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onom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요키에로타) 날 짜 (Date): 1998년 10월 28일 수요일 오후 12시 28분 07초 제 목(Title): 윈/경제이론서 낸 공무원,배선영 1천쪽 넘는 경제이론서 낸‘천재 공무원’배선영 “케인스는 가라! 노벨상은 떼어논 당상” 이상욱 자유기고가 ------------------------------------------------------------------------------- - “나의 이론은 사실상 노벨경제학상 이상으로 봅니다. 그러나 노벨상을 염두에 두긴 하지만 목표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우리 민족의 자존심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지요.” ‘대하(?)경제학 이론서’를 발간, 화제가 되고 있는 배선영(裵善永·38)씨. 청와대 경제비서실 서기관으로 근무하는 그는 지난 7월초 “화폐·이자·주가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긴 제목에다 ‘기존 경제학에 대한 이론적 도전’이란 부제를 단 책을 냈다. 1천85쪽의 베개만한 이 책은 케인스가 60년 전에 발간한 ‘고용과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과 비슷하게 긴 제목에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배서기관은 그의 책에서 ‘금세기 최고의 경제학자인 케인스의 이론을 뒤집었다’며‘나의 이론은 불후의 진리를 파헤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이론에 근거해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는 기업들이 외채를 마구 들여와 설비투자를 하는 바람에 빚어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엄청나게 주식을 발행해 우리나라 주가는 오르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하여 그는 미국의 경제도 붕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정책은 통화뿐 아니라 주식·채권의 발행량과 기업의 외자 조달 등도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 그런데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은 적절한 정책이고 주식과 채권의 발행을 통제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연 그는 우리나라가 낳은 천재 경제학자인가, 아니면 돌출 이론가인가. “내 이론은 노벨상 이상의 가치 있다” 그는 옛 재무부(재정경제부 전신) 근무시절부터 ‘튀는 공무원’이었다. 공무원으로는 보기 드물게 자신의 이론을 갖고 있는 데다 주장이 강했으며 그가 책을 쓴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출입기자들 사이에 알려진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배서기관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점은 자신의 이론이 케인스보다 훌륭하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데 있다. 케인스라면 영국의 경제학자, 1930년대 세계가 대공황을 헤쳐나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금세기 최고의 경제학자이다. 그런데 배서기관은 “나는 케인스 이상이며 케인스 이론을 마침내 뒤집었다”고 자신만만해 한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케인스 이론은 잘못됐음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배과장은 또 기존 경제학의 이론적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비판한다. 그는 자신의 책과 이론으로 인해 “기존 경제학은 창연히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며 “저자는 측은지심으로 기존 경제학의 명복을 빈다”고 책 에필로그에 썼다. 이런 주장을 서슴없이 하는 그는 청와대에 근무하는 재정경제부 소속 공무원이다. 장·차관 등 고위직이 아니면 공개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펴지 않는 것이 공무원 사회의 일반적인 불문률인 점을 감안할 때 그는 확실히 독특한 공무원으로 비친다. 그렇다고 그의 책을 뜨내기 이론가의 어설픈 책으로 볼 수도 없다. 상당한 경제학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도, 비판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전문서다. 이런 배서기관의 인간적인 면모를 접어두고라도 그의 책은 또 기존 서적과 다른 몇가지 특색이 있다. 우선 학술서적이라면 뒤에 달려있게 마련인 긴 참고문헌 목록이 없고 각 페이지에 조금씩 언급된 각주(脚註)만 있다. 그는 “독창적인 이론이어서 참고문헌을 붙일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한다. 그의 책에는 또 보통의 경제학 서적과 달리 숱한 한학의 문장들이 등장한다. 서문에서는 율곡 이이(李珥) 선생의 말과 사마천의 “사기”(史記) 등을 인용했다. 그는 한마디로 자신의 이론을 이율곡 선생이나 사마천이 간파한 진리처럼 불변의 진리로 자신하는 것이다. 그의 부친은 우리나라 성리학 연구의 대가였던 고(故) 배종호 연세대 철학과 교수. 배서기관은 부친 덕분에 초등학교 시절 천자문을 비롯해 한자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의 책은 원본과 요약본·초록 등 세가지가 있다. 우선 원본은 1천쪽이 넘는, 수학공식과 경제학 이론 전개를 담은 베개만한 책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도 간단치 않을 만한 내용과 분량이다. 좀더 간단히 읽을 수는 없을까. 이를 위해 배서기관은 요약본을 만들었다. 웬만한 단행본에 버금가는 모두 1백73쪽에 달하는 요약본에는 그래프와 수식이 달려있어 역시 어렵다. 그래서 그의 책의 요지를 빠르게 읽어내려면 결국 31쪽짜리 초록(抄錄)을 읽어야 한다. 그와의 대화는 세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만하다고 했는데 어느 점에서 그런가. “우선 케인스 등장 이후 60년간 경제학에서 마비된 판단력을 회복시킨 점이 중요하다.” ─ 어떤 점에서 자신의 이론이 우수하다고 보는가. “무엇보다 이자율 결정이론에서 케인스는 화폐수요와 공급이 일치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런 상태는 현실에서 없다. 