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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hyphen (&PasteL%)
날 짜 (Date): 1994년09월02일(금) 01시20분17초 KDT
제 목(Title): 기다림 ...[1]


   제가 그분을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 부터 5년전 쯤이라고 기억이 됩니다.
막 제대를 하고 어쩔 수 없이 남아도는 시간을 메꿀길 없어 무심코 찾아들어간 곳,
지금은 그앞의 중앙청 건물과의 담이 허물어져 있었지만 그 때는 그 무거운 건물의 
옆으로 난 돌담 길을 따라 가다가 옆구리로 나있는 입구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경복궁이었습니다. 

   아침부터 찌푸려져 있던 하늘은 금새라도 눈을 내려 줄것 같았습니다. 가을이 
지나간 자리에 남아 있던 색바랜 낙옆들이 군데 군데 눈에 띄었었습니다. 느낌없이 
지내 보냈던 군대시절의 계절들... 같은 계절이 주는 그것이 그렇게 다르게 
다가오는 것인지...

   경회루가 보이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인적이 거의 없는 그곳... 그곳 한 귀퉁이 
큰 정원수 아래에 중년의 신사한분이 이젤을 앞에두고 열심히 스케치를 하고 
계셨습니다. 호기심과 동경 그리고 무료함이 저를 그분께 다가가게 했습니다.
그분이 그리고 있을 멋진 호수와 경회루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러나 그분이 그리고 계셨던 것은 주변의 모습들이 아닌 한 여성의 
모습이었습니다. 솟아오르는 궁금증을 참지 못한 저는 그분께 말을 건넸습니다.

"저 실례하겠습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

그분이 고개를 돌려 저를 올려다 보았을 때. 저는 괜히 말을 건넨건 아닌가 하는
후회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너무도 차가운 그분의 눈빛 그리고 손에든 연필...

"왜 불렀지요? 젊은이..."
"네 저 화가신가요?"
"..."
"..."

말없는 그분에게.. 저는 꾸뻑 절을 하고는 서너걸음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죄송합니다. 방해가 되었군요..."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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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in the ra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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