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ineArt ] in KIDS 글 쓴 이(By): chang (장상현) 날 짜 (Date): 1998년02월27일(금) 11시44분40초 ROK 제 목(Title): Caravaggio, La Tour and Galileo 4년 전 파리의 루브르를 돌아다니던 무렵, 몇 편의 그림들 앞에서 눈길이 멎었습니다. 아름답게 타오르는 촛불 앞에 옆모습을 보이는 소녀 희미한 촛불에 비추어진 어두운 방의 외로운 소녀의 모습은 너무 인상적이라 그 화가가 누구인지 궁금해졌죠. La Tour.. La Tour가 도대체 누구인가?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라 한동안 궁금해 하다가 몇 년이 지나 이제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죠. 며칠전 학교 미술관의 공개 강좌 제목을 보기전까지는... "Caravaggio, La Tour and the Art of Nocturnes" 녹턴은 음악에서는 야상곡이지만, 미술에서는 밤을 배경으로 한 그림이란 뜻이 있습니다. 카라바지오는 바로크시대의 이태리의 대표적인 화가 '노름하는 사람', '손금보는 여자' 등 한국 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도 그림이 있는 사람입니다. 바로크미술 전문가인 리차드 스페어 교수의 강의에 따르면 카라바지오는 독특한 인물군을 17세기 초에 창안하고, 무엇보다도 밤풍경, 즉 자연 채광이 아닌 어두운 배경에서 촛불이나 랜턴등 그림 중앙의 인공조명으로 빛과 그림자가 나오는 그림을 개척한 사람이랍니다. 그의 노름이나, 코메디언, 종교화, 등의 소재는 이태리와 나아가 프랑스의 많은 화가들이 답습하는 인기있는 소재가 되었고. 특히 `녹턴'은 17세기 중반 프랑스의 La Tour에 의해 절정에 이르게 된답니다. 라 투어는 특히 어두운 방의 촛불에 의한 명암을 그리는데 탁월한 솜씨를 보였으며, 이상하게도 거의 200년 이상을 완전히 잊혀져 온 화가랍니다. 그런데 왜 17세기 초에 이런 녹턴이 유행하게 되었는가? 거기에 스페어 교수의 이론이 참 특이하더군요. 스페어 교수의 주장은 1604년 나타난 초신성과 1610년 갈릴레오의 달표면의 산과 굴곡의 발견이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겁니다. 즉 꽤 괜찮은 아마추어 화가였던 갈릴레오가 달표면의 그림자를 통해 당시의 통설과는 달리 달이 굴곡을 이루고 있으며 지구의 표면에서 반사된 빛으로 2차 조명을 받아 어두운 쪽에도 약간 밝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관찰하고 스케치해서 발표 했으며. 달은 천상의 피조물로 완벽하게 매끄러운 원형의 물체라고 믿고 있던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는 겁니다. 당시에 이 천문학적 발견은 문학이나 철학 예술에 모두 영향을 주었고, 갈릴레오는 당시 꽤 유명한 화가들과도 교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 명암과 2차 조명이라는 것이 화가들 사이에 상당한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것이죠. 라 투어의 예를 들어, 그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얼굴에 가까이 대고 있는 손등에 얼굴에 반사된 2차 조명에 의한 희미한 밝은 부분이 보인답니다. 이런 지나칠 정도의 묘사는 갈릴레오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강의 끝나고 스페어 교수가 '혹시 여기 물리학자는 없겠죠? 괜히 틀린 얘기 했다고 트집잡힐라..' 하니까 대부분 미술쪽 전공인 청중들이 다 웃더군요. 뭔 물리학자가 미술 강좌에 오겠냐는 뭐 그런 농담인것 같았는데. 그래서 강좌 끝난다음에 교수한테 가서 인사를 했습니다. "I just want to let you know that there was a physicist in the audience." 그가 약간 놀라며 '혹시 내가 잘못 말한 것은 없느냐'묻길래, '아니 정말 뜻밖의 얘기를 들어 무척 흥미있었다.' 그러고 나왔습니다. 슬라이드를 보다보니 17세기 거의 유명하지 않은 바로크 그림들 중에도 상당히 흥미있고 멋있는 그림이 많더군요. 언제 라 투어의 화집을 하나 구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장상현 e-mail : schang@phys.ufl.edu http://phyp.snu.ac.kr/~schang (korea) http://www.phys.ufl.edu/~schang (US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