로 가더라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조치를 받아들이고 천황을 설득하여 인도차이나에서 퇴각하고 
언제 올지 모를 훗날을 도모한다 vs 군 수뇌부의 의견을 받아들여 상대편의 
간섭을 미리 막고 미국과의 협상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다. 둘 중 하나일 
겁니다. 이렇게 보면 진주만 공격은 우연보다는 필연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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