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virOnment ] in KIDS 글 쓴 이(By): RFM (new wind) 날 짜 (Date): 1999년 12월 30일 목요일 오후 03시 24분 35초 제 목(Title): 작은 녹색공간 내가 그 작은 공간을 처음 느낀 것은 대학원 석사논문을 쓰기 위해 학교 전산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반나절 이상이 되면서 였다. 당시만 하더라도 컴퓨터 보급이 충분하지 않았고, 프로그램의 성격상 용량이 큰 컴퓨터를 사용해야 했기에 혼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녹색의 스크린에 펼쳐지는 숫자와 기호를 보는 것은 피곤한 작업이었다. 또한 잘못된 결과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프로그램을 고치는 것은 석사논문의 성패를 좌우하는 일이었으므로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했다. 하루종일 프로그램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었던 그때 나에게 가장 큰 힘을 준 것은 학교 전산실 뒤의 자그마한 논과 밭이었다. 농과대학에서 관리하고 있었는데 논과 밭의 양쪽 끝에는 각기 작은 과수원과 비닐하우스가 위치했었다. 그 중 접근하기가 가장 좋았던 곳이 논밭으로 점심먹고 나서 그리고 오후 3시나 4시경 하루 두 번씩 아주 천천히 산책을 했다고 기억된다. 나는 그 곳이 미치도록 좋았다. 탐스우리만큼 부드러운 흙을 밟으면서 논과 밭에서 자라나고 있는 생명의 아름다움에 경악했다. 아마 그때부터 산책을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아마 그때부터 잔잔한 비가 내릴 때 논과 밭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와 지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아마 그때부터 인간이 아닌 생명을 보면서 행복해 하였던 같다. 아마 그때부터 내가 가는 곳마다 거주지 주위의 작은 녹색을 찾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되었던 것 같다. 내년부터는 혼자가 아닌 사랑스런 아내와 함께 숨어 있는 아름다운 곳들을 발견하고 찾을 것이다. 아마 누구에게나 이러한 자신만의 공간이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