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Luka (c) H. Son) 날 짜 (Date): 1996년02월28일(수) 08시10분53초 KST 제 목(Title): 맑았던 날의 이야기 [6] 그렇게 일찍 깨어난 잠... 그리고 하루종일 이것저것 일도 많았다. 각 조로 나뉘어져 나름대로 자그만 행사도 하고 여론조사도 하고... 의도적으로 영미의 조에 끼어 들었다. 어렵사리 다시 인사도 나눌 수 있었다. 점심준비를 하는 것이 우리조의 맡은 일이었다. 개울가로 가서 반찬거리를 다듬고 쌀을 씻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조심스레 그때의 일을 물어보았다. 그랬다. 그녀는 바로 그때 그자리에 쓰러졌던 그 여학생이었다.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한것 같았다. 나역시 말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말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녀의 기억속에 나라는 존재는 이미 영웅으로 탈바꿈하고 있었으므로.. 오후 일정도 마치고 모두 방안에 모여 앉아 이런 저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늘 그랬듯이 영식의 열변은 우리들의 이목을 집중케 하고 있었다. "요전엔 정말 죽는줄 알았어요. 정신을 잃고 실려가서 일어나 보니까 병원이더라고요... 하마터면 잡혀갈뻔 했지요..." 그 치열했던 데모의 일을 말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투사라는 별명이 붙어있을 정도로 유명한 베테랑이었던 것이다. "그때 혹시 교련복을 입고 있지 않았나요?" 영미가 갑자기 톤을 올리며 물었다. "그랬죠. 공대 일학년은 그때 대부분 교련이 들은 날이었죠.." 영미는 말을 이었다. "혹시 진압대 아저씨들하고 싸우지 않으셨어요?" "그랬죠... 그래서 입원까지 했지요.. 하마터면 끌려갈뻔도 하구요.." "그럼 저 기억 안나세요? 그때 저 구해주신거 말에요.." 영식은 기억을 더듬는 듯 영미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틀림없는 것 같아요..제가 그때 청바지 입었었구요..하늘색 윗도리에..." "아 기억이 나는 것 같긴 해요.. 청바지 입은 여학생...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렇듯 나의 일은 어느새 남의 일인양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은 나였노라고... 당신을 구한 것은 나임에 분명하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내게 주어질 것은 무엇일까? 그녀를 구한 것은 아마 영식일 것이었다. 내 기억속의 그녀는 아마 영미가 아닌 다른 여자일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친구를 질투하고 시기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순 없다. 밖으로 빠져 나왔다. 오늘따라 별빛도 보이지 않았다. 비가 오려나 보다. 후두둑... 빗소리가 조금씩 다가온다..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