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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zilch (eudaemon)
날 짜 (Date): 2002년 3월 10일 일요일 오후 07시 40분 08초
제 목(Title): 이규태씨와 펭귄


우리모두를 참고한 하니리포터의 기사인데, 너무 재미있군요.
설마하고 직접 찾아보기까지 했습니다.. 정말 다 나옵니다.

어쨌든 조선일보.. 마음만 비우고 읽으면 흥미진진한 구석이
정말 많습니다.

http://www.hani.co.kr/section-014005000/2002/03/0140050002002031013480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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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아빠'의 살신성인? 

조선일보를 가리켜 대한민국 일등신문이라 한다. 흠결 없는 고급신문이라 한다. 
양이 아닌 질적 리더로서 굳건한 위치를 지니고 있는 신문이라 한다. 조선일보에 
'연예가 파일'을 연재했던 방송작가 백현락씨는 자기 글을 실어주는 조선일보에 
대해 이렇게 자랑했다 ; 

"조선일보는 여전히 지독하다. 내 글 담당기자가 여러 차례 바뀐 지금도 이 고참 
작가의 글이 타성에 젖으면 즉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며, 글속에 통계자료나 객관적 
수치 등를 직접 확인해 보는 세심함도 여전하다...."

([독자와의 대화] 조선일보에 글을 써보니, 2001.8.18) 


과연 그런가? 다음 글은 백씨의 자랑이 얼마나 유효한지를 실증적으로 점검해 보기 
위해 씌어진 것이다. 이를 위해 기자는 '펭귄'이라는 동물을 선택했다. '펭귄'은 
조선일보가 즐겨 다루는 소재 가운데 하나다. 특히 조선일보가 자랑하는 이규태코너
에 단골레파토리로 등장한다. 하고 많은 소재 가운데 펭귄이 뽑힌 것도 그 때문이다.
(조선일보를 비판하는데 펭귄을 소재로 삼아서 개인적으로 미안한 감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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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동물인 펭귄은 알을 낳을 때 얼음바닥 아닌 곳이 없기에 아빠 펭귄의 두 발 
위에 낳아놓는다. 아빠는 부화할 때까지 날개로 알을 덮어 움직이지 못하고 몇 주
일을 꼬박 굶주린다. 새끼가 부화하면 양식을 마련하러 먼 바다에 나갔던 엄마 
펭귄이 돌아온다. 아빠 펭귄에게 양식을 나눠줌직한데도 도외시당한 아빠는 
비틀비틀 먹이 찾아 나가다가 쓰러져 죽게 마련이다...." 


9일자 조선일보 이규태 코너 <아빠 育兒>의 첫대목이다. 조선일보가 자랑하는 
잡학박사 이규태씨는 이 글에서 펭귄에 대해 전세계가 놀랄 깜짝학설을 소개한다. 


(1)펭귄은 북극 동물이다?
(2)아빠 펭귄이 날개로 알을 덮는다?
(3)아빠 펭귄은 죽는다? 


(1)펭귄은 북극 동물이다? 


펭귄이 북극 동물인가? 답은 아니올시다! 이다. 펭귄은 남극에 고유한 대표적인 
동물이다. 이는 초등학생도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규태씨는 펭귄을 
'북극 동물'이라고 용감하게 말한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그가 착각했거나 
실수했을 것이라고? 좋다. 나도 실수를 받아들이지 못할 만큼 쪼불쪼불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씨가 펭귄과 북극의 연관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글들을 
자주 올린다는 데 있다. 다음 글을 주의깊게 읽어 보시라. 

"에스키모족은 남을 위해서 살신하는 의로운 사람을 남자일 경우「펭귄 아버지」, 
여자일 경우「연어 어머니」라 부른다고 한다...."

([이규태코너], 살인성인 유학생, 2001.1.29) 


에스키모라 불리우는 이누이트족은 북극에서(만) 산다. 그리고 앞서 말했다시피, 
펭귄은 남극에서만 서식한다. 남극과 북극은 지구의 맞은편 남쪽끝과 북쪽끝에 
각각 위치해 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북극의 에스키모인들 사이에 펭귄에 관한 
속설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일까? 

