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virOnment ] in KIDS 글 쓴 이(By): MinKyu (김 민 규) 날 짜 (Date): 1997년10월24일(금) 21시20분42초 ROK 제 목(Title): [한겨레21] 갯벌의 자원가치, 농지의 3.3배 갯벌의 자원가치, 농지의 3.3배 (사진/간척사업이 시작되기 전 새만금 갯벌은 삶의 터전이었다.) 오늘도 쉬지않고 계속되고 있는 대규모 간척사업은 그 찬란한 구호처럼 꿈의 사업이기만 한 것일까? 미국, 캐나다, 브라질, 독일과 함께 세계 5대 갯벌 보유국인 우리나라는 그동안 "갯벌 간척사업을 통해 농지를 늘릴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나라"라는 사실을 축복처럼 받아들여 왔다. "갯벌을 막아 농토를 만든다"는 구호는 당당하게 느낌표가 붙은 감동으로 사람들을 현혹시켰 다. 농업생산량 증대를 통한 식량자급이 절실하던 시대, 좁은 국토가 한 이 되던 무렵의 유산이다. 서해안 70%를 둑으로 막는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갯벌은 국토총면적의 3%에 달하는 28만 1천5백 ha다. 그러나 그동안 일제하의 산미증산계획에 따라 4만5백 ha의 갯 벌이 매립되고, 60년대부터는 경제개발 계획에 따라 80년까지 3만6천6백 ha 가 다시 사라졌다. 80년대 이후에도 94년까지 1만7천1백 ha가 뭍으로 바 뀌었다. 그리고 갯벌매립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현재도 영종도신공항, 새 만금지구 등 21개 지구에서 6만7천 ha에 이르는 대규모 간척사업이 진행되 고 있으며, 갯벌과 저지대 20만8천여 ha를 뭍으로 바꾸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1세기 초에는 서해안의 70%가 둑으로 막히게 될 전 망이다. 농림부와 농어촌진흥공사는 간척사업의 장점으로 "저비용으로 토지가 확 보되고, 민원이 적은 데다가, 토지이용계획이 쉽다"는 점을 꼽는다. 한 마디로 "지역 어민들에게 어느 정도 보상만 해주고 나면 따질 사람이 별 로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갯벌을 살리자는 구호는 단순히 환경보존을 앞세운 배부른 소리만은 아니다. 갯벌의 경제적 가치를 진지하게 따져본 전문가들은 "간척사업을 통해 대규모 갯벌을 농지로 만드는 것은 결국 어리석은 짓이었다"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갯벌은 기본적으로 수산물 생산지와 각종 어류의 서식지 그리고 오염물질 의 정화장치로서 기능을 갖는다. 한국해양연구소가 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지난해 12월 발표한 "갯벌보전과 이용의 경제성 평가"에 따르면, 갯벌 이 갖고 있는 이같은 기능을 돈으로 환산한 결과 갯벌을 농지로 바꿔 쌀 을 생산할 때보다 그 가치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해양연구소에 따르면, 조사대상 지역인 홍보지구(홍성-보령군), 군장 지구(군산-장항), 대부도 남리, 영종도지구 등 4개 지역 1천4백18 ha에서 김, 바지락 양식 등으로 생산가능한 수산물은 돈으로 환산할 경우 1에이 커당 3백65만3천원이었다. 또 매립규모가 큰 홍보지구와 영종도지구를 대 상으로 갯벌의 어류 서식지 기능을 돈으로 평가한 결과 1에이커당 2백83 만원이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국내에서 가장 쌀생산성이 높은 계 화도 간척지의 쌀 생산액은 1에이커당 2백47만원에 불과했다. 더욱이 이 계산은 지난 91년의 시장가격을 바탕으로 산출한 것이므로, 갯벌의 현재가치는 더욱 높게 평가될 것이다. 어획고의 지속적인 감소 때문에 수산물가격은 쌀값에 비해 계속 큰 폭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990년을 100으로 할 때 94년 농산물의 물가지수는 127.7이지만, 수산물은 154.9였다. 하지만, 갯벌의 기능은 수산물 생산과 어류서식지 기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안습지 복원 나서 간척사업은 "지구의 콩팥"으로 불리는 갯벌이 가진 엄청난 오염물질 정 화기능을 그대로 내버리는 것과도 같기 때문이다. 미국 조지아대 오덤(Od um) 교수팀은 갯벌이 지닌 정화능력을 조사한 결과, 갯벌 1 ha는 하루에 B OD 21.7 kg을 정화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원규 박사(한국환경개발연구원 )는 이 계산법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동양 최대규모의 간척사업이 벌어지 고 있는 새만금간척 지역의 갯벌 2만 ha는 하루 10만t을 처리할 수 있는 하수종말처리장 40개와 같다고 밝혔다. 이는 새만금 유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오염물질(추정치 1백56t)의 무려 28배를 처리할 수 있는 정도다. 한 국해양연구소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갯벌이 오폐수처리시설을 대체함으로 써 얻을 수 있는 정화기능을 돈으로 따지면 1에이커당 1백55만원이 된다. 이 밖에도 외국의 경우처럼 갯벌의 생태적 흥미와 다양성을 활용해 생물 실험실, 오락적 장소, 문화유산 등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교육적·심미적 가치도 갯벌의 가치에 포함시킬 수 있다. 