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nvirOnment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호연지기) 날 짜 (Date): 1999년 7월 21일 수요일 오후 11시 36분 08초 제 목(Title): 이상수/김종철교수의 근작 에세이집 지성/생태적 가치를 가슴에 새겨라!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52·영남대 영문과 교수)은 현대를 가장 근본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가 보기에 현대 산업기술문명은 인간이 만들어낸 “거대한 집단자살체제”이다. 오래 전부터 그는, “뛰어난 지성을 지녔다는 인간이 이런 체제를 오히려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때문에 8년 전인 지난 91년 늦가을, 격월간 <녹색평론>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미치거나 깊이 병들었을지 모른다”고 고백한다. 그가 최근 에세이집 두권을 한꺼번에 펴냈다. ‘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란 부제가 붙은 <간디의 물레>와, ‘인간·흙·상상력에 관한 에세이’란 부제가 붙은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이 그것들이다. 원고는 진작 두권 분량에 이르렀지만 “나무를 대규모로 희생시키는 출판행위를 줄여야 한다”는 가책이 그로 하여금 출간을 두해나 늦추도록 만들었다. 자연에 친밀히 다가서는 경제로 방향전환 <간디…>를 읽으면 그의 이런 망설임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산업기술문명에 대한 그의 비판은 고급 교양을 위한 ‘문명 비판’과는 궤를 달리한다. 그는 지금 온 삶을 다 걸고 산업기술문명을 대신할 대안적 삶과 세계관을 모색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오늘날 환경 위기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아직 “단순한 정보와 지식의 차원”에 머물 뿐 “내면 깊숙이 침투한 인식”은 아니다. 인간의 자연 착취에 바탕한 현대산업문명이란 “우리의 미래를 갉아먹는” 것이자 “인간의 생존 터전 자체를 붕괴시키는” 것이라고 보는 그는, “필요한 것은 지옥으로 가는 길을 포장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방향전환”이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근본적인 방향전환’이란 “생태학적으로 지탱 가능하며 동시에 흙과 동식물과 태양과 바람에 대하여 사람이 일상적으로 친밀한 접촉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를 말한다. ‘간디의 물레’는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의 상징이다. 그는 <녹색평론>을 꾸리면서 지구마을에 생태주의적 세계관을 가진 이들이 뜻밖에 많음을 알았다. 특히 그는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일화를 자주 인용한다. 생태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인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카를로스 카스타네다라는 미국 인류학자의 체험은 전형적인 것이다. 그는 멕시코의 인디언 부족에 들어가 연구를 진행하다 돈 후앙이라는 인디언 샤먼에게 빠져들어 그의 제자가 되었다. 어느 날 그 샤먼은 백인 제자를 들판으로 데리고 나가 잡초 한 포기 앞에서 하루종일 “나는 너보다 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을 외도록 했다고 한다. 인디언들이 “만물의 근원적 평등성을 마음 밑바닥에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일화다. 지은이에 따르면 인디언들은 버팔로의 영혼이 인간의 영혼과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사냥할 때 반드시 제사를 지낸다. 그들은 버팔로의 살을 먹을 때 버팔로의 영혼이 사람의 몸으로 들어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집을 지을 때는 집도 생명체이므로 뿌리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집터 바닥에 선인장 몇 뿌리를 반드시 파묻는다. 지은이는 묻는다. 이들의 행동을 미신적이라고 비웃겠느냐고. 그는 인류가 “자연과 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겸손과 외경”을 회복하지 않고서는 이 ‘거대한 집단자살체제’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고 말한다. 우주를 이해하는 조화와 균형의 사유 <간디…>가 <녹색평론> 창간 이후 써온 생태학적 에세이라면, <시적…>은 생태학적 세계관에서 문학을 바라본 평론집이다. 그에게는 생태주의자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일과 시인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일이 둘로 나뉘지 않는다. 때문에 그는 “가을날 나뭇잎 하나가 떨어지기 위해서도 온 우주의 힘이 필요하다”는 조화와 균형의 사유가 “시적 감수성의 본질이자 시의 마음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현대 문명의 뿌리를 겨냥하고 있는 그의 글은 인간의 존엄성에 아직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회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이상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