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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textile (피피오)
날 짜 (Date): 2001년 4월 24일 화요일 오전 10시 47분 15초
제 목(Title): 고호의 인간적 얼굴


http://saemga.com/saemcgi/board/teams12/upimg/981965235.jpg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베르나르 미셸이 지은 '고흐의 인간적 얼굴'은 고흐가 
자살하기 직전 20개월 동안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미스터리 터치로 
다룬다. 책에서 탐구되는 가려진 고흐의 진짜 얼굴은 천재의 광기가 아니라 
허물어지고 말 세심한 감수성으로 세상을 투시하려고 허청거렸던 인간의 
모습이다. 상투적인 전설, 야사들을 배제하고 그의 말과 글, 가족과 친구들의 
증언을 토대로 접근한 몇몇 비화들은 그래서 독특한 상념 속으로 읽는 이들을 
몰고간다. 
흔히 고흐가 정신병자엿다는 증거로 얘기되는, 귀를 잘라 남의 집에 비달한 
사건에 대해 여느 사가와 다른 해석을 내놓은 점이 우선 흥미롭다. 1888년 
프랑스 남부 아를르에서 고흐가 고갱과 작업할 당시 벌어진 이 사건을 미셸은 
'진상이 알려지지 않은 채 남아있는 기묘한 비극'으로 규정한다. 고흐의 기행에 
질려버려 작별인사도 없이 도망친 친구 고갱의 뻔뻔스런 윤색과 왜곡보도 
때문에 야사로 얼룩진 멜로드라마가 되였다는 얘기다. 책에 따르면 이 사건에서 
분명한 것은 고흐와 고갱이 결별 했다는 것, 그리고 주민들의 청원으로 그가 
병원에 격리수용되면서 지독한 실망감을 맛보았다는 것뿐이다.
고흐가 친하게 지냈던 우편배달부 루랭과 견습의사 레이, 작업을 후원했던 동생 
테오로르의 편지와 증언 등에서도 이는 드러난다. 환각증세에 시달렸을 뿐 
정신분열증은 없었으며 오히려 이런 장애가 창작의 토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말한다. "보석 세공사들은 늙고 추해진 다음에야 보석을 제대로 
세공할 줄 알게 된다...빈센트에게 장애와 질병은 예술적 충만함에 이르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아니었을까?"
말년 고흐를 우울증 환자로 진단한 정신과 의사 가셰의 탐욕이 자살을 
불러왔다는 초현실주의 이론가 아르토의 반박도 곱씹어볼 만하다. 가셰는 
환자보다 앓고 있는 병과 그림에 더 관심이 있었고, 가족들에게 환자의 내밀한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들려주어 자살의 배경을 제공했다고 아르토는 쓰고있다. 
아를르의 사건에서 미치광이로 낙인 찍혀 정신병원에 격리수용된 뒤 그림에서 
구원을 찾았던 고흐가 끝내 권총자살에 이른 과정은 그래서 "무형과 야만과 
혼돈에 맞서는 싸움"이었다고 미셸은 결론을 맺는다.

"펌" 한겨레 2월 12일자

고흐의 왕팬이라면 
그가 자살하기전 마지막 70여일을 보낸 까페의 이층 방을 가보는 것도 
괜찮겠군요.
까마귀가 나는 밀밭에 지금은 말먹이용의 옥수수가 끝도없이 자라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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