미국학자 파버(Farber)의 연구 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와 루이지애나주 갯벌의 심미적 가치는 평균 1에이커당 16만원 정도다. 이 4가지만을 합해도 갯벌의 가치는 1에이커당 평균 8백19만9천원으로 농지로서의 활용가치 2백47만원의 최소한 3,3배에 이른다는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만약 갯벌의 기능을 더 폭넓게 계산해 재해 완화기능 동물피난처 등으로 서의 기능까지 계산할 경우 그 가치는 더욱 커진다. 지난 94년 미국 메릴 랜드대 환경·강하구연구소 등 12개 연구소가 지구를 바다, 농지, 연안 등 16개 생태계별로 연간 경제적 가치를 계산해 총가치를 따진 결과, 갯 벌은 1 ha(1만 m^2)당 연간 9천9백90달러, 농지의 가치는 92달러였다고 한다. 환경단체들은 "이제 갯벌을 막아 옥토를 만든다는 헛된 구호는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민간 매립업자나 지방단체들은 농지를 목적으 로 갯벌을 간척해놓고 끊임없이 농지가 아닌 다른 용도로 활용하려는 의 도를 내비치고 있다. 동아건설이 6백만평의 인천매립지를 농지이용 조건 으로 허가받아 매립해놓고도 몇년 동안 농사를 짓지 않은 채 관광단지 등 다른 용도로 변경하기 위해 애썼던 것은 갯벌의 농지전환이 별 소득이 없 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럼에도 간척사업이 끊이지 않고 계속 되는 것은 사업을 계속하지 않으면 인력감축 요구에 시달리게 될 농어촌 진흥공사쪽의 내부사정이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서해안 일대의 갯벌 파괴에 대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는 녹색연합의 정 연경 간사는 "경제적 평가는 갯벌의 가치를 규명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하지만 갯벌의 가치평가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현재로는 정확한 평가에 어려움이 있다"며 "따라서 개발에 따른 이익이 매우 크지 않은 한 갯벌 을 보전하거나 개발을 유보하여 다음 세대로 하여금 결정하게 해야 한다 "고 강조한다. 실제로 외국에선 갯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지 오래 다. 독일의 경우 갯벌의 대부분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간척사업으로 상당한 면적의 갯벌 이 사라지고 이에 따라 막대한 어획고 손실이 뒤따르자, 그 뒤로 주정부 들이 연안습지법을 만들어 이제는 갯벌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연 방정부는 지난 95년 샌프란시스코 해안 습지의 80%를 원상복구하기 위한 사업에 3백90만달러의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갯벌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인식은 아직도 시대에 한참 뒤떨어져 있 다. 네덜란드의 간척사업 사례를 간척사업 정당화를 위한 홍보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 자체가 그렇다. 국토의 절반 이상이 해수면보다 낮기 때문 에 나라이름조차도 "낮은 땅"이라는 뜻을 가진 네덜란드는 그동안 물과 의 싸움 측면에서 간척과 매립을 계속해왔다. 우리나라처럼 갯벌을 마구 없애가면서 대규모 농지와 공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한 매립은 없다. 국민 의 60% 이상이 해수면 이하의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에 옛부터 생존을 위 해 필수적인 사업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1927년부터 "Zuder Zee" 프로 젝트란 이름으로 4단계에 걸쳐 대대적인 간척사업에 착수했던 네덜란드조 차도 87년 환경파괴 문제가 심각해지자 4단계 공사를 중단했을 정도다. 공전하는 습지보전법 제정 서둘러야 환경단체들은 지난해 3월 습지보존법 제정을 청와대와 환경부에 정책대안 으로 제시하면서,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스벤에서 열린 람사(RAMSAR)협약 제6차 당사국회의에 참가하는 것을 계기로 람사협약에 가입할 것도 함께 제안했다. 그러나 람사협약 가입은 법무부의 반대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 다. 협약 제4조18항의 "당사국은 습지목록에 등록돼 있는가에 관계없이 습지에 자연보호구역을 설치해 습지와 물새의 보존을 촉진해야 한다"는 조항이 "국토개발계획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환경부 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습지보전법을 제정할 계획이었지만, 이 또한 아 직까지 공중에 떠 있는 상태다. 정남구 기자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30일 제 18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