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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mariah (<')333><)
날 짜 (Date): 2001년 12월 27일 목요일 오후 02시 39분 59초
제 목(Title): Re: ....


그림을 잘 그리는게 뭘까? 나도 정말 궁금하다.

내 눈에 보이는대로 똑같이 그리면 잘 그리는 것일까?
미술 이론에 입각해서  멀어지는 원근감,투시에 입각해서 그렇게 똑같이 
그려대면 잘 그리는것일까? 

대체 어떤 기준으로,무엇을 잘 그렸다고 하는 것일까?

* * * * * * * 
미대를 다닌다고 하면,미대를 나왔다고 하면 이런 말 한번씩은 들어봤을거다.

- 와 그림 잘 그리시겠네요?
- 어케 하면 그림을 잘 그릴까요? 
- 저 초상화 하나만 그려주세요..(제일 많이 들은 제일 싫은 말)
- 제가 그림을 배우고 싶은데 어디가서 배우면 될까요? 

확실히. 미대 입시를 위해서 화실에 다니는 동안은 어떤 스킬,요령,이론적인 
것들은 늘었다. 아그리파를 그리며(위의 누군가의 말대로 맞아가며, 나는 
때리는 화실은 안 다녔는데 대신 잘 그릴때까지 그리고 집에 안 보내주는 
화실을 다녔다 흑흑..) 배웠던 것은 형태 잡는 법,명암의 기본,원근감 내는 
법.. 같은 지극히 기초적인 것들이었던거 같다. 그리고 기타 등등의 석고상들을 
그려대며 나만의 선을 사용하게 되었고 나만의 그림을 만들었던거 같다.

구성을 하며 포스터 칼라와 씨름을 할때에는..
색과 색의 조합을 직접 해 보며 느끼며 배우고,면과 선의 비례를 느끼며 
배웠던거 같다. 

하지만. 대학입시라는 굴레속에서는 그 이상으로 입시에 필요한, 내가 가고싶은 
학교에서 원하는것에 따라 외워서 그렸다. 그래야 미대에 갈수 있었다.

사람들은 정말 희한한 방법들을 만들어 내고 틈새를 찾는다.
뎃생의 경우엔 방법이 없지만 구성은 정말 별별 방법이 다 있다.
입시 실기시험장에 포스터 칼라 원색만 들고 가는 바보는 없다. 
원색이라면 흰색과 검정색 정도? 그리고 기타 중요 색들..

나머지는 자신이 늘상 쓰는(좀 하다보면 개인마다의 색상풍이 있어서 즐겨쓰는 
색들이 생긴다) 색들을 미리 다 만들어서 빈병에 담아둔다. 그리고 2-3-4-번의 
순으로 병들을 쭉 붙여놓는다.이 색상 다음 단계는 항상 이 색깔. 저 색상 
다음엔 항상 저 색깔.. 시험장에서의 생각하는 여유는 없다. 시간이 없다.
주어진 짧은 시간안에 완성을 헤 내야 하고 시간을 줄이기 위해 온갖 편법이 
난무하다..

내가 본 제일 웃겼던 경우는.. 종이 팔레트(한장씩 뜯어쓰는)에 미리 포스터 
칼라를 색상별로 발라놓은 애였다. 각페이지마다 색을 미리 붙여 놓고 말려서 
그 팔레트를 들고왔다. 한마디로.. 포스터 칼라 찍어 바르는 시간도 아까우니 
그냥 팔레트에 물만 찍어 바르겟단 것이지.. 

또 웃긴거 말해 볼까나? 
구성할때 밝은 흐름이 지나가게 하고(요새도 그런 풍으로 하는진 몰겠는데) 
어두운 흐름도 연결되게 하는데.. 그것도 일정한 패턴으로 몇개를 만들어 
놓는다. 그런 패턴이 있고 거기에 입시 주제에 맞추어 주제가 되는 물체들을 
끼워 넣어 그리는데.. 그 패턴들이 보통 곡선적인게 많다.
그런거 그리려면 구름자에 곡자에.. 여러가지를 사용해야 하는데 시험장서 
그런거 할 시간 없다고 패턴을 몇개를 만들어서 하드보드지 같은걸로 모양을 떠 
놓는다. 그리고 그냥 그거대고 쭉쭉 그리면 된다. 열라 편하지 않은가?

우리 화실? 손으로 대충 쓱쓱 그리고 자는 필요한데서만 대고 손으로 곡선도 막 
그렷다. 시헙장에서 자대고 그릴 시간 없다고.(이건 정말 자꾸 하면 는다)
그러다가 시험장 가서 곡선 패턴 만들어 온거 보고 쓰러질뻔 했다 . 캬캬..

* * * * * * * 
자. 그럼 뭐가 문제냐? 원하던 대학에 붙기만 하면 되지?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지 뭐.. 위와같은 방법/편법/대학붙기 작전으로 그림 
그린 애들이 무엇을 배웠을테며 나중에 그들이 그림을 가르친다 어쩐다 할때 
과연 무엇을 가르치겠느냔 거지..  자기 배운대로 가르치는거 아닌가?
흑흑.. 정말 슬픈일이지..(이래서 좋은 선생이 필요한걸거다 아마)

* * * * * * *
입시 준비할때 내가 그린 뎃생보고 선 좋다는 말 많이 들었다.
내가 그린 구성보고  색상 좋단 말 많이 들었다.
그런데 대학가보니 그게 무슨 소용이던지.. -_-;;
무척이나 허탈해하던 기억이 난다. 
한마디로 미대입시를 위한 그림이었던 거지 흑흑..

손으로,몸으로 익혀서 하는 것들은 안하면 몸이/손이 굳는다.
게다가 요새는 컴으로 다들 작업을 하기 땜시 손으로 할게 없다.
손이 바보가 됐다... 

입시 준비할때 모대학 동양화과를 졸업한 언니가 대학원 준비를 한다나 하면서 
우리 회실에 왔다. 내가 그때 받았던 충격은.. 어찌 그 대학을 들어간 사람이 
뎃생을 저리도 몬하나? 였다. 선긋는 것은 쉬면 선이 죽고 선이 안 나오는 것을 
나는 몰랐던 것이었다. 그 언니는 게다가 예중 예고를 나왔었는데... -_-;;

* * ** * * * *
탱과 마찬가지로 비 전공자들 중에 그림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고
어케하면 잘 그릴수 있나, 어디가면 배울수 있나..를 묻는데 해줄 말이 없다.
추천 해 줄 곳도 없다.. 입시생을 위한 입시학원/화실에 취미로 배우는 사람이 
가서 뭘 할까? 그냥 수입만 늘려주는 걸텐데 아마.. 

전에 내 동생이 위와 같은 이유로 그림을 그리러 화실에 다녔는데.
거기 외국에서 온 애들이 있었다. 그애들이 말하길 외국에서는 미대를 
가고싶어서 배우려 다녀도 선생이 봐주질 않는다고 한다.

그냥 모두들 자기 그리고 싶은대로 자기 맘대로 그린다고 한다.
그래서 잘 그리는 애들은 계속 잘 하고 못 하는 애들은 계속 못하고 늘질 
않는댄다..

선생이 가르쳐줘서,요령을 알려줘서,공식을 암기해서 하라는 대로 해서 
그려내는 것이 과연 더 잘그리는 것일까? 
그렇게 해서 그림을 그려 버릇하던 사람들이 자기 마음이 느끼는 느낌을 
표현할수 있을까?

나는 정말 모르겠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그니까 나한테 그런거 묻지 마라 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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