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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god (부리^2박사)
날 짜 (Date): 1996년02월17일(토) 14시28분06초 KST
제 목(Title):  혼자만의 기차 여행 ( 1 ) 



음... 가만있자... 그래... 그건 딱 2년 전, 바로 이맘때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그 

날 이전까지 나는 그렇게 혼자서 기차를 타고 어딜 가야 할 이유가 없었다. 아버님 

쪽이나 어머님 쪽 시골도 모두 버스로만 갈 수 있는 곳이었으니까, 같은 과 

친구들이랑 MT 갈 때를 빼고는 기차를 탈 일 조차도 별로 없었다.  



그러니까 뭔 일이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전 날 나는 내 지

도교수와 어떤 트러블이 있었고 마음이 몹시 상한 나머지, 아침 일찍 " 될 

대로 되라 " 하는 기분으로, 항의서한(?)을 선생님방 문 밑으로 탁 디밀어 

놓고는 휑하니 연구실을 빠져 나왔던 것이다. 아침 7시쯤 되었던 것 같다. 



꼭 그 트러블만이 나의 그날의 행동의 동기는 아니었다. 그 때는 내게 정

말 힘들었던 때였다... 너무 고독했었다... 혼자만의 세계에 파묻혀 지낸 건 

그 때 이미 오랜 얘기였지만, 그 고독함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것은 얼

마 되지 않았었기에... 



어디로 갈까 하고 고민을 하지 않았다. 내 발길이 닿는 대로, 내 마음이 흘

러가는 대로 가 보고 싶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나는 청량리역에 와 

있었고, 그래서 나 혼자만의 그날의 그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이다. 



대성리나 강촌에는 MT때 몇 번 가보았으니까 또 갈 생각이 없었고, 그 날

은 무작정 춘천까지 가기로 했다. 



춘천에 내려 일단 역 근처 식당에서 막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처음 간 곳

이 춘천댐이었다. 



나무 이파리들도 다 떨어지고 찬바람만 썰렁하니 부는, 딱 요사이 같은 철

이었으니, 그러잖아도 황량했던 내 마음이 오죽했으랴... 정말 허전하고 쓸

쓸한... 천애고아같은 느낌으로 호숫가를 어정어정 걸어다녔다. 





호수 위에는 간간이 얼음이 얼어 있었고, 낡고 초라한 통통배들이 몇 척 

흔들거리며 떠 있었다... 



그저 그렇게 걷다간 문득 발을 멈추고 그 풍경을 한참이고 바라보았다... 

파아란 물과 그 잇닿은 하늘을... 그리고, 간간이 섬처럼 솟아있는 산들을... 

한참을 그렇게 쳐다보다간 또 걷고, 걷다간 또 멈추고... 



그런데, 그러면서 이상하게도 내 마음이 점점 푸근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구실에서 찌들대로 찌들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상쾌해지고 있었다... 

간간이 물위에 여기저기 떠다니는 바랜 나뭇잎들처럼 내 마음도 자유롭게 우주를 

소요하는 것 같았다... 깊은 호수 속에 푹 잠길 수도 있을 것 같았고, 그 물 속에 

비친 하늘 위를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자유로웠다... 지금도 

돌이켜보건대 그 당시처럼 자유로와 본 적이 그 이전이나 이후에 전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춘천댐엘 갔다와서는 내친 김에 소양댐에도 가 보았다. 댐 위까지 

버스 타고 꼬부랑길로 올라갈 때에는 꼭 놀이기구 타는 기분이 들었다. 소

양댐위에 올라온 사람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일본인을 비롯한 외국

사람들 뿐이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내가 꼭 간첩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 시간에 여기 춘천에 있는지, 이젠 어디로 갈 것인지, 그런 건 

내 머릿속에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지도교수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 

지, 실험실의 동료들이 뭘하고 있을지도 전혀 느낌이 없었다. 그저 조용하

고 평온한 마음으로 그 낯선 도시를 잘도 구경하며 돌아 다녔다... 막국수 

말고 또 뭔가를 먹은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이렁저렁 청승을 떨다보니 어느덧 서울 가는 기차시간이 되고 있었

고 서둘러 춘천역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차표는 아까 춘천에 오자마자 

일단 끊어두었고, 나는 춘천역에서 자판기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느긋하게 

기차 시간을 기다릴 수 있었다. 


                      < 2부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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