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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Bshaft (거 봉)
날 짜 (Date): 1993년12월23일(목) 23시40분17초 KST
제 목(Title): 486 똥침 [3]


[3]

음악은 이미 부루스곡으로 바뀌어 둘은 자신들의 테이블로 내려오고 있었다.
거봉은 여인들 쪽을 슬쩍 보았다. 아주 짧은 순간 동안이지만 한 여인과
거봉의 시선이 강렬하게 맞부딪히면서 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테이블로 돌아 온 거봉은 박수를 두 번 치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거: 헤이~ 웨이러!

웨: 뭘 도와 드릴깝쇼?

거: 오늘은 내가 기분이 매우 좋군. 여기 모인 모든 손님들에게 술을 한잔씩
    돌리고 싶다네... 하 하 하!

웨: ( 손님이 몇이나 된다고... 꼴값을 떠는구만... )

거: 승군, 이제 자네가 움직일 차례네.

승: ( 새끼가 꼭 이런 건 날 시킨단 말야... )

부킹 성공률 85%를 자신의 이력서에 자랑스럽게 쓴 적이 있는 승교수는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것을 참고 세련된 매너로 여인들의 자리로 다가갔다. 그는 가벼운
예를 표하더니 여인들과 합석하여 계속 노닥거리면서 돌아 올 줄 몰랐다. 마치
거봉이 늦은 거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이...

거봉은 초조해 지기 시작하였다. 이제껏 키워줬더니만 저런 식으로 배신하는구만... 
아까 눈이 마주쳤던 여인이 가끔 거봉쪽을 보며 알듯 말듯한 싸인을 보낼 때면 
거봉은 더 초조해졌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거봉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중전화
박스로 가서 어디론가 전화를 걸고 있었다.

삐삐- 삐삐-

승교수는 한참 여인들과 즐겁게 놀고 있는 중에 자신의 삐삐가 울자 짜증이 났다.
'18188282' 라는 숫자가 디스플레이되고 있었다.

승: ( 십팔십팔 빨리빨리? 윽, 거봉 이놈이 열받았구나... )

거봉으로서는 이렇게 힘들게 합석에 성공하기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럴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슬쩍 테이블 밑으로 보니 자신이 점찍은 
여인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장딴지가 굵은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뭐가 좋은지...

거: ( 음... 냠냠 꿀꺽... 이 험한 사교계에서 일해 온 보람이 있군... )

승교수도 뭘 좀 아는지라 장딴지 여인을 눈독을 들였었지만, 원장에게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놈의 밥줄이 뭔지...

장딴지 여인은 화술도 아주 뛰어나 거봉과 승교수의 하이 쏘싸이어티
대화수준에 거의 육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장: 호호호... 글쎄 수종이하구 희라가 신혼집이 80평이라나요. 그리고
    돌침대까지 있대요. 호호호...

거: 아... 돌침대요. 괜챦겠군요. 난 개인적으로 물침대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거봉은 장여인의 해박한 지식과 사회를 보는 넓은 안목에 감탄을 연발하였다.
승교수도 나름대로 아쉬운대로 다른 여인과 즐겁게 노닥거리고 있었다.

마침내 거봉이 좋아하는 현진영의 "훌렁훌렁 벌렁벌렁 뽕뽕"이 흘러나오자
거봉은 장여인을 스테이지로 이끌었고 승도 자신의 파트너를 에스코트했다.
거봉은 장여인이 자신의 춤보다 더 구닥다리인 이른바 퇴끼춤을 추는 걸 보고
약간 놀랐다. 그것도 몇년전에 유행했던 퇴끼춤이 아니라 국민학교때 추던 
산토끼 춤이었다. 양손을 귀에 붙이고 깡총 깡총 뛰어 대는 걸 보니 장딴지가 
굵은 비결을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스테이지는 전위예술 그 자체였다.

어느 정도 몸들이 풀리고 나자 곡은 김종서의 "겨울비"로 바뀌었다. 
계속 지루박 스텝을 밟고 있던 거봉도 승교수가 쿡쿡 찔러 신호를 주자 황급히 
부루스 모드로 바꾸었다.
거봉은 장여인을 강하게 끌어 당기고 김종서의 호흡이 바뀌는 미묘한 마디 마디에
맞추어 더 강하게 힘을 주었다. 여인도 거봉이 당기는 힘 이상으로 자신의 몸을 
밀착해 왔다. 거봉은 일명 자진방아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남녀 역학의 제 1 법칙을
장여인이 잘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 이 여자는 제 3법칙까지
모두 알고 있으리라...
거봉은 여인의 탄탄한 장딴지가 느껴질 때마다 자신의 바지 호주머니속에 당구알이
없다는 점이 못내 아쉬웠지만 심상치 않은 밤이 되리라는 예감때문에 마냥 기분이
좋았다.

정말 심상치 않은 일은 곧 바로 일어났다.
오늘도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 예술가의 흐뭇한 마음으로 거봉과 승은 두 여인과
함께 테이블로 내려왔다. 목이 마른 일행들은 기분좋게 건배를 했다.
"거봉님의 만수무강을 위하여!"
청하를 시원하게 쭉 들이킨 거봉과 승은 잠시 헤롱헤롱 하다가 그대로 안주위에
얼굴을 박고 쓰러졌다.

장: 호호... 귀여운 것들. 안주감으로 만들어 주지.

장여인은 골아 떨어진 둘을 내려다보며 싸늘한 웃음을 지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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