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doni (+ 도 니 +) 날 짜 (Date): 2001년 8월 9일 목요일 오후 02시 10분 07초 제 목(Title): 내가 살고싶은 동네 왠 뜬금없는 소리인가 하겠지만.... :> 거의 한달 이상을 매주말마다 서울에 올라갔습니다. 외국생활을 오래 하면서 상해버린 치아를 고친다는 이유로 해서 말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지만 잘 아는 치과병원을 소개받아서 갔습니다. 서대문에 있는 자그마한 치과병원입니다. 만약에 그 치과병원이 컸다면 안갔을거라는 생각이 나중에야 듭니다. 왜냐하면 서대문-종로로 이어지는 그 거리는 큰 건물이 영 안어울리거든요. 그 근처에 있는 삼성병원은 오히려 흉측한 느낌이 듭니다. 거기엔 그렇게 큰 건물이 들어설 자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정동이 너무 좋습니다. 정동교회도 좋고, 창덕여중고도 좋고, 그리고 그 뒤로 돌아서서 이어지는 골목에 있는 세실극장, 영국문화원을 지나서 덕수궁 뒷길로 해서 옛 대법원자리를 돌아보는 느낌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쪽에서 서소문쪽으로 빠져나오는 골목길들이 정감어립니다. 정동의 골목은 마치 제가 5-60년대의 옛영화의 한 장면속으로 빠져들어가지 않나싶은 그런 느낌이 들 정도로 언제나 따뜻하고 정감어린 곳입니다. 21세기라고 떠들지만 여전히 정동은 별로 바뀌지 않은 모습으로 따스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에, 저는 덕수궁 돌담길을 쭈욱 타고 걸어서 학교엘 다녔습니다. 그리고 집에 올적엔 맞은 편에 있던 경기여고에 있던 쪽문을 사용했었죠. 지금은 다 강남으로 옮겨갔지만 제 기억속에 남아있는 경기여고와 배재고등학교는 어린 마음에 참 멋진 곳으로 새겨져있습니다. 최근에 어머니와 함께 정동을 걸어간 적이 있습니다. 날씨는 비록 더웠지만 그래도 골목길에 불어드는 바람덕분에 썩 무덥지는 않더군요. 그때에 제가 어머니에게 정동에서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꼭 이쪽에 내가 살 집을 마련하고 싶다고요. 물론 이뤄지기 힘들겁니다. 그리고 정동엔 가정집으로 쓸만한 곳은 없거든요. 어머니께서 그러시더군요. 당신께서 처음 서울에 오셨을 적에, 왔던 곳이 바로 정동이었다고, 그래서 당신께서도 이곳을 서울에서 가장 좋아한다구요. 모자간에 통하는 게 있었나 봅니다. 나이가 들어가나 봅니다. 친구들과 만나는 장소를 정할 적에도 강남보다는 이젠 종로나 서대문에서 약속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친구들 역시 강남보다는 시내쪽을 흔쾌히 선택하곤 합니다. 강남의 세련됨과 화려함엔 따라갈 수 없지만, 서울의 한복판은 강남에서 느낄 수 없는 묵직한 멋을 간직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 비록 후지기만 한 시설이지만 허름한 걸상에 걸터앉아서 갓 구워내온 굴전과 막걸리를 곁들이는 맛이 일품입니다. 대전이란 도시의 아파트 촌에 살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잊어버리는 것 같아서 서운합니다. 올 가을엔 정동을 더 많이 거닐고 싶습니다. 은행나무잎들이 노랗게 물들은 정동골목은 더 멋스러울 겁니다. ------ From now on, your life will be a series of small triumph, small failure as it is life of all of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