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doni (+ 도 니 +) 날 짜 (Date): 2001년 5월 29일 화요일 오전 02시 25분 59초 제 목(Title): 둔 둔이란 게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거라고 말들은 하지만 내가 보기에 둔은 있는 넘에겐 무지하게 있게 마련이고 없는 넘들에겐 끝까지 없을게 바로 둔이란 넘 같다. 푼돈이야 생기기도 하고 곧 사라지기도 하지만, 정말 몸뚱아리 둔은 없는 넘에겐 여간해서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상 잘 만난 덕에 둔 걱정안하고 사는 사람들은 둔 없어서 절절매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원래 태어난 근본이 다른지라 둔없는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모른다. 반면에 둔없는 넘들은 둔 많은 자들의 '여유' 로운 태도를 고깝게 볼 수 밖에 없는기라. 그네들이 생태적으로 타고난 그 여유를 누려보지 못한 자들에게 그 여유는 때론 분노로까지 이어지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될 수있는 거 아이가. 서클 선후배들이 다 모여서 밤새 술마시고 노래하고 그러던 지난 토요일. 아주 어린 아그들은 아무래도 하늘같은 선배들옆에 끼기 어려워하는지라 나잇살 얼추 맞는 이들끼리 어울리게 되었는데, 그자리에서 튀어나온 말이 날 너무 당황하게 만들었다. 끽해봐야 박사학위 하나 달랑 가지고 사는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상잘만난 사람이 되어있는거다. 부친의 사업 실패를 어깨에 떠안고나서 좁은 월세방에서 애 둘데리고 사는 동기넘에게 나는 그렇게 보였나보다. 마음이 착잡했다. 거기에 대해서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내가 말을 해보았자 나의 말은 가진자의 여유로밖엔 보이지 않을 터이니 그래서 그냥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지만, 마음은 참으로 우울했다. 또 다른 친구들 중에서 나는 소위 말하는 학삐리 밖에 되지 못한다. 확실히 잘사는 넘들은 무지하게 잘 산다. 그녀석들 공부도 참 잘하던 넘들이다 당연하다. 과외금지할 적에 과외받던 넘들이니까. 그 유명한 종로학원 강사들 한테 비밀과외받던 넘들이다. 변호사, 의사, 외국회사 파트너..그 직업에도 귀천이 있다. X 빠지게 공부해서 그 계층이 된 넘들은 그 클럽에 끼지도 못한다. 적어도 2대가 같은 계층을 이어야만 된다는 것이다. 그넘들 눈에 나란 존재는 책상물림하고 있는 샌님으로서 그들의 신분치장에 도움을 약간 이나마 줄 수 있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내가 왜 이런 시답잖은 소릴 지껄이냐하면, 공교롭게도 자칭 귀족이라고 하는 넘들이 하필이면 일요일날 전화질을 했기 때문이다. 바로 몇시간 전엔 조상을 잘 두었다고 핀잔 받던 내가 이번엔 학삐리 동정의 전화를 받았으니 그거 참 골때리고 팔짝 뛰지 않겠는가. 다행이 덩치를 타고나는 바람에 그넘들 나한테 안맞아 본 넘이 없지만 그렇게 맞고도 나를 찾는 이유는 왠지 지들 사이에선 맛볼 수 없는 색다른 맛을 내가 가지고 있어서가 아닌가 싶다. 동물원의 낙타 똥누는 거 재미있다고 구경하듯이 말이다. 내가 귀국해서 새차를 샀을 적에, 그 인간들 나에게 대뜸 하던 말이, 박사받고나서 고작 그거 밖에 안되냐는 거였다. 이런 환장할 인간들...10년간 중고차 타다가 첨으로 새차 사서 감개무량해 있던 나에게 하던 말이 그거다. 하기사 외제차 모는 넘들눈에 모가 보이랴 유학시절 내 몸하나 들어가고 책상하나 더 들어가는 방에서 지내다가 여기와서 아파트에 들어가니 궁궐이 따로 없는데, 이넘들 하는 말이 좁아서 불편하겠다란 말이었다. 물론 걱정해줘서 하는 말이었겠지만 그자들의 여유는 나에겐 분노할 만한 일이란 걸 알게 되었다. 세상일이 다 이런거란 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내가 겪게 되면 혼란이 인다. 그리고 내 위치에 대해서도 의심스럽기만 하고 혼란스럽다. 나란 넘도 속물이기 때문에 안그래야지 하면서도 첨 사람을 만나게되면 지극히 상투적인...어느 학교다녔어요? 어디 살아요? (이 질문이야말로 가증스럽기 그지없다. 서초동이요 청담동이요라고 대답나오는 것과 봉천동이요 개봉동이요 라고 나오는 대답에 대해서 느낌이 달리 오니까) 질문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나 역시 누구에게 소개받을 적에 받는 질문이 이 범주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하나 더 있다면 어디서 박사했어요 정도가 더 붙을까. 하여간 거지같은 세상이다. 나도 예전엔 '잘살아야야지! 실컷 쓸만큼 벌면서 살아야지! 란 생각을 하면서 공부를 했었다. 그런데 요즘엔 전혀 그런 생각이 아니다. 마음이 편안하게 살고 싶은 생각뿐이다. 둔에 대한 애정도 예전같지 않고, 뭐 있으면 편하겠지만 굳이 없어도 딱히 불편하지 않다면 좋을 듯 싶다. 어느 정도 친구말도 맞는 면이 있어서 부모덕에 큰 고생안하고 살고 있는 사람이라서 내가 많이 못벌어도 그리 불편하진 않으니까 이런말을 나도 할 수 있는거라. 다행이 난 빚은 하나도 안지고 살 정도의 여유는 있다. 우리어머니께서도 빚안지고 사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줄 아냐고 하시니까. 그런면에서 보면 조상덕을 보긴 하는데... 열심히 실험하다가 중간에 장비가 작동을 멈추는 바람에 낑낑대고 고치다가 실패하고 이 새벽에 이런 횡수나 쓰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 역시 사람은 일을 해야 잡생각이 안나지... 그래도 둔에 대한 내생각은 변함이 없다. 둔은 돌고돈다는 것은 둔 있는 넘들이 괜시리 하는 소리라는 것. 실제로 둔은 있는 넘한테 갖다 쳐박힌다는 소리. 새벽 3시가 넘었다 퇴근하자. ------ From now on, your life will be a series of small triumph, small failure as it is life of all of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