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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jhnam (남 주희)
날 짜 (Date): 1993년12월10일(금) 17시52분49초 KST
제 목(Title): // 의상실 앞에서, 오늘 //


오늘은 보슬비가 왔어요.  마치 키즈에서 요즘 빗발치듯 날아오는 저에대한
비난과는 대조적으로 말이에요.  살다보면 별 희한한 사람 다있구나 하는
나이에 걸맞지 않은 생각까지 들었다고나 할까, 어머님 의상실에 차를 대고
뒷좌석에 있는 엷은 보라빛 니나리찌 우산을 찾으며 떠오른 생각이였서요.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면 저를 비난하신 그분들은 저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면 다 좋은 사람들이고, 악의란 향수 한방울 만치 없을거라는 상상이
들더군요.  뭐 이런저런 저 나름대로의 결론을 지으며 차에서 내려 문을
잠그고 있는데 뒤에서 누런 일반택시 한대가 급브레이키를 밟으며 정지하더군요.
깜짝 놀랐서요.  뭐 대단히 급한 의상실 손님인 모양인 여자 한분이 차에서
뛰쳐 나오고요.  숨을 헉헉 내쉬며 다가온 그녀는 아마도 대학생인듯한 감이
들었지요.  그런데 그녀는 의상실을 힐끔 쳐다보더니 쫌 망설이다가 저에게
말을 건냈서요, "저... 혹시 키즈의 남주희란 분 아니세요?"  와와, 어떻게
쪽집개같이 알아 맞췄지?  "네 전데요," 라고 침착하게 답했서요.  그러자
그녀의 눈동자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더니 저에게 소리쳤어요, "그래, 니가
그 망할년 주희란 년이냐!!  너 오늘 잘만났다, 이 개샹년아!  차몰고 외제
휴대폰에 비싼 원피스입고 이태리제 구두 신으면 다냐?!  너같은 오렌지년
때문에 요즘 우리나라가 이 모양 이꼴이라고!  씨팔 현기증나게 향수뿌리며
다니는 너같은 미친년 때문에 서울 공기가 탁해진것도 모르냐, 이 개 원수야!"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커다란 돌맹이를 꺼내더니 새로 달은 제 쏘나타 유리창에
던졌서요.  와장창하며 무수한 유리조각들이 저에게 튕겼서요.  전 어쩔쭐          
몰랐서요.  그녀가 저의 옷만 찢지 않았으면 하는 뚱딴지 같은 생각만 들었서요.
그때였서요.  갑자기 저의 얼굴과 몸에 계란을 마구 던지기 시작한 것이.
"죽어라 이 개년아!  어서 썩 죽어버려라, 이 개년아!!" 하며 외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동화속에 나오는 마녀와 같았서요.  "이러지 마세요, 이러시면 
안돼요!" 라고 두손으로 날아오는 계란을 막으며 한참동안 차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었는데 마지막으로 가래침을 퉤! 뱉더니 기다리고 있던 택시를 쏜살같이
타고 달아나 버렸서요.  
    마니킹 뒤에서 이 광경을 몰래 지켜보고 있던 혜자언니가 마침내 씨익 씨익
하며 유리문을 밀고 나오더니, "뭐 저딴년이 다있어?!" 하고 택시가 떠나가버린
쓸쓸해 보이는 로데오 거리를 향해 외쳤지요.  "보아하니 한물 가버린 복고풍
나팔바지에 가죽배낭까지 맨걸 보니 이대나 성신대 년이야, 보나마나," 하며
저에 묻은 계란들을 손수건으로 딱아 주었서요.  "고마워 언니," 란 단 한마디만
하고 입을 다물었지요.  그리고 아까 차에서 내릴때 결론 지은 저의 애늙은이
같은 행동이 바보같이 느껴졌서요.

 
키즈에 계신 언니, 오빠.  제가 그렇게 사회의 거머리 같은 존잰가요?  만약
그렇다면 이제 키즈에 더이상 글 안올릴테니 솔직한 의견을 이 계시판에
써주세요.  부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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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주희                                                        � jh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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