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ucationLearning ] in KIDS 글 쓴 이(By): Konzert () 날 짜 (Date): 1999년 6월 30일 수요일 오후 09시 52분 04초 제 목(Title): [세계의 교육개혁]7.학생 적성, 수준따라 ' 중앙일보 [세계의 교육개혁] 7. 열등생도 만족해 한다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주 오렌지 카운티의 이스트 채플힐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오준호 (16) 군.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에 2년간 객원 연구원으로 파견된 부친을 따라 지난해초 이 학교로 전학왔을 때만 해도 걱정이 태산 같았다. 영어도 못하고 한국 고교와는 교과목에도 차이가 많아 진도를 따라갈 자신이 없었던 것. 그러나 이같은 걱정은 모두 기우였다. 교사와 급우들은 한결같이 친절했다. 말이 안통한다고 '왕따' 당하는 일도 없었고, 모든 학업플랜을 자신이 짤 수 있어 적응하기가 아주 쉬웠다. 영어는 ESL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수업을 통해 처음부터 새로 배울 수 있었고, 교과목은 자신의 적성과 수준에 맞게 골라 들으면 됐다. 이 고교는 영어 4학점, 수학.사회.과학 각 3학점, 체육 1학점, 예술.보건.기술 각 0.5학점, 선택 (제2외국어 등) 4.5학점 등 20학점 (하루 한 시간씩 한 학기 배우면 0.5학점) 을 따면 졸업할 수 있다. 그런데 과목마다 여러개의 세부과정이 개설돼 있어 그중 어느 것을 들어도 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예컨대 예술의 경우 미술.음악.드라마로 과목이 나뉘고, 미술은 다시 디자인.회화.조각 등으로 세분화돼 있는 식이다. 음악도 음악이론.합창.밴드.재즈 등으로 나뉘어 있다. 학생들은 이 가운데 어느 하나만 선택해 들으면 된다. 수학도 약 15개 세부과목으로 분류돼 있다. 학생 스스로가 판단, 어렵거나 자기에게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안들어도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과목의 난이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각 과목은 크게 ▶일반▶아너스 (Honors) ▶고급 (AP:Advanced Placement) 3등급으로 나뉜다. '일반' 은 아주 쉽고 기초적인 것, '아너스' 는 보다 어렵고 가산점을 받는 수준, 'AP' 는 대학의 교양과목 수준이다. 아너스나 AP는 숙제가 많고 좋은 학점을 따기도 어렵지만 대신 유리한 점도 있다. 평균학점을 산정할 때 아너스 과목은 1점, AP 과목은 2점의 가산점을 받기 때문. 예를 들어 영어의 경우 일반영어 대신 아너스 영어를 신청한 학생이 C학점을 받으면 B학점을 받은 것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내신성적을 중시하는 미국 대학에 입학하려면 이들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 고교때 AP 과목을 들으면 대학에 가 해당 교양과목을 면제받는 수가 많아 대학 조기졸업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아너스나 AP에 연연하지 않고 학교도 이를 강요하지 않는다. 초등학교를 포함, 대부분의 학교가 서머 스쿨을 운영한다. 여름방학 중 매일 5시간씩 3주를 배우면 그 과목은 한 학기를 이수한 것과 같이 학점을 준다. 조기졸업 희망자와 학업미달자에게 다같이 매우 유용한 제도다. 서머 스쿨 등록여부 역시 선택사항이라 신청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우등생과 열등생을 다같이 만족시키는 제도가 활짝 열려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학교 개선법' 에 따라 설립이 허용된 '차터 (특별허가) 스쿨' 은 '우등생도 없고, 열등생도 없는 교육' 을 지향하는 대표적인 학교다. 우리로 치면 대안학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 이 차터 스쿨은 최근 미국 사회에 거세게 불고 있는 '신 공교육' 바람의 진원지다. 차터 스쿨은 학부모.교사.지역사회가 합심해 교육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설정해 운영하며, 제 각각 '수학.과학 중심의 수업' '예술을 중시하는 교육' 등 독자적인 색깔을 강조하고 있다. 자기의 학업 취미와 적성에 맞춰 학교를 골라 가기 때문에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열등생이 되고마는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차터 스쿨의 평균 학생수는 1백50명. 공립학교의 3분의1 수준이다. 학생수가 적다 보니 교사는 학생 하나하나에게 골고루 관심을 갖고 학업을 지도할 수 있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차터 스쿨 지원금으로 1억달러를 책정했다. 92년 미네소타주에서 처음 도입된 이래 현재까지 34개주에서 1천2백85개교가 문을 열었다. 총 인원은 2백50여만명. 입학을 위한 대기자가 1천명이 넘는 명문이 부지기수다. 시리즈 취재팀 ▶국제부 = 김동균 (팀장) , 이철호, 최형규, 이훈범, 김현기 기자 ▶특파원 = 김석환 (모스크바) , 배명복 (파리) , 신중돈 (뉴욕) , 김종수 (워싱턴) , 오영환.남윤호 (도쿄) , 유상철 (베이징) , 진세근 (홍콩) 기자 ▶해외취재 = 민병관, 권영민, 이상일, 이규연, 강서규, 정선구, 예영준 기자 ▶사회부 교육팀 = 오대영, 강홍준 기자 입력시간 1999년6월22일 19시57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