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conom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1월 22일 일요일 오후 01시 45분 39초 제 목(Title): 이코노/이장우 실리콘벨리 역사 1 새연재/인물로 본 실리콘 밸리 역사(1)릴랜드 스탠퍼드 스탠퍼드大 설립…‘하이테크人才’양성 불댕겨 ‘실용’중시한 교육이념으로 실리콘 밸리 이끈 첨단 벤처기업의 기반 마련 이장우 경북대·현 스탠퍼드대 방문교수 동쪽 산업은 쇠락의 길을 걷고 서쪽 산업이 흥하는 추세다. 그 대표주자가 미국 서부의 실리콘 밸리 산업들. 왜 그런가. 기본적인 철학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고, 교육시스템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어쨌거나 21세기는 서쪽 산업이 주도할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 역사를 창조한 선구자적 인물들을 시리즈로 엮는다. 세계 하이테크 중심지인 실리콘 밸리 지역은 2백여년 전만 해도 인간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았던 곳이다. 실리콘 밸리의 중심지가 된 새너제이에 민간인이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1777년 무렵-. 그리고 제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0년 중반까지만 해도 과수원이 즐비한 농촌지역에 불과했다. 이러한 산업 불모지를 21세기 첨단 기술의 요람으로 바꾸어 놓은 데는 수많은 사람들의 선구자적 노력과 희생정신이 밑거름이 되었다. 특히 스탠퍼드대학 무선공학과의 프레데릭 터먼 교수는 실리콘 밸리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다. 그는 제자였던 휴렛과 팩커드를 지원하여 휴렛팩커드라는 세계적 하이테크 기업의 탄생에 기여하였고 스탠퍼드 산업단지(Stanford Industrial Park)의 설립을 주도하면서 이 지역의 독특한 산학협동의 전통을 형성시켰다. 그러나 터먼 교수의 선구자적 노력이나 수많은 산업계 리더들의 눈부신 활동들도 스탠퍼드대학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스탠퍼 드대학의 설립자인 릴랜드 스탠퍼드의 선각자적 역할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릴랜드 스탠퍼드는 1824년 뉴욕주 북부지방에서 태어났으며 위스콘신에서 잠깐 변호사 생활도 했다. 그러다가 골드 러시의 바람을 타고 캘리포니아에서 장사를 시작한 그의 형을 따라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뛰어난 장사수완으로 사업을 번창시켰으며 급기야는 센트럴 퍼시픽 철도회사를 설립하여 엄청난 부를 획득하였다. 경주용 말을 좋아하는 그는 스탠퍼드대학의 중심부인 팔로알토 근교에 말농장을 만들었으며 점차 1천만평에 달하는 땅을 사들였다. 스탠퍼드는 정치에도 참여, 링컨 대통령의 선거운동에도 가담하였으며 남북전쟁 동안 캘리포니아 주지사로도 일했다. 1885년부터 사망시까지 상원의원으로 재직했다. 스탠퍼드가 대학 설립을 결심한 데는 외동아들인 릴랜드 스탠퍼드 주니어의 갑작스런 죽음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당시 15세인 그의 아들이 유럽 여행중 장티푸스로 사망하게 되자 그의 넋을 기리기 위해 1891년 스탠퍼드대학을 설립하였다. 스탠퍼드는 변호사, 사업가, 정치인으로서의 다양한 인생역정 속에서 터득한 지혜를 바탕으로 대학의 실용성을 주창하였다. 그의 설립 이념은 진보적인 교수들의 호응을 받았으며, 특히 공학 부문의 경우 현장실습의 전통과 산학협동 체제의 구축으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이 대학의 교수들은 설립 초기부터 학생들이 실제로 사회에 나갔을 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산업체나 정부의 실무자들과 평소부터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전통을 만들었다. 産學협동 전통 구축 이러한 스탠퍼드대학의 실용적 전통과 문화는 오늘날 실리콘 밸리의 하이테크 창업에 밑거름이 되고 있다. 물론 이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는 휴렛팩커드社의 창업이다. 당시 대학생들이 차고에서 창업한 회사가 세계 최고의 하이테크 회사가 됨으로써 이 지역의 기술 창업에 도화선이 됐으며, 우수한 인재와 새로운 경영 방식을 공급해 주는 또다른 배태조직이 되었다. 