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eXpression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hermit (카똘..)
날 짜 (Date): 1995년05월23일(화) 19시58분01초 KDT
제 목(Title): [퍼온글] 당신의 순결에 대한 보고서 5[E]



Posted By: Anonymous (Anonymous) on 'Anonymous'
Title:     당신의 순결에 관한 보고서 5
Date:      Thu May 11 20:14:34 1995


  그런데 이번엔 어렵사리 잠을 청해보던 그에게 미처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남녀 단둘이란건 정말 뭔가 다른 분위기를 만드는 힘이 있었다.
이건 MT갔을때의 혼숙(?)하고는 명백히 달랐다.

  옆에서 분명히 잠못이루고 있을 그녀를 한번이라도 꼬옥 안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충동이 마구 솟구치고있었다. 이건 분명 성적인 충동은 아니었지만
아까 얘기를 나눌때 보았던 어떤 애처로움 같은 그녀의 눈빛을 떠올리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따뜻한 포옹을 해주고, 아니 하고 싶다는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내가 이걸 정말 실천에 옮긴다면 한사코 싫다고는 하지 않을것
같은데...'

  그러나  그러다 보면 성적 충동이 머리를 들건  뻔한 이치였다

  '맙소사,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도 별볼일 없는 놈임을 나 스스로
확인하고 있구나, 짐승같은놈, 여태 제 입으로 떠든 거룩한(?) 소리들이
통곡을 하겠다.'

통곡을 하겠다.'

 그는 이 지경이 되기 직전까지 자신했었다, 결코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그런데 이게 뭔가.  그는 자기 자신 두개의 모습을 놓고 심한 좌절감과
함께 자기 학대에 빠졌다.

 '이정도  유혹에 빠지다니.... 황진이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었던
지족선사, 그럼 나는 지금 그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가?'

  그러나 물론 그런것도  아니었다. 그는 그 스스로 황진이를 만들고 있었다.
그의 황진이는 좀처럼 물러서려 하질 않았고 서경덕이 되고자 했던 그는
점차 지족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또 다른 자신이 소스라치는것을
하릴없이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드디어 그는 그의 본능이  만들
어낸 욕망이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걸 깨달았고 그 순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어둠 속에서도 누워있던 그녀가 움찔 하는것이
느껴졌다. 그는 그녀를 향해 고함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댔다.

  "이 바보 같은 여자야, 도대체 뭘믿고  따라들어왔니? 내가 아무리 도덕
군자인 척해도 끓어오르는 본능의 지배를 받는 어쩔 수 없는 수컷인데,
내가 정말 못된짓이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넌 나란 사람의 인간성을
믿었어야 하는게 아니라 남자란 짐승의 본능을 의심했어야 했다. 앞으론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이러지 마라, 절대로."



  그는 이불을 움켜쥐고 방문을 안으로 잠그고 나서는 그대로 나가 문을
닫아버렸다. 방과 복도를 나누고있으면서 욕탕으로 연결되는, 문과 문
사이의 좁디좁은 공간에 그는 자리를 만들어 허리를 구부리고 누웠다.
따뜻한 방안과 문  하나를 사이에두고 잔뜩 도사리고 있던 한기에 몸을
맡겨버린 그는 자신을 매섭게 질타했다.

  '잘 하는 짓이다.  제 몸 하나 통제하지 못하는 대가를  톡톡히 받고
있구나'

  그는 이렇게 해서라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했다. 또 다른
욕망, 자신이 결국은 이겨냈다는 성취감을 만족시키기 위해.

  눈덮힌 지리산의 아침은 그렇게 밝아왔다. 추위속에서 밤을 지새다시피한
그는 동이 터올때가 되어서야 따뜻한  방안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그들은 각자의 짐을 챙겨 부산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

  여자는 새롭게 창조된 순결을, 남자는 뜻밖에 생겨난 자기모멸감을 각각
챙겨 넣고서.

  이틀의 동행끝에 울산 버스 정류장에서 그녀를 떠나보낸  그는 남겨진
그녀의 짧은 편지에 어떤 온기가 있음을 느꼈다.

  '어떻게 불러야할지 몰라 한번도 뭐라고 불러보지 못했던것 같군요.
저도 제가 했던 행동이 얼마나 당돌하고 엄청난 것이었는지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래도 될것같았어요. 좋은 말씀들 정말
고마왔어요. 이번 여행, 평생 잊지못할 추억이 될거예요. 안녕. 인천의
천사가.'

  돌아서는 그의 마음 속에는 어떤  안도감 같은 것이 차분히 내려앉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알고 있었다. 두번 다시 그녀를 만날수 없을거라는
사실을.


  당신의 순결에 관한 보고서 끝




(M)편지답장, (R)답장쓰기, 또는 (C)계속? [C]: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