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화이트헤드) 날 짜 (Date): 1998년 9월 4일 금요일 오후 01시 25분 36초 제 목(Title): 김정/아이들은 만들고 꾸미기를 더 좋아한� 이야기 미술교육[3] 아이들은 만들고 꾸미기를 더 좋아한다 김정 <숭의여대교수·서양화> ------------------------------------------------------------------------------- - ▲독일의 어린이들이 수업중에 ‘꾸미고 만든’ 악어. 미술에는 그리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구부러진 못은 펴야 다시 쓸 수 있듯이 잘못된 건 고쳐야 발전이 된다. 미술계에도 삐뚤어진 부분이 많으나, 그 삐뚤어진 곳을 발견하는 식견을 갖춘 이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설령 잘못된 부분을 발견했다손치더라도 고치는 게 귀찮다고 그냥 넘어가는 일이 더 많다.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정서 교육은 바로 심성 교육이며, 곧 사람을 키우는 인성 교육이기 때문에 구부러져 있거나 잘못된 곳은 옳게 펴 놓아야 훗날 좋은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미술 교육은 즐거워야 한다. 그것은 과목 자체의 특성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 교육 현장은 그렇지 못하다. 인성 교육과 거리가 먼 점수 따기 위한 학습으로 타락되어 있다. 점수를 높이기 위해 평균 80%의 아동들이 거의 매일 그리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서울·경기 아동들이 집 또는 미술 학원과 학교에서 그림을 그리는 횟수를 조사한 것에 따르면(1992) 매일 그린다가 29%, 주 3~4회 그린다가 66%, 주 1~2회 그리기는 10% 정도로 나타난다. 한마디로 과다한 작업량이다. 미술 표현 작업에도 주로 그리기(평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의 실제 표현 흥미도 조사는 그리기가 아니다. 그리기 6%, 만들기 37%, 꾸미기 47%, 찍기 등 기타 10%로 조사되었다. 뭔가 만들거나 꾸미는 데 더 많은 흥미를 갖고 있다. 아동의 흥미와는 상관없이 그리는 손기술이 미술 평가의 기준처럼 되어 전혀 엉뚱하게 치닫고 있다. 보통 아이들 사이에서 “쟤는 그림 제일 잘 그리는 아이에요.” “난 미술 못 그려요.”라는 식이다. 지극히 편견에 사로잡힌 것이다. 미술 교육 과정 편성의 기본틀이 삐뚤어져버린 것이다. 미국이나 독일의 아동에게는 눈을 씻고 찾아보려 해도 없는 일이다. 독일 아동의 주당 그림 그리는 횟수는 1~2회, 만들기 꾸미기 등 기타 표현 작업은 주당 2회 정도다. 이에 비해 한국의 아동은 비교가 안될 만큼 엄청난 큰 돌덩이를 지고 다니는 격이다. 그리지 못하면 만들기도 잘 할 수 있지 않은가. 사람이 생선찌개 못한다고 김치까지 그러하다고 단정해서야 되겠는가. 누구든 한 가지 본인에게 잘 맞는 재주는 있는 것이고, 그것은 개인의 창조력이며, 국가의 재산인 것이다. 그리기에서 잘못된 부분의 대표적 사례는 바탕 메꾸기다. 바탕을 빡빡하게 메꿔야 교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메꿔야 좋다는 규칙이나 규범은 없다. 화면 구성상 장점도 있을 수 있지만, 성장하는 아동에겐 폐해도 많은 것이다. 바탕 메꾸기는 과다한 작업량 때문에 즐거워야 할 미술이 지겹다고 호소하는 아동들이 많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 정서에나 맞는 습관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영향이라고 본다. 필자는 한국인 정서에 맞게, 10매 그렸을 경우 6매는 메꾸지 않아도 좋다는 견해를 논문을 통해 이미 밝힌 바 있다. 무한 창조에 어떤 부담이 누르면 안된다. 삼성생명의 오랜 전통인 어린이 사생대회에서도 필자는 바탕을 안 메꾼 작품도 상위권 상을 받을 수 있다는 본보기로서 일견 뽑아 주고 있다. 획일적이거나 비전문가의 상식적 수준의 견해는 막아야 한다. 과거 우리는 전문가가 없어 삐뚤어진 진실을 제대로 못 보는 예가 많았다. 잘못된 것을 이제부터라도 고치지 않으면 우리는 후손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며, 지금 못하면 또다시 후회의 10년 세월이 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