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virOnment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envirOnment ] in KIDS
글 쓴 이(By): RFM (new wind)
날 짜 (Date): 2005년 3월  7일 월요일 오후 11시 18분 53초
제 목(Title): 기술관료



국립환경연구원에서 개최한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한강 유역의 
오염총량관리제에 관한 내용입니다. 경기도 광주시에서 전국 최초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연구원 측에서 추진현황을 설명하던 중 매년 
광주시에서 제출해야 하는 이행평가보고서 작성과 관련된 설명이 있었습니다. 

광주시에서 대학에 용역(2,000만원)을 주어 보고서를 작성토록 했답니다. 
국립환경연구원에서 그 대학에 보고서 작성을 위한 엑셀 파일을 주고 작성법을 
가르쳐 준 것을 실적이라고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평소 이행평가보고서가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워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질문을 했습니다. '이행평가보고서를 광주시 공무원들이 직접 
작성하지 않고 외부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 이야기가 오가던 중 국립환경연구원의 책임 있는 분이 하는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행평가서는 일부러 복잡하게 만들었습니다. 공무원들이 
작성하지 못하는 수준으로 만들었지요. 그러면 일거리가 많아지고 여기 계신 
분들도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오염총량관리계획 수립 지침을 국립환경연구원에서 만들었습니다. 전문가인 
제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고, 현실적으로 구할 수 없는 데이터, 
상호 모순되는 내용으로 가득합니다. 최근 국립환경연구원에서 인력을 대폭 
확충했습니다. 전국 4대강 수계를 담당하는  박사급 인원을 선발했습니다. 
한강수계에만 전문위원 6명을 뽑았습니다. 

기술관료(국립환경연구원은 공무원 신분임)라는 말이 생각나더군요. 자신들도 
이해 못할 정도로 복잡하게 제도를 만들어 놓고 이를 들이대면서 인력과 조직을 
확충하며 세를 불리는 식입니다. 교수들에게는 용역비 얼마씩 나누어주고 
학생들을 취업시켜 주니 서로 win-win(?)하는 것이구요. 

일단 복잡하게 만들어 놓으면 계획승인 요청이나 협의가 들어올 경우 딴지 걸 
거리는 무수히 많아집니다. 이렇게 시스템을 만들면 기술관료 체계가 
완성됩니다. 교수나 전문가는 용역비로 무마시키고 행정기관이나 용역을 
수행하는 곳에서는 기술관료의 말 한마디에 의해 좌지우지 됩니다. 광주시의 
승인과정을 보면 기술관료들이 기술자로서의 자존심을 끝가지 지키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정치적인 결정을 해 버리는 코미디를 완성시키더군요. 

국립환경연구원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오염총량관리제를 설명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행평가보고서 작성 방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 자체가 모순이지요. 용역주면 되는데...

이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려면 토대가 되는 raw data를 생성하는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기본입니다. 이행평가보고서 작성에서 공무원들이 손을 떼면 
raw data의 질적 개선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오염총량관리제의 복잡성을 
고려하면, 하천정비기본계획, 하수도정비계획, 도시계획, 수도정비계획, 시·군 
장기발전계획을 두루 섭렵해야 합니다. 하나의 부서가 아닌 여러 부서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raw data 의 질이 향상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놀고 먹는 
공무원들인데 이행평가보고서를 외부에 맡기면... 국립환경연구원이 마련한 
오염총량관리제 교육 과정은 취침 시간이 될 뿐입니다.   

중앙에 인력이 집중되면 탁상에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뿐입니다. 중앙의 
역할은 최소의 인력들이 큰 목표를 설정하여 이를 관리 및 평가만 하고, 지방에 
전문인력들을 분산시켜 목표달성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도록 만드는 체제가 
발전적입니다. 시·군마다 특색 있는 방법을 적용토록 하고 목표연도의 
수질개선 정도에 따라 중앙에서 평가를 하면 됩니다. 상호 경쟁 체제를 만들어 
그 중 우수한 수단과 방법을 발굴하는 시스템이 바람직합니다.  

지금 중앙에 전문 인력들이 모여 자신들이 알고 있는 온갖 지식을 하나의 지침 
안에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습니다. 왜 하나의 지침이 있어야 하고, 길이 하나 
뿐이어서 다른 시도를 할 여지조차 남겨두지 않게 만드는지... 

중고등학교부터 이런데 너무 길들여진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기술관료를 보니 
교장선생님이나 웃기지도 않은 선배의 얼굴이 떠오르는군요.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