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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limelite (호기심)
날 짜 (Date): 2001년 2월 13일 화요일 오전 03시 55분 18초
제 목(Title): 자연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던 시절에는
인간이 자연 속의 생물을 어떻게 생각하건 역시 상대적
으로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인간이
다른 생물을 어떻게 보느냐가 자연과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현대에는, 더 이상 인간이 자기
중심적으로 자연을 보고 이해해서는 안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마치 인간이 초식동물에 가까운 양 초식동
물을 좋은 생물로 육식동물을 나쁜 생물로 나누는(동물
들의 입장에서는 인간의 이러한 태도처럼 위선적인
것이 없겠지요) 것도 잘못이고요. 인간이 자연에 대한
선량한 지배자인 것처럼 자연을 돌본다는 식의 관점도
잘못된 것이라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 두가지 모두
과거에는 자연을 사랑하는 선한 마음이고 미덕이라고
여겨졌던 생각들입니다.

이런 생각이 왜 잘못되었는지는 역시 노예제 사회를
예로 들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이런 상황을 해석할 때
라임이 종종 써먹었던 예라 또 진부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 노예제 사회에서 노예주인은
순하고 착한 노예를 어여삐 여기고, 말 안듣고 비뚤게
나가는 노예를 미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착한
주인이 되어서 노예를 선량하게 다스리는 것이 미덕
이었지요. 이런 것들이 과연 항상 선일까요? 노예제
사회라는 전제에서는 선일 수 있는 이런 노예주인의
입장은, 평등사회에서는 잘못된 것이며 노예주인의
자기중심적 사고가 됩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연
속의 다른 생물에 비해서 인간이 우월하다는 사고관
에서는 위에 예를 들어졌던 두가지 과거의 자연관은
선량한 생각이고 미덕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연 속의
다른 생물을 인간과 동등하게 바라보는 사고관에서는
위 두가지 생각은 잘못된 것이며 인간 중심적 사고가
됩니다.

그럼, 현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자연관에서는 자연 속의
다른 생물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불과 10~20년전까지만
해도 모호하던 현대적 자연관은 지금은 많이 확립되었
습니다. 일단, 자연 속의 다른 생물을 인간과 최대한
동등한 것으로 여겨야 합니다. 또, 동등성을 인정하는
것이 이질성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므로(이는 남녀 평등
론에 대해 종종 제기되는 오해와 관계있는데), 인간과
다른 동물의 현격한 차이를 인정하고, 인간의 자연에
대한 접근을 최대한 절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
고, 자연 속에서 발생하는 어떤 현상을 인간의 입장에서
선악으로 나누어서도 안됩니다. 예를 들어, 먹히는 초식
동물이 선하다거나, 잡아먹는 육식동물의 우아함이 선
이라거나 하는 생각은 모두 잘못입니다. 어느 한 부분에
집중하지 말고, 이 모든 현상들이 자연이라는 커다란
수레바퀴의 순환 중에 일어나는 작은 현상이라고 생각
해야 합니다. 동물이 먹는 것도 먹히는 것도 모두 자연
순환 과정의 하나일 뿐인 것이지요. (이런 관점에서,
일부 극단적 채식주의자들의 오해와 달리, 인간이 자신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
면서 동식물을 먹는 것은 잘못이 될 수 없음)
만약 우리가 먹고 먹히는 자연의 순환을 이해했다면,
이제는 다시 우리 자신의 미적 관점을 올바르게 자연에
적용해, 자연 속의 어느 한 부분에 대해 바람직한 애정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이제는 초식동물의
맑은 눈망울을 더 좋아할 수도 있고, 육식동물의 우아한
운동능력을 더 좋아할 수도 있는 것이지요. 다시 말하
지만, 이런 미적 관점의 적용은,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관계가 생태계의 커다란 순환의 한 부분이며 인간과
동등하고 인간 중심적으로 선악을 나눌 수 없다는 이해가
전제되었을 때 올바른 것입니다.

