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eArt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golfer (진정한골퍼)
날 짜 (Date): 1998년03월16일(월) 17시49분46초 ROK
제 목(Title): 떠오르는걸 그릴 수 있는것은 대단한 선물 



때때로 마음에 그림이 떠오르곤 한다. 오래전의 길거리일 수도 있고, 

구름 많이 낀 하늘, 보고싶은 얼굴들, 영화의 한 장면, 또는 소설에서 

말로 묘사한 장면 일 때도 있다. 이걸 그려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

까? 하고 나는 아주 자주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좀 무리이고, 좀 나

이에 안맞는 센티멘탈리즘이지만, 때때로 드는 비감한 감상과 고독을 

아주 슬프게 그려보고도 싶다. 



제대로 교육을 받았으면, 일정 수준 이상의 테크닉과 표현력이 있었

다면... 이런 생각을 할 때, 미술학원 땡땡이 치고 결국 엄마에게서, 

'넌 피아노도 안되고 미술도 안되니 공부나 하거라' 했던 불우한 유

년시절이 후회된다. -_-



안정이 되면, 즉 일정한 수입원이 생기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교육 

코스에서 뎃상부터 배워보고 싶다. 사실은 인물화를 그리는게 급하긴 

하다. 점점 잊혀져 가고 사진하나 남은 게 없는 얼굴들인 경우에 

말이다. 



미술을 전공하고 계속해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래서 그렇게 부러울수

가 없다. 그런데, 몇 개의 미술관을 전전하고, 또 학교의 졸업작품전

을 눈치 봐가며 전전한 결과, 놀라운 걸 발견했는데, 별로 그다지 감

상적이지 않다는 거였다! 아마 내가 좀 딸려서 미술에 나타난 깊은 

생각들을 제대로 못본건지도 모르겠다.



화공과의 경우에, 어찌할래도 별수없이 고분자 중합은 고분자 중합이

지, 슬픈 중합이란 말도 안된다. 하지만 예술인 경우에, 올해 개인전 

테마는 내가 느꼈던 고독한 초저녁의 인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

까? 얼마나 좋은 인생인가!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긴 옛날에 내가 여자 

얼굴을 그리다 보니, 서글퍼져서 어설픈 모딜리아니가 되버렸는데, 

집안에 있는 미대 출신들이 막 웃은 적이 있다. 걸르지 않은 감상은 

작품의 주제가 당연히 될 수 없지. 정순한 사상을 그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앨범 자켓에 갸름한 얼굴들을 그리는 이소라는, 그런 얼굴을 

갖고 싶다는 좀 쓸데 없는 생각을 한 것일까? 역시 어디까지가 어디

까지인지가 항상 어려운 문제였다. 그릴 수 있게 되면 뭐부터 그리게 

될까? 그때도 지금과 같은 것들을 그리고 싶어할지는 모르겠다.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