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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sunbi ()
날 짜 (Date): 1996년01월23일(화) 05시01분16초 KST
제 목(Title): 신세타령


팔자타령이라고 해야 하나 신세한탄 이라고 해야하나... 제목하나 놓고 억세게 
고민했다. 내 성격이 이렇다. 편집증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된다. 뭐든지 적당하면 
득이라는데 그놈의 성격이 무척이나 자신을 피곤하게 할때가 많음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좋게 말하면 집중력이 강하고 끈기가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의지가 굳기 
때문이라고 호사스런 단어를 마구 찍어붙일 수 도 있지만, 실제로는 가끔은 나 
자신도 나의 이런 성격 내지는 습관이 싫을 때가 있다.
오늘은 되는대로 아무말이나 써대련다. 문어 디스코추듯 비틀거리는 글이 될 것만 
같다. 

하루종일 컴퓨터 스크린만 보고 앉아 있었다. 내가 하는 공부는, 아니다 말을 
바꿔야 겠다. 머리도 보통수준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내게 거창한 공부라는 말은 
당치도 않을테니... 내가 무언가 한답시고 흉내를 내고 있는 것의 공식적인 제목은 
생물물리라는 것이다. 영어로 쓰면 제법거창하다. Biophysics. 물리학의 지식을 
생물체라는 시스템에 적용하여 풀어나가는 학문이다. 잘 모르시는 분이 많으실 줄 
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된다. 우리 나라 작년 사법고시에 물리학 박사님이 
한부운 합격하셨는데 그분 전공이 바로 이것이다. 말인즉, 아무리 해봐야 한국서는 
속된말로 비젼발이 안서는 그런 분야이다. 그렇다고 내가 이것 하는것 후회한다는 
말은 아니다. 평양감사도 자기 싫으면 안하는 것. 난 고시면제시켜줄테니 
판검사하라고 누가 곡을 해도 싫다. 이거 개인적인 의견이니 그방면 전공하시는 
분은 오해 없으셨으면 한다. 

자!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를 가지고 그럼 왜 내가 이렇게 신세타령을 늘어놓을까? 
그냥 그러고 싶어서 이다. 별 다른 이유는 없다. 다만 아무리 내가 좋아서 하는 
장단이라도 이렇게 스트레스가 쌓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어떨까?
하루종일 앉아서 100여개의 구조파일을 소팅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한것은 겨우 
200개... 정말 말그대로 단순 노동이다. 생물체의 구성단위인 세포에 들어있는 
각종물질들 잘아시는 DNA부터 Protein까지 그것들의 구조를 원자단위로 밝혀 놓은 
좌표를 화일에 넣놓았는데 그것들을 소팅하는 것이 오늘의 일이었다. 그런데.. 
역시 단순반복노동을 하다보면 잡념이 생기게 마련인가 보다.

무슨 잡념이었는가 하면... 좋은 일은 다 제껴놓고 지난 십년동안 안좋은 일 겪은 
것만 모조리 기억나는 것이다. 그것도 최근 한 2년 사이 일어난 일은 장면하나 
안빼놓고.. 나의 경우 가장 큰 스트레스는 사람들 상대하는데 있다. 남달리 민감한 
성격이라 상대가 조금이라도 가시돛힌 말을 하면 그 파급효과가 대단하다. 그런데 
이제는 나머지 공부까지 해가면서 울화통을 앓아야 하다니.. 쯧쯧.. 내가 생각해도 
난 정말 세상 편히 살기 글른것 같다. 그럼 무슨 말들이 오늘 나를 괴롭혔을까?

"한국서 물리학은요 이미 포화상태래서 일자리가 없답니다... 참 정말 장하십니다. 
일신의 안녕을 멀리하시고 오로지 숭고한 학문의 길...어쩌구..."