이런 현대적 자연관에 대한 이야기에, 곁가지로 몇가지
생각을 연결지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서양과 동양의 종교관과 연관지어볼 수 있는데요.
서양의 중심 종교인 기독교는 인간을 자연보다 우위에
두는 성향을 가졌었고, 전통적으로 서양은 인간의 자연
극복 내지는 지배가 더 미덕으로 여겨었지요. 반면,
동양의 경우는 약간 다른데, 특히 불교는 이 세계를
커다란 순환의 계로 여겼으며 자연과 인간을 동등하게
보는 생각을 일찍부터 발달시켜 왔습니다. 사실 불교적
자연관은 현대에 바람직하게 여겨지는 자연관에 가장
근접하는 종교적 자연관이지요.
물론, 서구 열강들이 불교적 종교관으로 무장했다고
하더라도, 서구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탈사나 자연
파괴가 지금보다 덜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어째거나 이제는 서양에서 먼저 순환 관점에서 보는
자연관을 주장하게 되는 것을 보면 역사의 아이러니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요새 종종 화제가 되는 일본 만화영화 중
나우시카나 원령공주 같은 자연을 주제로 한 영화들의
자연관인데요. 현대적 자연관으로는 잘못된 생각이 많은
이런 영화들이 종종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고 해석되는 데에는 아찔하기까지 합니다.
나우시카는 얼른 보기에 자연을 폭압적으로 지배하려는
다른 인간들에 맞서 싸우는 선량한 주인공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선량한 주인공이
자연을 선량하게 지배하는 지배자의 상으로 묘사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바로 선량한 노예주인의 미덕
이라는 것과 연결될 수 있는 것이지요.
시대적으로 후대에 만들어졌다는 원령공주의 자연관은
오히려 더욱 역겨울 정도인데, 이 만화영화 속의 멸절해
가는 동물신들을 아메리카 인디언으로, 사람들을 미국
백인들로 치환시켜보면 이 영화의 위선적 자연관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들 치환을 통해서 원령공주라는
만화영화가 5~60년대 우리를 열광시켰던, 그리고 후세에
그렇게 호되게 비판받았던 인디언과 싸워서 승리하는
전형적인 미국 서부영화가 되기 때문입니다.
고전적 미국 서부영화에도 인디언이나 멕시코 인디오,
흑인노예들에게 심하게 구는 다른 백인을 저지하는
선량한 백인주인공이 늘상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 백인
주인공의 선량함이 빛나는 그늘 아래 미국사회는 여전히
극심한 인종차별을 자행하고 있었고, 타인종에 대한
침탈과 학대의 역사를 합리화시키고 있었던 것이지요.
미국서부영화류를 비판하는데 숱하게 사용되었던 이런
문제의식은, 원령공주 류의 영화에 열광하는 일본 국민
들이 아직도 식민지 침탈의 과거사 인정에는 인색하며
오히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쪽이 많은 것에도
똑 같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거기다, 권선징악은 확실했던 미국 서부영화와는 달리,
나우시카나 원령공주에서는 나쁜 인간들도 이해받고
쉽게 용서받습니다. 불쌍한 자연은 학대받고 멸절했
지만, 인간들의 결말은 마치 대승적이어 보이는 화해
입니다. 미국 서부영화에 대한 일본 영화의 이러한
차이는 우리 입장에서는 가증스럽게까지 여겨질 수
있는 것이지요. 바로 일본사회에 내재된 패배한 침략
자를 옹호하려는 의식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입
니다.

