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quick () 날 짜 (Date): 1994년08월30일(화) 18시57분10초 KDT 제 목(Title): 나 이제 너를 보낸다. (3) 2. 윤철씨는 오늘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 어제도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 통화를 했는데, 오늘은 방에 안 들어올 모양인가 보다. 나도 왜 자꾸 그한테 전화를 하려고만 하는지 모르겠다. 막상 그가 내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하면 내키지는 않는도Ⅵ� 이상하게 전화만큼은 내 쪽에서 먼저 하는 것이다. 그를 처음 만난지는 일년이 가까와 가지만, 만난것은 고작 열번이 채 되질 않는다. 워낙에 그가 여기저기 돌아다녀 연락이 잘 되지 않는 이유도 있지만, 내겐 그와 전화 통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적이 많았다. 그는 말을 잘 한다. 어느 문제이거나 그는 아주 조리있게 때론 과장된 논리로 거북할 때도 있지만 거침없이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실제로 만날땐 그는 이상하게도 항상 농담같은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서 끝낸다. 그러나, 그와 전화를 할때면 그는 이내 진지해 지곤 한다. 그런 그가 싫지는 않다. 그래서 그와 전화통화를 하는 것이 더 좋을런지도 모른다. 다시 수화기를 든다. 마침 그가 방에 있는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있었구나..�.나야..은영이." "으응..그래..ㅈ� 들어왔어...전화했었니?" 무엇을 들킨 사람마냥 아니라는 대답으로 얼버무리고 마는 것은 나만의 소극성은 아닐 것이다. "나..아까 호성이...너 호성이 알지? 걔하고 같이 술마시고...그래서.." 그는 거의 문장을 말하지 않는다. 꼭 말끝 부분을 묘한 떨림과 함께 사라지게 해서 알 수 없는 여운을 남기는 것이다. "그랬었구나..그냥...전화한 거야..별 일은 아니야.." 하고 싶은 말이 분명히 있었다. 오늘 일어난 일이며, 무엇을 할 것이며 , 강의가 어떠 했으며, 새 옷을 샀는데 자랑도 하고 싶었다. 그런데 난 항상 그와 전화를 할때면 이런식이다. "은영인 오늘 뭐 했니.." 그가 먼저 물어 본다. 상투적으로 들릴지도 모를 10분여의 통화 - 그러나, 통화중에는 그는 사려깊고, 침착하다. "잘 자...또 전화하께..." 그에게서 무엇을 얻기위해 전화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그에게 무엇을 주기위해 전화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냥... 어찌보면 습관의 힘에 못이겨 자석같은 힘으로 수화기를 잡고 마는 것이다. 그와의 통화는 즐겁지만, 통화가 끝난 뒤에는 야릇한 적막만이 울려 나온다. 뚜우뚜우 하는 소리는 그에 대한 절규이다. 그는 도대체 나와 통화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난다. 세상에 '그냥'이란 단어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냥 그에게 전화를 하는 것인데, 그런 단어가 없다면... 할말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담배를 핀다. * 나는 네가 아프다. 네가 내 밖에 있어서 아픈것이 아니라 니가 내 안에 있어서 아프다. 너는 더이상 네가 아닌 너는 이미 나이다. 나는 네가 아프다. * Have you ever seen the shadow of shadow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