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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pkp (~~~pkp~~~)
날 짜 (Date): 2000년 5월 10일 수요일 오전 10시 05분 49초
제 목(Title): "쪽지에 담은 선생님의 사랑"


                      << 쪽지에 담은 선생님의 사랑 >>
                                                          - 김성주 -

   25년 전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전교생 아침 조회가 있어 반장인 

 나는 우리 반 학생들을 정열시키고 맨 앞에서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듣고 있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배가 살살 아파오더니 이내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께 말씀 드리거나 그냥 살짝 가도 될 일이었는데, 그때는 그런 건

 엄두도 못내고 마냥 이를 악물고 꾹 참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화장실 생각만 더욱 간절해졌고, 교장 선생님의 훈시가 귀에 

 들어올 리 없었다. 드디어 훈시가 끝나고, "아침 조회 끝" 하는 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나는 화장실을 향해 냅다 뛰었다.

   그런데 아뿔사!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몇 발짝 옮기기도 전에 그만 옷에다가 

 실례를 하고 만 것이다. 난 겁도 나고 당황스럽기도 해 엉겁결에 그냥 교실로 

 들어가 앉아 버렸다. 이내 바짓가랑이가 축축해 오고 아랫도리가 근질근질 했지만

 아뭫지도 않은 척 앉아 있었다. 하지만 지독한 냄새는 금세 퍼졌고, 내 주위 

 아이들이 소리쳤다.

   "선생님, 반장한테서 이상한 냄새가 나요."

   그 소리를 듣고 내 옆으로 오신 선생님은 나를 찬찬히 보더니 아무 말씀도 않고

 교탁으로 다시 가셨다. 그리고는 "반장, 선생님 심부름 좀 갔다 오겠니?"하고 

 부르시더니 "이걸 너희 엄마게 갖다 드리고 어너라" 하시며 쪽지 하나를 써주셨다.

 그땐 선생님의 깊은 마음은 짐작도못하고, 단지 '선생님 심부름 때문에 살았다'

 하며 집을 향해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바짓가랑이 사이로 

 그것이 흘러내렸고 운동화까지 온통 칠갑을 하고 말았다.

   집에 도착하니 수돗가에서 빨래를 하고 계시던 어머니는 한창 수업할 시간에 

 그런 몰골로 나타난 나를 보고 무슨 일이냐고 다그쳐 물으셨다. 하지만 난 아무 

 대답 없이 선생님이 주신 쪽지 먼저 어머니께 내밀었다. 그 쪽지를 읽으신 

 어머니는 조용한 목소리로 "자, 옷 갈아입어야지" 하시며 바지를 벗기고 깨끗이 

 씻겨 주셨다. 그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힌 뒤 동생 운동화를 신겨 나를 학교까지

 데려다 주셨다. 다시 교실에 들어간 나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수업을 할 수 

 있었고, 그날 저녁에도 어머니께 꾸중 한마디 듣지 않았다.

   아주 나중에 어머니게 들은 얘기지만 그때 선생님이 주신 쪽지엔 "어머님, 

 누구보다 아이가 많이 당황스러울 테니 꾸짖지 마십시오. 그리고 옷 갈아입혀서

 다시학교로 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하는 사려 깊은 말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때 그 일이 있었던 탓인가?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가끔 실례를 해 낭패를

 당하는 꿈을 꾸는데, 그런 날에는 오래 전 그 선생님 얼굴이 떠올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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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             키즈의  아저씨    pkp    palindrome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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