얼마 전에 EBS TV에서 방영하는 만화 연재물 중 하나를
보게 되었는데, 한편만 봐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충
내용이 동물학자(아마도)인 부모가 아프리카 동물에
대해서 연구하려고 아프리카에 오는데 아이들도 따라
오고, 그들 가족에게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리면서
시청하는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자연관을 심어준다 이런
류의 만화물이었나 봅니다. 거기서, 부모는 아이들에게
엄격하게 가르칩니다. 예를 들어, 치타 새끼가 어미를
잃고 울어도 불쌍하다고 도와주는 등으로 개입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요. 물론, 만화 속의 애들은 이런 말을
듣지않고 행동하다가 말썽이 생기고 어렵게 그 말썽을
해결하고 이런 식의 이야기입니다.
나우시카류보다 구조 상으로는 훨씬 엉성하게 만들어졌
지만 이런 류의 만화물이 더 바람직한 자연관을 담고
있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나우시카류의 만화영화는 그 자연관만 왜곡되게 이해
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성향마저 왜곡되게 이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시즘에 대항하는 논리의 영화라고요.
실제로 나우시카와 원령공주의 감독은 반파시즘 좌파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미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수단
으로서 영화계에 입문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
만, 좌파 학생운동에 호감을 가지고 있던 "철도원"이
라는 일본영화의 감독이 정작 "철도원"을 전체주의 선전
영화의 전형으로 만들었듯이, 나우시카 영화 감독의
좌파경력 역시 그의 영화 속의 전체주의적 요소들을
합리화시켜주지는 못합니다.
나우시카류의 영화에서 주인공과 그가 속한 부족은 착
하고 순수하며 그 선량함을 의심받지 않습니다. 무척
단순한 설정이지요. 하지만, 자신과 자신이 속한 사회
내부의 문제에 대한 회의가 없는 이런 단순한 생각이
바로 전체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입니다. 이런 영화
들에는 거대하고 강력한 무기를 가진 골리앗 미제국주
의와 맞서 싸우는 착하고 순수한 다윗 일본 군국주의
라는 일본인들 세계관 속의 대립구도가 그대로 투영
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전체주의를 거부하는
논리가 아니며, 전체주의로 다른 전체주의나 제국주의에
대항한다는 논리의 시대착오적 연장일 뿐입니다.
그들의 좌파 경력에도 일본 영화인들에게 전체주의에
대한 회귀본능처럼 느껴지는 성향이 항상 깔려있는
것을 보면, 일본좌파들은 전체주의에 대항하는 논리로
어떤 것을 배우는가 종종 의심이 갑니다. 물론, 한국
사회에서 좌파들에게마저 관찰되는 파시즘적 요소에
넌더리를 내는 러시아계 박노자 교수의 눈에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오십보 백보로 보이겠지만요.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이라는 책(이 책도 종종 써먹는
군 -_-) 서문인지 뒷표지인지에 보면 그런 내용의 글이
있습니다. 기억이 가물해서 정확히는 생각나지 않지만,
대충... 제3세계 사람들은 미국영화를 보면서 그 주인
공의 호쾌함에 열광하면서, 그 주인공에 의해서 쳐부
숴지는 비굴한 악당 혹은 굽실거리며 미국영웅을 섬기는
하찮은 하인이 바로 자신이라는 점을 망각한다는...
미국영화에 열광하면서 스스로 왜곡시켰던 우리 자신의
모습이, 일본영화에 열광하면서 그것들의 비틀어진
의미에 스스로 도취되면서 다시 반복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씁쓸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물론, 일본영화에서 우리가 배울 점도 많습니다. 섬세함,
아이디어, 철저함, 세련됨 같은 것들에서요. 하지만,
자연의 순환을 이해하면서 그에 대해 미적 관점을 가지는
것과, 그런 이해 없이 함부로 자연에 미와 선을 적용시
키는 것이 크게 차이나듯이, 일본영화가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이해하고, 그 이해의 토대 위에서 영화 예술적
관점들을 찾아내는 것과 그렇지않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한가... 결론은 더 말할 필요 없겠지요.

@1 오랫만에 긴글 적으려니까 무지 힘들군. 그 결과로
 또 썰렁하고 진부한 zerowit라는 소리를 듣겠지? ^^

@2 전에 술 먹으면서 나우시카 영화의 폭력성에 대해 영화
 보드에 글을 올린다고 누구와 약속했는데, 그 약속은 이
 글로 대신할 예정임. ^^
 폭력성에 대해 첨언하면, 일본은 만화영화마저 잔혹함이
 미국등 다른 영화계에 비해 심하며, 나우시카류도 마찬
 가지임. 오무인지를 제어하기 위해, 오무의 새끼에 피
 철철흐르도록 말뚝을 박아 끌고 다닌다는 발상의 설정에는
 정말 아연실색했음. 거기에 툭하면 쏘고 죽이고... 이에
 비하면 디즈니 만화영화는 정말 애들 장난처럼 느껴짐.
 또, 예의 선정성도 만만치 않음. 어린 소녀 나우시카를
 잡는 카메라의 각도가 종종 이상한 것은 느꼈을 것이고.
 물론, 어른을 위한 에로물이라면 그런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임. 하지만, 남녀노소 누구나가 볼 영화에
 그런 식의 시각이 숨겨진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음.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영화가 잔혹성과 선정성의
 측면에서 일본영화 따라갈려고 하는 것은 정말 거부감이
 많이 듦.
 인터넷에 포르노사이트, 시체/엽기사이트가 넘쳐나는
 세상에 무슨 고루한 생각이냐고 한다면, 그런 것이 넘쳐
 나고 무차별적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사회가 바람직
 하겠냐는 반문을 하겠음.

@3 여기서는 영화 이야기만 했지만, 일본사람들이 지은
 소설 등 다른 분야에서도 군국주의 과거를 합리화시키는
 요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됨.
 우리는 일본 문화의 이런 요소들을 적절히 가려서 받아
 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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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즈 = 하나두 안사아칸 라임의 즐거운 놀이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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