조선일보를 검색해서 찾아낸 또 하나의 자료를 소개한다. 이 역시 이규태코너에 
올려진 글이다. 이 글을 보면 이씨가 얼마나 자유분방하고 무책임하게, 그리고 
기분 내키는 대로 글을 써대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동부에서 인기없는 무력한 남자를「아빠사자」라고 빗댄다.... 그러하듯이 
에스키모 사나이들 간에 가장 모욕적인 욕말은「펭귄아빠」다...."

([이규태 코너] 사자아빠 펭귄아빠, 1997.05.01) 


다시 에스키모와 펭귄의 상관성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내용이 앞의 것과 
전혀 반대된다. 남을 위해서 살신하는 의로운 사람을 가리킨다는 '펭귄 아빠'가 
여기서는 에스키모 사나이들 간에 가장 모욕적인 욕말이 된다. 뒤죽박죽이다. 
헷갈린다. 이것도 이규태씨의 착각이고 실수일까? 

암튼 이씨가 전개한 전대미문의 최신 학설에 의하면, 에스키모인들은 '펭귄아빠'란 
말을 살신성인하는 사람에게 붙이는 최고의 칭찬의 뜻으로도 사용하고 아울러 가장 
모욕적인 욕설로 쓴다(고 한다). 

이러한 이씨의 이론이 맞든 안맞든 간에, 에스키모인들 간에 이러한 속설이 있다는 
이씨의 주장 자체가 성립되려면, 에스키모와 펭귄의 친밀성이 이미 전제되지 않으면 
안된다. 남극에 서식하는 펭귄의 행동양식에 대해 정통하지 않고서 북극의 
에스키모 사회에서 '살신성인=펭귄 아빠' 혹은 '수치스런 남자=펭귄 아빠"라는 
속설이 떠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겠기에 하는 말이다. 

(에스키모인들이 살신성인하는 사람을 가리켜 '펭귄아빠'라 불렀다는 이씨의 주장 
자체가 완전 뻥임은 뒤에 가면 절로 밝혀질 것이다. ) 


(2)아빠 펭귄이 날개로 알을 덮는다? 

이씨는 글에서 "아빠는 부화할 때까지 날개로 알을 덮"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펭귄은 발 위에 알을 올려놓고 아랫배로 내리덮어 체온으로 
알을 보호하지만, 이씨의 주장과는 달리 날개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펭귄의 날개는 별로 크지 않다. 게다가 물에서 어류의 지느러미와 같은 용도로 
사용하느라 상당히 퇴화됐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날개를 사용한다는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http://modu1.urimodu.com/cwb-data/data/board01/penguin1_0.jpg
(사진출처 : 우리모두) 


사정이 이러한데도 이씨는 아빠 펭귄이 날개로 알을 덮는다고 말한다. 상식을 
과감히 파괴하는 이씨의 도전적.도발적 자세에 나는 감탄.찬탄.경탄을 금치 
못한다. 

(3)아빠 펭귄은 죽는다? 


조선일보에는 유독 펭귄이 빈번하게 등장한다.(왜 그러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그리고 그때마다 아빠 펭귄이 알을 보호하느라 기진맥진하여 죽는다는 말을 
빠짐없이 늘어놓는다. 아빠 펭귄은, 조선일보에 의하면, 숭고한 부성애의 
상징이다. 이것을 이규태씨와 조선일보가 얼마나 자주 리와인드하고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란다. 

