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eXpression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freeeXpression ] in KIDS
글 쓴 이(By): Convex (Gambler)
날 짜 (Date): 1994년06월27일(월) 07시57분40초 KDT
제 목(Title): [사설] 절실한 시민의 이성


 한겨레신문(HAN)                                                   한겨레신문사
 기사분류: 1. 사    설                                       기사일자: 94/06/25

 제    목: [사설] 절실한 시민의 이성                                 PAGE:  1/ 
4
-------------------------------------------------------------------------------

   절실한 시민의 이성

   힘으로 평정할 일 아니다

   노동자들의 파업 움직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날이 갈수록 강경일변도
  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교통대란'을 넘어 사회 전체가 `대란'에 빠 
  져들고 있는 것 같다. 정부 일각에서는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 
  어차피 일어날 파업이니 미리 손을 댄 것이 나았다"는 주장이 거세다고 
  한다. 이들은 물리적인 강제력으로 일단 사태를 `평정'할 수 있다고 계산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사활을 건 
  투쟁의 밑바닥에 깔린 노동자들의 아픔을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이해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버릇 고친다'느니 `뿌리뽑는다'느니 하는 단선적이
  고 안이한 정부의 자세는 노동자들의 아픔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했음을  
  드러낼 뿐이다. 따라서 정부의 대응은 어떤 것도 임시적인 미봉책일 수밖
  에 없다.

   정부가 시민들에게 전파하고 있는 노동자 비방의 요지는 대충 `시민의 
  발목을 볼모로 잡는다'는 것과 불법파업이라는 것이다. 특히 시민을 그들
  의 남편이요, 아버지며 자식인 파업 노동자들과 대립적인 위치에 놓으려 
  하는 정부와 일부 언론의 시도는 매우 위험할 뿐만 아니라 부도덕하기까 
  지 하다. 우리가 누차 지적한 바처럼 대란을 촉발시킨 장본인은 다름아닌
  정부 자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말할 것 없고 일부 신문과 방 
  송들까지 파업을 단행한 철도 노동자들을 비방하느라 여념이 없다. 방송 
  은 퇴근길의 교통 체증에 지쳐 잔뜩 짜증이 나 있는 시민에게 마이크를  
  들이대어 그들의 원색적인 불평을 거두절미하여 `시민의 소리'라고 소개 
  하고 있다. `불법'이라고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파업도 하기 전에 먼저  
  불법적 기관사 연행을 자행하여 파업을 촉발시킨 정부로서는 목소리를 높
  일 처지가 못된다. 또한 민주사회의 노동자들은 파업할 권리를 법에 의해
  보장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철도 노동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현행 노동관
  계법은 공무원이나 특수직 종사자들의 파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철도 노동
  자들은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지하철이 멈춰서면 시민들이 불편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철이 서지 않도록 정부와 사용자
  인 서울시, 그리고 노조 등 관련자 모두가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 홱목
  그래도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때 노동자들이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수
  단이 파업이다. 이렇듯 당연한 사리에도 불구하고 파업이 일어나면 무조 
  건 노동자들만 매도하는 것은 책임소재와 사태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일 
  이다. 

   정부는 노동자들을 매도하는 기사로 신문지면이 범벅이 되는 상황에서 
  도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는 이성적인 목소리가 작지 않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이창복씨 등 재야인사와 현역의원 47명으로 구성된 `공동
  대책위'는 비번시간에 농성중인 철도원을 연행케 한 최형우 내무장관 등 
  을 서울지검에 고발했고, 대전.충남지역 61개 사회단체와 각계인사 1백4
  7명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의 고발장과 선언문은 파업 노동자들 
  만을 일방적으로 매도함으로써 시민과 노동자들을 이간시키고, 나아가 과
  거 민주화 투쟁의 결실을 짓밟으려 하는 정부와 일부 언론에 대한 준엄한
  고발장이다. 그 어느 때보다 시민의 이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