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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virOnment ] in KIDS
글 쓴 이(By): RFM (new wind)
날 짜 (Date): 2002년 5월  6일 월요일 오후 06시 36분 22초
제 목(Title): Re: 푸른 숲에 검은 물이 흐르는 도시


도시기본계획은 전문연구소나 용역회사, 혹은 대학 부설 연구소 등의 
민간용역에 의해 수립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도시발전에 대한 철학을 가진 지방정부와 공공기관에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도시계획 수립시 용역기관은 시장이나 군수, 의원 등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돈을 받을 수 
없습니다. 광역도시계획 역시 계획수립시 전문가의 의견보다 시·도지사, 시장, 
군수의 이해관계에 의한 정치적 협상이 중요한 변수임을 체험했습니다.  

한국을 다녀간 적이 있는 덴마크 사람이 우리의 도시를 'apartment 
disaster'라는 한마디로 표현하더군요. 좁은 땅에 많은 인구를 수용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손 치더라도 무계획한 아파트의 난립은 그 정도가 심각하고 환경적인 
측면에서 부작용도 큽니다. 인구가 적고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에 우뚝 솟은 
아파트를 볼 때는 숨이 막히더군요. 

얼마 전 주5일제 근무 시행을 위해 공무원 중 일부를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적용해 보았다고 합니다.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당연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실 공무원들 일하는 것 보면 주3일 근무해도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공무원들 
자주 야근합니다. 주로 상관들이 쓸데없는 지시를 해서 보고자료 만든다고 
시간을 대부분 허비합니다. 

특히 환경 관련 공무원들은 전문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행정직이 순환보직제에 
의해 환경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위가 올라갈수록 환경직을 찾기 
어렵습니다. 전문적인 검토요구가 상부로부터 있을 때 공무원들은 단기간에 
답할 수 있는 것은 주종관계에 있는 용역회사에게 부탁하여 자료를 만들고, 
장기간이 소요될 때는 연구원에 손을 벌립니다. 스스로 알아서 소신있게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전문성이 없는데 하수관거가 어떻게 설치되건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이로 인해 하천이 오염되어도 평가대상 항목이 되지 
않습니다.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이 필요 없는 시스템이지요.  

환경정책은 '인간의 생존'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생존은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삶의 
질 향상은 생존은 가능한데 주민들이 욕구충족을 위해 더 요구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다른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생존과 이익의 추구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언급한 하천의 수질과 생태보전을 위한 개념은 환경부에서 마련한 
오염총량관리제에 상당부분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 제도는 한강유역에서는 
2000년에 시·군의 선택사항으로 입법화되었으며, 낙동강, 금강, 영산강 전 
유역에 대해서는 최근에 의무제로 시행토록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오염총량관리계획이 수립될 경우 도시계획과 반드시 충돌하게 되어 있습니다. 
전자는 하천의 수질을 기준으로 도시를 계획해야 하는데 도시계획을 대충 
고려한 문제점이 있고, 후자는 하천의 수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비록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지만 오염총량관리제의 적극적인 
지지자입니다. 두 계획의 충돌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도시계획에 
오염총량관리제의 기초적인 개념이라도 반영시킨다면 두 계획이 합의와 
타협점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두 계획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인데 이는 장기적인 목표일뿐입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합의와 타협을 위해 상호 접근하는 수단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제가 이런 과제를 가지고 연구를 하겠다고 제안서를 만들어 
공무원들에게 검토를 요청했더니 답변에 이렇게 쓰였더군요. '검토불가'   

그리고 제가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참가하는 회의 
때마다 싫은 소리를 해서 이제 잘 불러 주지도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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