"펭귄은.... 수놈 발등 위에다 알을 낳아 놓는다. 펭귄의 발은 발톱까지 짙은 
 털이 나 있어 발등은 마치 우모 이불처럼 푹신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알을 
 낳아 놓으면 동상에 걸리지 않고 60일 만에 부화가 된다. 그렇게 낳아 놓고 
 엄마 펭귄은 먹이를 찾아 떠나가버린다. 그 두 달 동안 아빠 펭귄은 꼼짝 
 못하고 마치 표본처럼 서 있어야만 한다. 물론 아무 것도 먹지 못하기에 
 부화됐을 때는 기진맥진하여 몸도 가누질 못 한다. 이렇게 부화시켜 놓으면 
 어미가 뱃속에 먹이를 잔뜩 담아들고 나타난다. 하지만 새끼 먹이는 데만 
 골몰할 뿐 기진맥진한 아빠 펭귄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비틀비틀 쓰러져가며 
 바다로 향하는데 도중에 일어나지 못하고 죽어가기 일쑤다...."

([이규태 코너] 가시고기, 2001.07.01) 


"남극의 펭귄 어미는 알을 낳아놓고 먹이를 찾아 달포에 걸친 장정을 떠난다. 
 그 동안 아빠 펭귄은 이 알을 얼지 않게끔 품고있어야 한다. 잠시도 움직일 
 수 없고 따라서 먹지도 못해 굶어야 한다. 어미가 돌아왔을 때는 새끼는 
 부화되고 아비는 굶주린 데다 눈보라 속에 시달려 서있지도 못하고 
 쓰러지곤한다. 어미는 뱃속에 저장해온 먹이를 반추하여 새끼를 먹인다. 
 굶주린 아비에게 나누어 줌직도 한데 줄 생각도 또 얻어먹을 생각도 않고 
 비틀거리며 바다로 가다 쓰러져 죽는다...."

([이규태 코너] 펭귄 아빠, 2001.03.09) 


"펭귄 어머니는 알을 낳아 아버지 펭귄에게 맡기고 먹이를 찾아 장정을 떠난다. 
 굶주린 채 알을 품어 새끼를 지키고 있으면 며칠 만에 돌아온 어머니 펭귄은 
 뱃속에 담아온 먹이를 반추하여 새끼만 먹이고 기진맥진한 아비는 그 곁에서 
 굶어 죽어간다 하니 살신성인이 아닐 수 없다...."

([이규태코너] 殺身成仁 유학생, 2001.01.29) 


"펭귄이나 거미 당랑 등 새끼를 위해 자기의 생명을 바치는 짐승이 적지 
 않은데...."

([이규태 코너] 아비무정, 1998.9.14) 


"펭귄은 어미가 알을 낳으면 아비는 그 알을 부화시키는 양육 분담을 한다. 
 설원이나 빙원 아닌데가 없기에 펭귄아비는 두 발위에 알을 얹어 한달 남짓을 
 꼬박 먹지도 못하고 부화를 기다린다. 어미 펭귄이 멀리 바다에 가서 새우 등 
 유아식을 잔뜩 뱃속에 담고 돌아와 부화한 새끼에게 먹이게 마련인데 춥고 
 배고파 기진맥진한 아비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아빠 펭귄은 먹이를 찾아 
 가다 쓰러지길 거듭하면서 바다에 이르기 전에 죽고 만다...."

([이규태 코너] 사자아빠 펭귄아빠, 1997.05.01) 


"빙판에서 사는 펭귄은 어미새가 알을 낳을때 아빠새의 두 발 위에다 낳는다. 
 펭귄의 발에는 털이 나있기에 얼음의 추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함 이다. 이렇게 
 일단 알을 받으면 아빠새는 부화할 때까지 60일동안 꼼짝도 못하고 서있어야만 
 한다....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면 어미새는 그동안 뱃속에 저장해둔 먹이를 
 반추하여 새끼에 먹이면서도 굶주림으로 아사직전인 아빠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아빠 펭귄은 비틀 거리며 바닷가로 다가가지만 한 두번 넘어지길 
 거듭하면 일어날 기운이 없어 조용히 죽어간다. 아빠 펭귄은 새끼 사랑의 
 순교자다...."

