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elcom (온누리에 ) 날 짜 (Date): 1996년04월18일(목) 00시54분34초 KST 제 목(Title): [캡쳐] 인간과 컴퓨터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sptrkcz) 날 짜 (Date): 1996년04월17일(수) 21시58분29초 KST 제 목(Title): 인간과 컴퓨터 (아까 올린 글인데 지워졌네요. FreeExpression이라는 이름과 걸맞지 않게 어떤 분께서 일반론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신 모양이군요. 어쩌면 usenet news에서처럼 남의 글을 무단으로 지우는 CancelBot의 일종이 자동적으로 한 일인지도 모르지만요. ^_^) 저번달의 WiReD라는 잡지에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bot들에 대한 기사가 실렸었다. Bot이란 별 것이 아니고 robot을 줄여서 부르는 말인데, 특히 과학소설등에 나오는 것처럼 인류동형적인 모양을 하고 있는 것보다는 네트웍을 기반으로 특정한(특히 interactive한) 일들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수많은 웹 서치엔진들을 위해 자동으로 웹페이지들을 뒤져가면서 정보를 수집하는 bot, IRC라는 인터넷 대화방, 혹은 MUD라는 인터넷상의 게임 등 원래는 사람들이 모여서 노는 곳에 끼어들어서 마치 사람인것 처럼 대화에 끼어들고 게임을 하는 bot, ...등등 다양한 종류의 bot들이 존재한다. IRC나 MUD에서 움직이는 bot들 중에서 잘 만들어진 것들은, 자연언어로 물어보면 그런대로 그럴싸하게 대답도 하고, 때로는 다른 사용자들이 하던 대화를 엿듣고 나중에 누가 `아무개가 무슨 말을 했었지?'라고 물으면 그에 대해 답하기도 한다. 물론 이들은 아직까지 아주 정교한 내부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고, 대부분 문장을 분석하고 그중에 미리 준비되어있는 keyword가 나오면 그에 반응하여 답을 하는 식으로 작동하는 단순한 프로그램들이다. 그런 bot들과 이루어지는 대화는 대체로 그쪽 bot이 하나 하나의 문장에만 반응하고 그 문장이 어떤 문맥 안에 자리잡고 있는지를 파악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금방 겉돌게 되고, 대부분은 내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사람이 아니고 bot이라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어떤 뉴스그룹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누군가 아르메니아나 터어키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때 마다, 어떤 사람이 맨날 잠자코 있다가 그에 대해 답장을 한다. 답장의 내용은 언제나 아르메니아가 어떻게 터어키 사람들을 괴롭혔고 온갖 나쁜 일들을 저질렀는가에 대한 이야기인데, 문제는 이 사람이 보통때는 잠잠한데다가, 종종 그 답장이 전에 썼던 글들을 되풀이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뉴스그룹의 사람들이 그가 과연 인간인가 아니면 '터어키'나 '아르메니아'라는 단어에 자동적으로 반응하여 미리 준비된 답장을 보내는 bot인가를 가지고 한동안 말이 많았다고 한다. 결국 그가 인간이 아니라 bot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드러난 계기는, 어떤 사람이 'Turkey Casserole'이라는 요리에 대해 쓴 글에 대해 그가 아르메니아의 잔혹성에 대한 답장을 보낸 것이었다. 하지만 아마도 인간과 bot의 구분은 앞으로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프로그래머의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달은 점점 더 독립적으로 복잡한 일을 수행하는 bot들을 만들어낼 것이고, 이들은 web과 usenet news, 그리고 bbs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보드들을 읽으면서 주인을 위해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일정 시간마다 자동적으로 인터넷의 usenet news를 읽으면서, 주인이 미리 지시한 특정 주제에 대한 글들만을 모아서 요약 정리해서 그 주인에게 제공하는 bot들이 있을 수 있다. BBS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bot들은 사람들을 만나면 즐겁게 chat도 할 것이고, 때로는 보드에다가 글을 쓰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꼭 bot들이 이렇게 발전하기 때문에 인간과 bot의 구분이 힘들게 되는 것만은 아니다. 나의 경우, 종종 비비에스에서 글을 쓰는 특정인이 정말 사람이 맞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때가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들이 정말 발전된 형태의 bot이기 때문이 아니라, 대략 bot정도의 지능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들은 대체로 현재의 bot들이 가지는 특징들을 충실히 공유하고 있다: 남이 쓴 글의 문맥을 도무지 파악하지 못하고, 자꾸 아까 한 말을 다시금 반복하도록 만들고, 어깨 위에서 두뇌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터가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마치 preprogrammed된 것처럼 보이는 논리를 반복한다. 그런 경우 그가 인간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컴퓨터 속에서 지금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 bot인지를 구분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느다란 통신선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그와 나는 서로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고, 또한 앞으로도 볼 가능성은 별로 없으므로 그가 인간인가의 여부는 순수한 믿음의 문제이다. '뭐, 사람 맞겠지. 설마?' 정도가 내릴 수 있는 결론의 전부이니까. 보지 않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복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