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ducationLearning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guest) <lab5.hsg.usu.edu> 날 짜 (Date): 2000년 1월 14일 금요일 오전 08시 16분 01초 제 목(Title): 또 문용린 http://www.chosun.com/w21data/html/news/200001/200001060360.html 01/06(목) 18:55 [시론] ‘교육부총리’에 거는 기대.......................문용린 김대중 대통령의 이번 신년사를 꿰뚫는 화두는 단연코 「사람 기르기와 사람 다루기」인 것으로 보인다. 무수하게 지적된 신년도 과제들 하나 하나가 모두 사람과 관련된 문제들이며, 사람을 키우거나 바꾸거나 제대로 다루는 문제와 관련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나라가 부딪치고 있는 각종 문제는 부실한 사람에서 생기는 것이며, 사람을 제대로 기르고 관리하고 대우하는 것이 나라 발전의 첩경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맞기 시작한 미국의 부흥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있지만, 「인적자원의 개발과 관리에서의 성공」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클린턴이 집권한 사이에 미국에서 새로운 유전이 터진 것도 아니고, 금광이 개발된 것도 아니고, 특이한 사건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미국은 지금 재도약의 황금기를 맞고 있다. 그 배경에는 꾸준히 지속되어온 인적자원의 질적 상승 추세가 확연하게 보인다. 고교 졸업률이 60% 내외에서 75% 이상으로 상승했고, 대학 진학률이 증가했고, 10대 미혼모의 비율과 임신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왔으며, 청소년 비행과 범죄율이 내려갔고, 미국인 전체의 이혼율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레이건, 부시, 클린턴이 집요하게 추구해온 교육과 인적자원의 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관심의 덕분인 것이다. 2억6000만명의 미국인 관리 즉, 인적자원의 개발과 관리(Human Resources Development: HRD)에 성공한 것이고, 이것이 결국 미국을 새롭게 도약시킨 잠재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신년사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교육부총리 신설에 관한 대목이다. 교육부총리로 하여금 교육-훈련-관광- 과학-정보 등 인력개발 정책을 종합적으로 관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시의 적절한 안이며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그간 이 업무는 정부의 10여개가 넘는 부처가 일부분씩을 맡아 처리해 왔기 때문에 일관성도, 통일성도, 지속성도, 큰 밑바탕이 되는 그림도 없이 추진되어 왔다. 국가차원의 인력개발정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 인적자원의 개발과 관리는 엄청난 비효율을 겪고 있다. 남자들의 입직 연령은 평균 29세로 대다수 선진국 표준인 21세에 비해 8∼9년이 높다. 고등고시 합격자 800명 속에 끼고자 매년 12만명에 가까운 청장년이 고시촌의 어두운 하숙방에서 육법전서를 뒤적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산업현장에서는 노동력이 모자라 10여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해서 쓰고 있다. 전국적으로 수능 성적 5%이내 상위자는 서울로만 모이고, 그 학생들의 거의 전부는 법대와 의대로만 진학하고 있다. 인적자원의 균형배분이 지역간, 학문간, 직종간에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것이다. 이 왜곡과 비효율을 바로잡는 일은 모든 일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교육부가 이제는 학교 교육부를 탈피해서 4600만, 더 나아가서는 7000만명의 인적자원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한국인 교육부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총리 제도 도입에 기대와 희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통일부총리 제도가 그랬던 것처럼 명목상의 부총리가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희생을 무릅쓰고라도 이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하겠다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제도의 뒷받침이 없으면, 교육부총리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될 것이고, 또 하나의 선거용 구호로 치부되고 말 것이다. 벌써부터 이것이 교육정책 실패에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라는 곱지 않은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총리 제도를 명실 상부하게 도입하여 이런 불신도 말끔히 씻고, 교육도 살아나게 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