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eXpression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hjchoi (최 항준)
날 짜 (Date): 1994년08월09일(화) 03시59분42초 KDT
제 목(Title): 왕십리 분원 비망록 (1)


오늘도 변함없이 승교수는 왕십리 분원 정문에서 시작되는  교수
전용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자신의 연구실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
다. 

그런데 돌연 에스컬레이터가 중간에 멈추는 것이 아닌가?

승교수 : "음, 또 전력 예비율이 2% 밑으로 떨어졌군..."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정문에서 자신의 연구실이 있는  2호관에 
가기 위해서는 수많은 돌계단을 힘겹게 다리를 옮기며  기어올라
가다시피 했지만 거봉원장의 탁월한 로비실력으로  인해  전세계 
각국에서 답지한 엄청난 기부금 덕분에 정문에서 각 교수의 연구
실 까지는 에스컬레이터, 바닥에 깔려진 컨베이어벨트, 엘리베이
터 등등의 장비를 통해 아주 편리하게 도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알뜰한 거봉원장이 전기세를 싸게 할인받기 위해서  한전
과 체결한 계약에 따라 전력 예비율이 2%에 밑도는 날에는  어김
없이 한전으로부터의 전기 공급이 중단되었다. 

물론, 이럴 경우에는 자가발전기를 돌린다. 

하지만, 한 방울의 기름 값까지 알뜰하게 아끼는 거봉원장은  자
가발전기의 동력원으로 대학원생들을 대신 쓰도록 하였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왕십리 분원을 진동시킴과 거의 동시에 각 
건물에서는 자가발전 당직 대학원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평소에 훈련받은 데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약 2분새에 자가발전기 구동용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수레바퀴들 
주위에 마련된 멍에를 각자 어깨에 짊어지고 "강강수월래!!"  라
는 힘찬 구호와 함께 짊어진 멍에를 끌고 회전해 나갔다.

그중에는 얼마전에 입학한 줄라이의 얼굴도 언뜻  보였다.  연신 
이마에 맺히는 땀방울을 훔치며 '내가 왜 대학원에  왔나'  하고 
후회하는 듯한 인상으로 열심히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표지판이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 자가발전 학점 기준 >

        A : 평균 1500 rpm 이상
        B : 평균 1000 rpm - 1499 rpm
        C : 평균  500 rpm -  999 rpm
        F : 평균  500 rpm 미만
        I : 중간에 탈진하는 경우 (Incomplete)

        * 왕십리 분원 필수 이수과목.
        * 여름학기에만 개설됨.

승교수가 거봉원장의 뛰어난 지략에 다시한번 감탄하며 그  광경
을 보고 있는 동안 어느덧 에스컬레이터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
다.



저자 주 : 다음 편은 좀 있다가 올리겠음...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