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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isis (아이시스)
날 짜 (Date): 1995년03월31일(금) 23시29분56초 KST
제 목(Title): 피곤한 날...


나는 좀처럼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다.
몸이 피곤하면 한잠 자면되고 신경이 피곤하면 찬바람 한번 쐬면 그만이다.

하지만 내가 정의 하는 제삼의 피곤... 이것은 정말 해결할 길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서 온다.
나는 유별나게 신경이 예민한 것도 같다. 좀체로 그냥 넘길줄 모른다.
남이 보기엔 겉으로 아무 소리 안하니, 알아차릴 일도 없겠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짜증을 느낀다.

언제 부터서인가 되도록 대인접촉을 삼가하려고 노력해 왔다. 허지만 그게 어디 
뜻대로 되는 일인가? 때로는 나도 약해질 때가 있는 법이고 속에 있는 말을 하고 
싶기도 한법이다. 

다른 사람과 만난다고 다 피곤한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과는 어떤 대화를 하든 
내게 참으로 유익했다고 느끼고 때로는 나의 영혼이 깨끗해 지는 것 같기도 
하다.또한 나도 그러한 맑음을 남에게 주려고 노력한다.

내가 제일 짜증내 하는 대화는 대충이런 것이다. 그것이 오늘 내가 피곤함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사람은 자기의 일에 대해 한 한시간을 줄기차게 
떠들어 댔다. 태반이 이거 해야 되는데 안되고 시간이 없어서 못해서 짜증이 나고 
이런것들이었다. 나는 늘 그렇듯 그저 듣고만 있었다. 사람이란 때로 남에게 
고민을 이야기 하다보면 마음의 안정을 찾기도 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그에게내가 
물었을 때...
"그런데 지금 하시는 일이 무엇인지 좀 자세히 이해 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시겠어요?"

그는 그런것도 모르냐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보더니 한마디 한다.
"설명해 봐야 몰라요."
나의 생각은 이렇다. 뻔히 서로 하는 일이 다른 것 아는 처지에 그럼 나에게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가? 나의 소견으로 그것은 과학하는 사람의 바른 자세가 
아니다. 과학은 금송아지 모으듯 자신만 지니고 간직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나에게 자만을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화가 났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난 원래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잘 떠들지 않는다. 행여나 
이해 못할 부분에 대해 상대방이 지루함을 느낄까봐서이다. 정녕 진정으로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만 진지하게 답변해준다. 

어쨋든... 난 그의 말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연구실로 돌아와서 옷을 벗어 
제끼자마자, 도서관으로 달려가서 지금까지 무려 다섯시간을 페이퍼들과 씨름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이렇다.
"빈수레가 더 요란하다."

지금 생각중이다. 내일이고 언제고 그를 만나면 당신이 모르는 수많은 것들이 
세상엔 존재하고 우리는 서로 다른 부분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해주고도 싶다.
...........

과학하는 여러분, 아니 학문을 하는 여러분. 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남에게 
바로 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죽은 학문이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능하거나 
인간성이 나쁜 사람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의 풍토가 자신을 너무 내보이면 
무시하는 경향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으리라 이해는 되지만...
'보여주되 좋은것만, 상대방이 모를 만큼만 보여주고 부러움만 받아보자...'
식의 언행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일까요?

.........

헤어질 무렵에 그가 말했다.
"저하늘의 비행기가 정말 낮게 나는군 오늘따라..."
나는 말했다.
"그것은 낮은 것이아니고지평선상에서 멀기에 각도가 낮아서 그렇게 느껴지는 
겁니다..."
물론 그는 화를 냈다.
"세상에 이런거 가지고 싸움하는 사람은 첨봤네..."
내가 언제 싸움을 했던가?

그래서 오늘은 무척 피곤한 날이 되었다. 

피곤에 짜증까지 겹쳤다. 


안녕히...




 
(C) 1995-1996 ISIS, Hyeon S 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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