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ucationLearning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guest) <pc20.tsc101.usu.> 날 짜 (Date): 1999년 12월 17일 금요일 오전 02시 00분 50초 제 목(Title): 김효순칼럼] 단일민족의 허풍 http://www.hani.co.kr/OPINION/data/9912/day16/023fch0x.html 김효순칼럼] 단일민족의 허풍 <한겨레>가 5면에 연재하고 있는 기획물 `새 천년 이것만은 바꾸자'의 16일치를 읽다가 마음에 저려오는 부분이 있었 다. 혹시 그냥 지나친 독자들을 위해 다시 인용을 해보자. "한국인이나 중국인이나 모두 일본인들이 2차 세계대전 때 혹독하고 잔인했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제가 한국에 와서 겪어 보니 지금의 한국인들이 옛날의 일본처럼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다른 나라를 침략한다면 그보다 몇배 는 더 냉혹하고 비인간적으로 다른 민족들을 다룰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말의 주인공은 한국에 온 지 6년째를 맞는 조선족 이명 철(36)씨로 소개돼 있다. 이씨는 중국에서 대학교육을 받고 한국에 와 조선족을 상대로 한 대형 사기사건 등을 비롯해 조선족의 처우,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람 으로 알려져 있다. 이씨가 자신의 주장을 알리기 위해 인터넷 사이트 (http://user.chollian.net/~rbtmby)를 개설해 운영하고있 다는 얘기를 듣고 들어가 보았다. 지난 6월21일 문을 연 ` 이명철의 고국, 조선족, 그리고 통일'이란 사이트에는 자신 의 소개, 고국유랑기, 짧은글 모음, 사기사건 전말 소주제별로 안내가 돼 있다. 오른쪽으로는 `한'이란 자 작시가 실려 눈길을 확 끈다. “한이 높게 높게 쌓여 쌓여/ 한라산이 되었구나/ 한이 넘쳐 넘쳐 흘러 흘러/ 한강이라 불렀구나/ 한만이 이 땅 이 땅에 맺혀 맺혀/ 한국이 되었구나/……/ 한없이 슬픔만 터뜨리며/ 한없이 울음만 터뜨리며/ 어둠은 빛으로 가신다는데/ 우리의 한은 그 무엇으로 풀까/ 독은 독으로 뺀다는데/ 가슴에 박힌 독은 그 무엇으로 뺄까.” 앞에서 인용한 말이나 이 시의 표현은 대단히 거칠긴 하지 만 그가 오늘의 한국인과 한국사회에 대해 갖고 있는 느낌 은 그대로 전해져온다. 물론 아주 불쾌한 느낌을 받는 사람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사회의 모순이 주류에 속한 사 람이 아니라 아웃사이더의 눈에 더 확실하게 비 친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그의 지적은 우리의 급소를 찌른 것으로 되새김질해봐야 한다. 일본 제국주의의 잔혹한 식민통치와 침략행위에 대해 잊지 못하는 우리가 스스로를 되돌아볼 자세가 얼마나 돼 있는지 는 아직도 의문이다. 60, 70년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사람 들이 술자리에서 자랑삼아 얘기하던 숱한무용담들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했는가를 생각해보면 아찔해진다. 우리는 오랜 세월 단일혈통, 단일민족을 유지해온 것에 큰 긍지를 갖도록 교육을 받아왔다. 세계의 수많은 민족들이 고유언어, 고유문화를 지키지 못하고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 진 것을 보면 그것은 자부를 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 민족, 인종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본 경험이 없는 것이 우리를 밖으로는 편협한 인종차별주의자로 만들고 안 으로는 도리어 분열을 조장하는 듯한 모습은 거의 희화적이 다. 남북교류의 새로운 물꼬를 튼 금강산 관광은 그 자체로는 적자사업이다. 이 사업이 그런대로 굴러가고 있는 것은 현 대가 유람선에 고용하고 있는 동남아계 승무원들의 싼 임금 덕분이다. 남쪽 관광객들이 우리말을 조금씩 하는 이 동남 아계 승무원들에게 함부로 던지는 말투에서도 우 리의 내재적 차별의식이 드러난다. 국내의 화교사회가 멸종 위기에 이른 것도 전혀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중국,동남 아, 러시아 등에 진출한 우리의 기업인 중 일부가 현지 노 동자들을 능멸하는 발언이나 행위를 했다는 보도를 접할 때 마다 우리 사회 인권의식의 현주소를 되돌아보게 된다. 시선을 안으로 돌리면 순수 단일민족이라고 그렇게 자랑을 하면서 지역으로 갈라져 있는 모습이 지겹다. 국정의 주요 현안들이 모두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해 다뤄지는 마당에 연 말의 각종 모임에서 집단적으로 재생산되는 지역정서들이 얼마나 또 우리를 갈라놓을까? 한심의 극치는 분단상황이다. 남들은 새 밀레니엄이라고 법 석을 떨며 온갖 비전을 내놓고 있는데, 우리는 어디에 있는 가? 이런 모순들을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채 유구한 역사를 지닌 단일민족 운운하는 얘기는 더이상 하지 말자. hyoskim@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