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ricky (risky) 날 짜 (Date): 2001년 5월 1일 화요일 오후 11시 36분 24초 제 목(Title): 바에 갔다. 대전 시내의 중구청 근처에는 괜찮은 바가 많다. 계속 비내리던 주말인지라 술 마시기엔 제법 괜찮은 날이였지만, 한 3일을 마시고 나니까 정말 고되군. 하지만 칙칙하고 어두운 조명아래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몸을 천천히 흔드는 것도 괜찮았고, 우울함의 바닥까지 가라앉았다가도 다시금 수면으로 솟구쳐 오르도록 시기적절하게 농담을 던져주는 현명한 파트너랑 노는 재미란 캡쿨. 바의 벽과 테이블을 가득 채운 유치찬란한 낙서, 바텐더걸의 끈적한 목소리, 오래된 LP판으로 듣는 팝송도 서로 묘하게 어우러지는 늦은 밤이였다. 비는 이미 그쳤지만 나는 오래도록 비에 젖어 있었다. 네온등 아래로 비쳐본다면 야광처럼 빛날 푸르스름한 빗물이다. 나는 달의 자식답게 물기를 품고 산다. 달은 moist star라고 불릴만큼 젖어 보이는 위성이고 실제로도 달의 인력으로 인해서 지구의 조수가 움직이니까 제법 괜찮게 어울리는 별명이라고 생각했다. 대기에 수분이 많으면 그렇게 피부로도 호흡하게 된다. 분위기를 폐부 깊이 들이마시다가 낡은 바와 하나가 되어 가라앉는다. 또 떠오르기가 싫을 만큼. 나락에 눕는다. 그는 그런 나를 쓰다듬지만, 나는 어떤 손길도 고맙지 않다. 달빛, 술, 음악, 담배, 남자의 입에 걸린 미소.. 새털같은 가벼운 존재들을 위해 살아가는 것도 인생이다. 나는 그것들을 즐기되 언제라도 놓아버릴 수 있다. 그들은 가벼운 만큼 아름다운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