이건 한 일년전에 W*****대학인가 어디에서 공부한다는 나보다 3살 연배가 높은 
분이 하신 아아주 좋으신 말씀인거다.  한참 후에야 알았다. 한국에선 타 학문과의 
협동이 아주 불가능할 정도로 서로 상대를 깔아본다는 것을 이를테면..
물리학하는 사람은 화학하는 사람들을 우습게 알며 화학하는 사람들은 생물하는 
사람들을 우습게 알고 ....기타 등등.. 이 순서가 반대일 수도 있다. 어쨋든 
중요한것은 서로 잘났다고 난리를 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부에서 물리한 사람은 
대학원때 다른 전공을 택하면 아주 천민취급이래든가?

난 영국서 학부부터 했었기에 그런 내막을 모르고 그때까지 살아왔었다. 몰랐으니 
행복한 것이었지... 참 아까 그양반은 무슨 화학인가 한다고 알고 있다. 그 비꼬는 
말도 난 감지덕지 받아들여 고맙다는 말까지 했으니 후후... 

이래 저래 생각이 많았다. 이 나이 먹도록 추구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도 난 그 허울좋은 타이틀때문에 공부 시작하지는 않았다. 허긴 
그런 사람 누가 있을까?  장사도 못하면 박사한단 웃기는 비아냥 소리가 서울 
장안에 울려퍼진댄다. 누군가 그랬다.. 들으라고 한 소린지 우스개 소리였는지는 
몰라도...  어떤이는 또 그랬다. 모3든것이 자기 만족일수도 있다고... 이를테면 
인류를 위해 일하는 과학이라는 명분은 교묘하게 내세워진 가면일 뿐이고 실제는 
자기 만족이며 자기 도취라고... 그럴수도 있다.  다시 feedback해서 생각해 
보았다. 과연 내가 이 인기도 없다는 물리학을 처음 시작한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그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이유중하나는 나의 그 성격... 
편집증적인 집착이다. 무엇이든지 파고들어 이유를 알아야만 잠인들 잔다.
그 답을 찾아냈을때의 기쁨 행복... 영화 Sister Act에서 우피가 흘렸던 명언과 
같다.
"better than sex". 그 행복때문에 나는 물리학을 택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글을 쓰면서 나자신 다시 하나의 답을 내린것과 같다...  외적인 요인들이 나의 
기쁨을 앗아갈 수 없을진대 내가 왜 분노하였는가?  그것은 분노라는 것 보다는 
슬픔이었을 것이다. 아마도 모든 학자는 자신의 일이 업적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할 것이다. 다시말하면 일반 사회인들이 그 사회에 필요한 일이라고 인정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는 말이다. 나역시 마찬가지 였을 것이다. 나의 일이 인정받고 
사회에 필요한 것임을 인정받을때 그 기쁨은 배가 되는것을...

그러나 다시 원점이다. 우리 나라사회는 물리학을 더구나 첨단을 걷고 있다는 
생물물리..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분자 생물물리는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 난 
필요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나의 기쁨만을 위해... 다시 비참해 진다.

언젠가 쳇방에선가? 누군가 아주 명쾌한 질문으로 내게 비수를 꽂았었다.
"아저씨는 박사받으면 돈 많이 벌어요?" 난 이렇게 말했다.
"박사 받고 나면 돈을 많이 벌겁니다. 물리 안할거거든요.."
요새 사람들은 아무나 보면 아줌마 아저씨하나보다. 이것도 유행일진데...나도 
아무나 보면 아줌마 아저씨라고 해야겠다.

200번째 파일을 엮으면서 결심했다. 내가 나의 전공으로 밥먹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나는 허생이 되겠다. 잘 될까? 누군가는 그러더군 그런 재주나 있냐고?
글쎄? 도둑질도 배운놈이 하면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어차피 돈이 최고가 
되어버린 세상...


201번째 파일을 엮기 전에 글을 썼다. 이제 또 그 일을 해야 할것이다. 지루한 
일이지만 이 파트가 끝나면 그 파일들을 기초로 아주 재미있는일을 할 수 있다. 
기대된다.  아마도 아마도 나는 학자로서의 자격이 부족한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소한 잡념으로 화도 내고 힘들게 힘들게 이루어가고 있는 일을 포기하려피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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