(조선, 어미새 사랑, 1995.12.21) 


그러나 조선일보엔 안됐지만, 펭귄 아빠가 알을 품은 뒤에 죽는다는 소리는 
다 뻥이다. 이는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이규태씨가 
묘사하고 있는 황제펭귄의 산란기의 행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 


"알을 낳은 직후 암컷은 바다로 되돌아가서 7월이 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알을 낳고 처음 65일간 수컷이 혼자 알을 품는데 날씨가 나쁜 경우에는 반쯤 
 동면하는 듯한 상태에서 서로 몰려들어 밀착함으로써 외부에 노출되는 피부 
 면적을 줄여 체온을 유지한다. 겨울철에는 기온이 영하 20°C 이하로 내려가고 
 시속 200km 정도의 강풍이 몰아치는 극한적인 상황이 계속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두 달 이상 알을 품고나면 체중의 약 40%를 잃어버리게 된다.... 암컷은 알이 
 부화될 즈음에 다시 돌아오는데 울음소리를 통해 서로의 짝을 찾아낸 다음 어린 
 펭귄을 돌보는 임무를 교대하게 된다. 임무를 교대한 수컷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영양의 섭취를 위하여 며칠에 걸쳐 다시 바다로 이동한다. 이후 3-5주 
 동안은 암컷에 의해 공급되는 먹이를 섭취하면서 어린 펭귄들이 서서히 자라기 
 시작한다. 그 뒤부터는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 가면서 어린 펭귄에게 먹이를 
 공급한다. 대략 6주 정도 지나게 되면 어린 펭귄들이 모여들어 집단(Creches)
 을 형성하게 되고 부모 펭귄들은 모두 먹이를 찾아 떠나게 된다."

(www.kesti.co.kr/antarctica/Biology/Penguin.htm / 우리모두에서 재인용) 


아빠 펭귄이 죽기는 커녕, 암수가 어우러져 새끼를 공동으로 양육하고 함께 
보호한다는 동일한 설명은 조선일보 지면 안에서도 발견된다.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오면 펭귄들은「마을 유치원」을 만들어 연약한 새끼들을 
 공동 양육한다. 그렇게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새끼들을 적으로부터 함께 
 보호한다. 암수, 너나를 가리지 않고 극한 환경을 이겨내는 지혜가 펭귄마을에 
 있다...."

([남극일기] 수컷도 알품기 진통 나누는 펭귄, 조선일보, 199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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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로써 논점은 명백해졌다. 이를 요약/정리해 보자. 


(1)펭귄 아빠가 알을 품은 뒤에 죽는다는 소리는 사실과 다른 헛소리다. 

(2)따라서 펭귄 아빠를 '살신성인의 모범'으로 제시한 조선일보의 주장은 허구다. 

(3)따라서 에스키모에서 살신성인한 의로운 사람을 가리켜 '펭귄 아빠'라 
  부른다든가, 혹은 '펭귄 아빠'가 가장 모욕적인 욕설이라든가 하는 (이씨의) 
  학설 자체가 성립될 근거가 없어졌다. 


아빠 펭귄이 죽지도 않는데, 어찌 그를 살신성인의 모델로 받들 수 있겠는가. 또한 
그런 개념 자체가 사실에 근거하지 아니한 잘못된 것이어늘 어찌 에스키모인들 
사이에서 '펭귄 아빠=살신성인' 혹은 '펭귄 아빠=부끄런 남자'라는 속설이 생길 
수 있겠는가. 

각설하고, 이규태씨와 조선일보는 '펭귄 아빠'를 살신성인의 모범으로 조작.가공.
유포한 데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조선일보는 확인되지 아니한 
거짓사실을 조작.가공.유포한 데 대해 독자들에게 엄중히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소위 '대한민국 일등신문'이요 자칭 '고급정론지'라는 조선일보에 마땅한 도리라 
사료되어 감히 요구하는 것이다. 


#. 안티조선 우리모두 게시판을 참고했다. 펭귄에 대한 문제제기는 우리모두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니리포터 문성(한별) 기자 /aem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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