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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sulhee (남 설희)
날 짜 (Date): 1994년04월21일(목) 03시31분52초 KST
제 목(Title): 언니, 오빠께 조언을 구해요.


  반가와요, 키즈의 여러 언니, 오빠들...
이야기는 들었지만, 다들 저를 이렇게 반겨
주시니 너무 기쁘고 고마와요.  초보인 만큼
실수도 많지만 애교로 그냥 봐주세요.

  오늘은 얼마전 유럽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아는 언니네 집엘 놀러갔거든요.

  그 언니, 맞벌이를 하는 부부인데,
집안이 휘황찬란했어요.  그리 넓지 않은
평수의 아파트인데, 부엌이 꽉 찼더라구요.
  월풀 대형 냉장고와 파티오븐렌지, AEG 세탁기,
건조기, 식기 세척기, 일제 인덕션 렌지,
그리고 GE 브랜드의 냉장고가 하나 더 있더군요.

  "언니, 두 식구 사는 집에 이렇게까지
필요하우?"  했더니, 그언니...

  "모르고는 그냥 살지만, 알고는 없이 못살아.
이게 얼마나 편리한데.  너도 알지만 나도
집안살림 할 시간이 없지않니?  밥짓고
빨래하는 가사노동은 이것들이 다 해주고
나는 그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거야.
뭔가 창조적인 일에 몰두한다거나, 아니면
휴식을 취할 수도 있구말이지...
아뭏든 너도 잘 보아놔.  여성들은 이제
더이상 부엌떼기가 아니지않니?  그리구,
시집갈때 이정도 해가는건 기본이야."

하는 것이었어요.  저도 공감은 하긴
했지만, 좁은 집에 과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생각이 들어서 물었지요.

  "이거 하는데는 얼마나 들었우?"

  "보자.  거실에 있는 살림이랑
다해서 한 4천 들었나봐.  부엌만
이렇게 하려면 한 2천만 있으면 돼.
이것도 아무나 못한다 너?
가끔 반상회때 이웃집 아줌마들 오면
그냥 외국 이민가는 아는 친구가
쓰던 살림 잠시 얻어왔다구 이야기해야 해.
안그러면 눈꼬리를 치켜뜨고들 쳐다본다구."

  저도 얼마전에 중형승용차 값이 드는
시스템 키친인가 하는 대문짝만한 신문광고를
보기는 했지만, 막상 승혜 언니가 이런 살림을
차려놓은 것을 보니까 은근히 샘도 나고
또 부럽기도 하더라구요.

  집에와서 혼자 저녁을 하면서 나도
저런 부엌으로 바꾸어 볼까 막 고민을 했어요.
서울 아빠한테 말씀드리면 해주시기야 하겠지만
혼자 사는 살림에 그렇게까지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두 들었구요.  그리고 솔직히
그 언니보다 못할 것이 없는 내가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꼭 살아야 하나 싶기도 했어요.

 밤에 서울에 안부전화 하면서 엄마가
"용돈은 충분히 있니?  뭐 어려운건 더 없구?"
하실때 부엌이야기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다음으로 미루기는 했지만, 잠자리에서도
약간은 분한 생각에 이리 저리 뒤척거렸답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제 설희도 다 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에 같았으면
아마 무조건 졸라서 꼭 사고 말았을텐데
이제 철이 드려나 봐요.

  그런데, 정말 생산성이 향상되고
가사노동 부담이 줄어들고, 그 시간에
뭔가 다른 창조적인 일을 한다거나, 하면
투자한 만큼의 값어치는 있는거 아닐까요?

  물론 없이 사는 사람들 생각하면 제가
포기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편히 살 수
있는데 일부러 고생할 필요까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키즈의 여러 언니 오빠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설희에게 조언좀
해주세요.

        잠못드는 밤에 설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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