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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indigo (청출어람)
날 짜 (Date): 1993년11월30일(화) 14시25분16초 KST
제 목(Title): 우리말...그리고 채팅체에 관해서.


요즘 그나마 freeExpression에 적합하고 어울리고 보기 좋은 글들이
올라와서 반가운 마음에 저도 한마디 합니다.

얼마전 어느 일간지에서 통신에 사용되는 우리말의 문체에 관한
이야기가 실린적이 있었읍니다.
구어체와도 문어체와도 다른 또 하나의 문체가 생기고 있다는 식으로..
이른바 채팅체로 불리는 이 문체의 특성중에 하나는 극단적으로
글을 소리나는대로 적고 문법을 무시하며 의성어 의태어가 많다는 것
입니다
주로 컴퓨터를 이용해서 우리글을 쳐넣는 사람들이 표준 문법을 그정도로
모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글을 썼더군요...
앞에 어느분이 얘기하시길 맞춤법을 몰라서 그렇게 쓰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셨는데 그부분은 공감을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경향이 굳어지면 언어의 사회성(확실하지 않지만)때문에
그것이 결국은 표준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있읍니다.

얘기가 길어지니까 거두절미하고 제가 하고 싶은 말만하겠읍니다.
우리나라 언어교육 특히 국어교육의 문제점 중에서 말하기 교육의
부재가 오늘날의 이런 결과를 가져 왔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때부터 자신의 생각을 적절한 어휘를 동원해서 표현하는 교육이
아주 소홀히 다루어져 왔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데 (특히 컴퓨터 통신등에서 빠른
표현을 하기위해서) 어려움을 격게되고, 하고자 하는 말을 벗어나서
그냥 웃고 말자는 식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모두에게 이런 생각이 확산된 후에는 흔히 채팅체라는 극단적인 문체와
문법 맞춤법의 파괴현상이 자연스럽고 시의 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은 아니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간의 우리말 교육과정에서 국민학교 시절 맞춤법교육 위주로,
중고등학교 시절 국문법 위주로 교육을 받아왔던게 사실입니다.
하여 주로 쓰기와 일기 교육은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편이지만 말하기
교육, 특히 토론등에서 상대방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교육은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꼴이 되었읍니다.
우리는 "고가도로"와 "고가 제품"의 두 고가가 발음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말하기는 어려움을 느낍니다.
한때 TV 아나운서들의 노력으로 효과의 발음이 "효꽈"가 아니라는 것도
들어서 알게된 것입니다.
"맛있다"는 맛(명사)와 있다/없다 하는 동사와의 결합이므로 연음법칙이
아니고 절음법칙이 성립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딧다"는 식으로 발음
하기보나든 "마싯다"하고 발음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읍니다.

저는 이러한 현상이 말하기 교육이 소홀한데 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했읍니다.
한창 남북고위급회담이 진행될때 북한의 어린이들이 TV에서 당당히 그리고
막힘없이 말하는 것을 보고 꾸며대었다거나 각본에 의한 것으로 치부하던
시절이 - 심지어는 어린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등 - 있었읍니다.
목소리가 우리와 다르고 억양이 우리와 달라서 조금은 생경한 생각에
그리고 조금은 우스광스런 생각에 웃고 넘기지만, 북한은 어린이를
포함한 모든이들이 말하는데는 많은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말하고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현재 맞춤법이 한때 "어원을 밝혀쓴다"는 대전제에서
"어원을 밝혀 쓰되 소리나는대로 쓴다"는 대전제로 넘어왔는데...
앞으로 "소리나는대로 쓴다"로 넘어가면 채팅체가 결국은 표준 맞춤법이
되고 말것입니다.
앞서 어느 분의 말씀대로 언어의 극적인 혼란이 오고 마는게 아닌지...

답답해서 한마디 두서없이 썼읍니다....


  _ _ /|        Jung-Ju Choi
  \'o.@"        Graphics Lab., Dept. of Computer Science, POSTECH
  =(___)=       jjchoi@hobak.postech.ac.kr
     U          +82 562 279 5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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