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textile (피피오) 날 짜 (Date): 2001년 4월 23일 월요일 오후 08시 44분 51초 제 목(Title): 피카소는 알아도 안견은 모른다 김태하님의 홈 문예비평에서 옮겨왔어요 피카소는 알아도 안견은 모른다 김 정 (숭의여대교수·서양화) ▲조선 초기 화단의 거장 안견의 <몽유도원도> (부분) 문화는 바로 생활이며, 생활은 곧 삶의 지표가 된다. 음악·미술도 문화요, 축구 역시 문화다. 문화를 만들어 가면서 한편으로는 지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런 만큼 마지막까지 지켜야만 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한국 문화다. 한국을 지키는 힘은 바로 문화이며, 문화를 새롭게 인식시키는 것은 바로 교육 뿐이다. 문화가치의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적절한 연구가 없으면, 그 나라는 그날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 대학생들의 미술 문화에 대한 지식 수준을 조사한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조사 대상자는 계열별(인문·상경·이공·예체능) 대학 2~4년생이다. “안견과 피카소 중에서 자주 들어보고 친숙한 화가는 누구인가?”라는 항목의 반응 결과는 피카소라고 응답한 것이 62%(인문 65%, 상경 47%, 이공 48%, 예체능 68%)다. “박물관·미술관에 가서 겸재 정선(1676~1759)의 그림을 본 적 있는가?”에서, 전혀 본 일이 없다가 22%(인문 30%, 상경 11%, 이공 32%, 예체능 16%)나 된다. 한국인이면서 겸재 정선을 모른다는 것은 지식 수준을 따지기 이전에 우리나라 대학생의 수치다. “미술 교육의 문제점은 어느 시기에 있었다고 생각되는가?” 라는 항목에선 중고등학교 시절이 48.5%(인문 32%, 상경 58%, 이공 48%, 예체능 59%) 초등학교 시절 36%로 나타났다. 청소년 시기의 문화 체험에 대한 결핍이 주범인 셈이다. 독일 대학생의 경우, 독일 작가 폴 클레·에밀 놀데·알프레트 뒤러를 모르는 학생은 거의 없다. 두 나라를 비교해 보면 한국은 무지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대학 입시와 맞물려 정서 교육은 아예 짓밟혀 온 지 오래다. 어느 나라건 전통과 현대의 미술 문화 조화는 어려운 숙제일 것이다. 마치 산업 개발을 위해 숲을 파괴시켜 공장 터를 만드는 것처럼 상반되는 문제가 많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세계 각국이 전통과 현대를 경제 문화 상품으로 개발, 교육 프로그램화하는 추세다. 최근 미국에서 부르짖는 소위 다문화접촉 미술 교육 프로그램 개발도 매우 설득력있는 다양한 교육 테마다. 세계 각국이 저마다 앞을 내다보고 미술 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한국만 내실은 없고, 속은 텅 비어 있는 꼴이다. 내 문화·내 미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찌 다른 나라 미술을 이해한단 말인가. 서로 잘 안맞는 것 같은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조화시키면 멋진 국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저질 정치 50년 동안 국민 개개인의 문화적 지식은 많이 파괴되어 있다. 장관이 돈 먹고 판사까지 돈 먹어 국가 망신을 부추긴다. 국가 망신은 곧바로 경제 위상과 직결되어 한국 신용 등급에 영향을 주는 것이므로 우리 모두의 목을 조이는 꼴이다. 축구도 문화임엔 분명하지만, 월드컵이 우리에겐 과연 무엇인가. 대통령은 미국에 돈 꾸러 구걸 행각을 하러 다니고 있는데, 국민은 안방에서 월드컵 축구 16강이니 뭐니하고 남의 나라 선수들 활약상만 보고 있다. 마치 우리가 그들 나라와 같은 문화 수준이나 된 것처럼 들떠 있다. 프랑스·독일은 초·중·고·대학에 미술 교양이 전공 선택 과목으로 있고, 우리는 1인당 외채가 5백50만 원이지만 독일은 유고·체코 등 이웃나라에 재정 지원해 주는 나라다. 우리가 50~60년 안에 외국 빚을 갚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자가 없다. 그러는 사이에 지금도 축구장 건설에 1조 원을 들인다. 한국미술을 모르는 대학생들이 졸업 후 각자의 자리에서 이 나라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미술 문화에 대해 거의 색맹에 가까운 상태에서 과연 국민을 위해 얼마만큼이나 문화적 기여를 할 것인가. 그래도 이들에게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점은 “이 방면에 학교 교육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라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57%나 된다는 점이다. 마음 한구석에는 반성하는 자세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들에게 문화의 불씨를 살려주어 질 좋은 삶을 가질 수 있도록 미술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