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virOnment ] in KIDS 글 쓴 이(By): MinKyu (김 민 규) 날 짜 (Date): 1997년10월24일(금) 21시08분45초 ROK 제 목(Title): [한겨레21] 한국 최대의 똥물통 새만금호 한국 최대의 똥물통 새만금호 (사진/화학적 산소 요구량 17.6ppm, 총질소 오염도 12.972ppm. 시화호보다 더 썩은 똥물이 새만금호로 모이게 된다. 5억3천5백만t의 똥물에 대한 철저한 대책없이는 새만금 종합개발 사업의 미래는 재앙일 뿐이다.) 전북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서두마을. 남으로는 변산 해수욕장, 북으로는 계화간척지의 넓은 들판 사이에 둥지를 튼 이 조용하고 작은 마을 앞바다 엔 바다를 향해 발을 뻗은 방조제를 따라 흙과 돌을 실은 트럭들이 오늘 도 쉼없이 달린다. "서해안의 지도를 바꾼다", "국민 한사람당 3평의 땅이 돌아간다" 따위의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새만금종합개발사업" 이 6년째 벌어지고 있는 현장이다. 이곳 대항리에서 옥구군의 가력도, 고군 산군도의 신시도를 거쳐 야미도, 비응도까지를 잇는 이 방조제공사는 방 조제 길이에서 33 km로 세계 최장이다. 그런 만큼 현재 29%의 공정으로 나 머지 공사가 진행중인 이 공사가 2001년 끝나고 나면 여의도면적의 1백40 배에 이르는 1억2천만여평(4만1백 ha)의 갯벌이 뭍으로 바뀌게 된다. 유입 하천 오염도 시화호보다 심각 (사진/현대제철 유치를 위한 1백만명 서명운동. 새만금종합개발이 자초할 새만금호 오염문제는 철저히 외면되고 있다.) “간척사업이 완료되면, 1만4천8백 ha의 농수산용지와 1만3천5백 ha의 도시 공업용지가 창출되고, 만경강, 동진강 유역 1만2천 ha의 수해상습지가 홍 수 및 침수피해에서 벗어난다. 연 1천4백만명의 고용창출효과가 있고, 항 만이 건설되면 대륙권 무역기지화에도 유리하다. 또한 백제고도권, 변산 국립공원, 고군산군도를 연결하는 국제적인 휴양관광단지로 개발된다.” 지난 95년 문을 연 새만금전시관 안내직원은 간척사업이 가져다줄 "꿈 같은 내일"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다. 전라북도민들도 공업단지, 첨단영농단지, 그리고 대규모 항만이 들어서게 될 이 간척사업으로 군산이 "제2의 울산"이 되고, 이곳이 서해안 시대 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희망에 벌써부터 가슴이 잔뜩 부풀어 있다. 군산 상공회의소는 부지를 물색중인 현대제철소의 입주에 새만금지구가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입주 지원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지난해 말 청와대 와 국무총리실, 통산부 등 관계기관에 내기도 했다. 부안읍 시외버스터미 널엔 "현대제철 유치를 위한 1백만명 서명운동"을 알리는 플래카드도 내걸려 있다. 이장들이 이미 집집을 돌며 서명을 받았다고 주민들은 귀띔 한다. 그러나 이 꿈에 부푼 간척사업은 대재앙의 어두운 그림자를 갈수록 짙게 드리우고 있다. 바로 간척지 안에 들어설 대규모의 담수호, 새만금호 때 문이다. 총면적 1만1천8백 ha(1백18 km^2)로 시화호(56 km^2)의 2배, 총저수량 5 억3천5백만t으로 시화호(3억3천만t)의 1.6배나 되는 이 담수호가 "제2의 시화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성큼성큼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대항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북상하다 보면 가장 먼저 만나는 부안군의 샛강 두포천은 생활하수와 축산폐수로 오염된 말 그대로 "똥물"이다. 이 물은 그대로 바다로 흘러들어 장차 새만금호에 갇히게 된다. 해안 일 대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생활하수 2만4천t과 산업폐수(3천4백t)는 전혀 정화되지 않은 채 그렇게 두포천을 비롯한 샛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유입하천의 오염이다. 새만금호에 갇히게 될 물은 주로 동 진강과 만경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든다. 그러나 전주지방 환경관리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새만금호 유입하천의 수질 분석 자료는 특단의 대책 이 마련되지 않는 한 새만금호가 시화호보다 더 큰 재앙을 부를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물길 바뀌면서 갯벌도 썩어들어가 (사진/만경강은 COD 17.6ppm으로 `썩은' 시화호보다 수질이 1.3배나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정읍, 김제를 거쳐 바다로 흐르는 동진강의 수질은 지난해 평균 화 학적 산소 요구량(COD) 6.4ppm으로 시화호가 물막이 공사를 끝내기 직전 인 93년의 3.8ppm보다 이미 두배 가까이 높다. 동진강보다 훨씬 많은 물 을 흘려보내는 만경강쪽은 더욱 심하다. 전주·익산의 공업단지와 축산단 지 등을 거쳐 군산 앞바다로 흘러드는 만경강은 이미 COD 17.6ppm으로 "썩은" 시화호(13.8ppm)의 수질보다 1.3배나 나쁜 것으로 조사됐다. 광합 성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적정량 이상으로 많을 경우 물의 부영향화로 적 조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는 총질소(T-N) 오염도의 경우도 만경강은 12. 