컴퓨터 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1980년대 이후 컴퓨터 기술의 중심은 동부 보스턴 지역에서 실리콘 밸리로 이동하게 되는데, 그 핵심 원인은 스탠퍼드대학 출신자들의 기술창업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컴퓨터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시스코, 실리콘그래픽스社 등이 모두 이 대학 교수나 학생들에 의해 창업됐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꿈의 산업으로 불리는 인터넷과 바이오테크 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기술과 관련된 핵심 프로토콜이 스탠퍼드대학에서 만들어졌으며,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제리양과 데이비드 파일로가 야후를 창업하여 인터넷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바이오테크 산업의 문을 연 DNA 합성기술도 이 대학교수인 스탠리 코헨(Stanley Cohen) 박사와 UC-샌프란시스코대학의 허버트 보이어(Herbert Boyer) 박사에 의해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이렇듯이 스탠퍼드대학과 관련해 창업한 기업들 중 우리들이 익히 아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휴렛팩커드, 야후,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시스코 외에도 아도브(Adobe), 칼진(Calgene), 나이키, 베리안(Varian Associates), 인투이트(Intuit), DNAX, 탠덤(Tandom Computers) 등을 들 수 있다. 1992년까지의 조사 결과만 보아도 이 대학과 관련돼 설립된 회사 수가 1천1백개 가량 되며 그 중 종업원 1백명 이상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수가 88개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이 미국 경제에 기여한 정도를 매출 합계로 나타내면 약 3백1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지금 스탠퍼드대학은 학문의 요람으로서 그리고 하이테크 진원지로서 세계인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몰려드는 우수한 학자, 연구자들로 인해 이 대학은 글로벌 수준에서 기술지식을 흡수하고 이를 다시 지역 산업계에 이전시키는 매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휴렛팩커드, 야후 등의 요람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단순히 릴랜드 스탠퍼드의 기부와 대학 설립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의 사회봉사 정신과 실용성 중시의 철학을 이어 받으려 했던 많은 사람들의 또다른 희생과 노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자면 1893년 6월 릴랜드 스탠퍼드의 죽음으로 재정적 위기를 맞았을 때 그의 부인 제인 스탠퍼드는 개인 수입은 물론 자신의 보석을 팔아 대학을 살렸다. 또한 경제공황 이후 심각한 실업난에 빠져 있던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선구자적 노력을 했던 터먼 교수는 실리콘 밸리 탄생에 직접적인 기여를 했다. 만약 제 2의 실리콘 밸리를 만들기 위해 이 지역에서 한 가지만 빌려갈 수 있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스탠퍼드대학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불가능하고 비슷한 수준의 대학을 만드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실리콘 밸리의 경쟁력이 더욱 돋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릴랜드 스탠퍼드의 선각자적 노력과 희생정신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딛고 ‘캘리포니아 아이들을 자신의 아들로 키우겠다’는 뜻을 펼친 것이 오늘날 세계 하이테크를 선도하는 인재들을 길러내게 된 것이다. 또한 ‘대학은 학생들을 개인적인 성공으로 이끌 뿐만 아니라 사회에 유용한 사람들을 길러냄으로써 직접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는 그의 실용적인 이념은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산학협동 체제의 모형을 만들었다. 세상이 아무리 어려워져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는 선각자들이 있을 때 미래는 희망이 있다. 1백년 전 릴랜드 스탠퍼드가 사회를 위해 심어 놓은 사과나무가 오늘날 지역 경제는 물론 미국 경제를 살리고 세계의 하이테크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한 사람의 좋은 뜻이 얼마나 큰 위력을 갖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는 경제구조의 고도화를 위해 우리나라에도 제 2의 실리콘 밸리가 들어서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표출되고 수많은 정책들이 입안되고 있다. 그러나 릴랜드 스탠퍼드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경제위기 극복 또는 기술입국이라는 국가적 당면과제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내다보고 오늘 묵묵히 사과나무를 심어놓는 선각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