972ppm으로 시화호의 6.047ppm보다 2.46배 높고, 총인(T-P)도 시화호(0.2 51)의 3배를 훌쩍 넘는 0.892ppm을 기록하고 있다(표1). 새만금호가 시화호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 사업초기부터 줄 기차게 제기돼 왔다. 지난해에는 한국환경기술개발원 박원규 박사팀이 "새만금호 주변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의 총량이 시화호 유역의 2.8배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 "유역 내에 위치한 도시지역의 불량 하수관에 대한 정비와 환경기초시설의 대대적인 확충이 없이는 새만금호 의 오염은 불 보듯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방조제의 완공은 점차 다가오고 있지만, 오히려 만경강의 생물학 적 산소 요구량(BOD) 수치는 해가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다(표2). 오폐수 의 정화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에 따르면, 현재 만경강 수계에는 하수처리장 2곳, 분뇨처리장 4곳, 폐수종말처리장 4곳이 있어 하루에 발생하는 33만2천t의 생활하수 전량과 8만8천t이 발생 하는 산업폐수의 83.3%를 정화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5천3백여t의 축산폐 수는 전혀 처리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방류되고 있다. 또 동진강 수계에서 는 생활하수(9만6천t)의 0.2%, 산업폐수(1만9천t)의 2.2%만이 정화처리되 고, 하루 4천여t에 이르는 축산폐수도 그대로 강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실제로 만경강은 상류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수질이 크게 나빠지고 있음을 육안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다. 만경강의 지천인 익산천은 멀리서부터 축 산폐수로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물속을 나뭇가지로 젓자 검은 물이 왈칵 솟구쳐 올라온다. 죽은 돼지새끼가 그대로 떠내려와 다리 아래쪽에 걸려 있는 모습도 눈에 띈다. 더 상류인 왕궁면의 축산단지 일대 하천은 아예 가축의 배설물이 몇십 cm 두께로 쌓여 보글보글 끓고 있다. 더욱이 방조제공사가 시작되면서 이미 갯벌의 자정작용도 중단되기 시작 했다. 물길이 일부 막히면서부터 갯벌이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바닷물이 빠지면 최고 20 km까지 드러나는 장관을 연출하는 갯벌 위엔 게들이 여전 히 산책을 나서고 망둥어가 뜀박질을 하지만, 일하는 사람이라고는 10여 명에 불고할 뿐 이상하리만치 눈에 띄지 않는다. 방조제공사가 시작되는 대항리 근처 조개미 마을에서 나왔다는 송유순(68) 할머니는 "낙지도 바 지락도 이제 거의 잡히지 않는다. 몇줌 굴밖에는 딸 수 없다" 고 그 이유 를 설명한다. 한 바가지 남짓 캐놓은 바지락을 가리키며 그는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앉은 자리에서 하루벌이 할 만큼은 캤다"며 한숨을 짓 는다. 36세에 홀로 돼 갯일로만 자식 여섯을 다 키웠다는 이오네(67) 할 머니도 "요즘엔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다"며 "뻘이 심해졌어. 어떤 곳 은 허벅지까지 빠져!"라고 혀를 찬다. 전라북도, 개발이 먼저 대책은 뒷전 상황이 이런 데도 김제시에 자리잡은 농어촌진흥공사 새만금간척사업소쪽 은 태평하기만 하다. 정재경 조사설계부장은 주변지역의 오염정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정확한 오염수치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하지 만, 환경기초시설의 증설 등의 대책을 도에서 다 알아서 준비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산간척지의 담수호인 간월호와 부남호가 오염이 갈수록 심각해져 이제는 농업용수로도 쓸 수 없는 5급수 로 전락했다는 소식도 이들에겐 남의 일이다. 심지어 전라북도는 오염을 막기 위한 대책수립에 적극 나서기보다는 오히 려 오염을 가중시킬 것이 뻔한 곳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지적마저 받고 있다. 농림부가 계획하고 있는 새만금간척지의 내부개발 계획을 바 꿔, 농업용지 일부를 공단과 위락단지용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 일이 쉽게 풀리도록 현재의 공사 주무부처를 농림부에서 건설교통부로 바꿔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대책은 차후에 수립해도 충분하다는 자세다. 김환용 군산녹색주민연대 대표는 "새만금호의 오염을 걱정하는 사람도 많지만, 개발의 환상에 밀려 문제를 거론하기조차 쉽지 않다"면서 "지 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문제없다'는 식의 안일한 대응인지도 모른다" 고 말한다. 이미 보상비와 공사비로 7천억원이 넘게 들어가 다시 무너뜨 리기도 어렵게 돼버린 방조제공사. 낙후한 지역경제를 일거에 일으켜보겠 다는 전라북도의 꿈을, 오염으로 신음하는 만경강은 장탄식하며 흘러가고 있다. 부안·김제·익산=정남구 기자 한겨레신문사 1997년10월30일 제 18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