그래서 나의 유량자금설이 맞는 것이다.” ─ 배서기관의 이론대로라면 주가는 주식 발행량과 주식 수요 희망량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가가 오르려면 주식 발행량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등 외국 정부도 통화량만을 경제정책의 수단으로 활용할 뿐 주식과 채권 발행에는 적극 개입하지 않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주식이나 채권 등 자금시장이 극심한 침체 없이 발전하려면 주식과 채권 발행물량을 조절해야 한다.” “미국경제도 침체기 맞을 것” ─ 그러면 정부가 기업의 주식·채권 발행량에 개입해야 한다는 것인가. “현재 경제학자들이나 정책당국자들은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주식과 채권 발행에는 되도록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틀린 것이다.” 배서기관은 재무부 증권국에 근무하던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 자신의 이론을 적용해 증권시장을 안정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후 정부가 주식과 채권 발행량을 규제하지 않는 바람에 주가 하락과 이자율 상승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 시장경제에서 정부가 기업의 주식과 채권 발행에 간섭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가. “주식을 사라, 팔라고 하는 등 가격 결정에 정부가 관여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주식과 채권의 발행량 조절에는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국민경제에서 주식과 채권 발행량이 너무 많아지면 주식과 채권시장이 침체하게 된다. 기업들의 자금조달에도 문제가 생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잘 키우는 대신 배를 갈라 죽이게 되는 것이다. 또 기업이 돈을 쉽게 조달하면 헤프게 운영하게 마련이며 땅을 사는 등 불요불급한 투자를 하게 돼 문제가 생긴다.” ─ 외환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해서도 책에서 언급했는데…. “기업들이 94년부터 연리 4∼5%의 외채를 마구 들여온 것이 원인이었다. 기업이나 나라가 일종의 향정신성 의약품(배서기관은 ‘마약’대신 ‘향정신성 의약품’이란 말을 고집했다)을 흡입한 것이다.” ─ 왜 그런가.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한다고 외채를 대량 들여왔다. 한국 경제는 외화 부문만 제외하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른바 펀더멘털(경제의 기본적 지표)은 좋았다. 빚을 들여와 자본재에 투자하니 내수는 확대됐다. 물가는 당연히 하락했다. 따라서 투자 증가·소득 증가·성장률 증가·매출 신장 등 경제의 기본적인 틀은 좋아 보였다. 여기서 외채 증가와 경상수지 적자 확대라는 것만 잊어버린다면…. 현재 94∼95년 당시의 한국과 비슷한 나라가 또 있다.” ─ 그 나라는 어디인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큰 폭의 무역적자와 외채 문제만 제외하면 높은 경제성장을 보이고 물가도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다. 미국도 침체기로 들어갈 것이다.” ─ 그러면 외자 도입도 규제해야 한다는 것인가. “주식·채권뿐 아니라 기업의 외자 도입도 규제해야 한다. 나의 이론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이나 다른 나라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 배서기관의 이론은 학계의 검증을 거친 것인가. 이론이 독창적이긴 하지만 이미 외국에서 다른 사람이 주장한 것인지도 모르지 않는가. “지금까지 이같은 이론은 나온 적이 없다. 최근 외국에서 학위를 받고 온 사람들이 나의 이론은 처음 보는 것이라고 말해줬다.” ─ 정식으로 학회지에 낼 생각은. “그럴 생각이 없다. 내가 낸 책으로 평가받고 싶다.” ─ 지금까지 경제학계에서 보인 반응은. “별로 없다. 다만 서울대보다 비(非)서울대쪽에서, 학계보다 금융계에서 반응이 좋은 것 같다.” ─ 영어와 스웨덴어로도 번역할 예정이라는데 노벨상을 겨냥한 것인가. “그렇다. 노벨상이 목표는 아니지만 민족 자존심을 높이기 위해서다.” 배서기관의 책은 케인스의 책 제목을 연상시킨다. 배서기관은 또 자신의 책 원고를 탈고한 때가 95년 12월13일이라고 말했다. 어디서 비슷한 날짜를 본 것같아 생각해보니 케인스가 “고용과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을 탈고한 35년 12월13일과 우연히 같았다고 했다. ─ 케인스와의 인연은 언제부터인가. “고등학교(성동고등학교) 2학년 때 형의 경제학 책을 보고 경제학에 매료됐다. 거기서 케인스를 알게 됐다. 그후 대학원(서울대 경제학과)에서 내 이론의 틀을 세웠다.” 배서기관은 대학원 졸업 후 15년간 행정부 내에서의 실무 역시 케인스가 경제학자로서 영국 재무성에서 근무한 것과 비슷하다고 유사성을 들었다. 창의력과 이론에서 단연 群鷄一鶴 배서기관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엘리트 코스를 거친 수재다. 그는 초·중·고등학교에서 ‘당일치기 공부로도’ 늘 수석을 차지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다. 서울대 경제학과 재학 시절이던 3학년 때(20세) 24회 행정고시에 최연소로, 연이어 4학년 때는 외무고시에 합격했다. 조순씨 밑에서 서울대 경제학과 대학원 과정을 마쳤고 최우수 졸업논문으로 서울대 상대 동창회상을 받았다. 서울대 경제학과에서도 그는 창의력과 이론에서 군계일학(群鷄一鶴)이었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외국에 나가 공부할 이유가 별로 없고 박사까지 받을 이유도 없어’국내에서만 공부했고 석사 과정만 거쳤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옛 재무부 증권국 근무 시절에 시험했고 실제 정책과정에서 효과를 봤다고 지적한다. 책을 쓰는 동안 “여자 사귀는 것도 미뤘다”고 미혼의 이유를 밝혔다. 배서기관의 이론은 독특하고 독창적이다. 그러나 국내 학계에서는 발간 석달이 지났는데도 별다른 평가가 나오지 않고 있다. 배서기관은 “국내 경제학계에서는 케인스 연구를 제대로 한 학자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를 보면서 필자는 기개(氣槪)로는 철학자에서 한의사로, 다시 미국 유학길로 오른 김용옥 교수를, 이론에서는 국내 증시와 경제전망에 대한 ‘족집게 분석’으로 유명한 스티븐 마빈을, 그리고 분위기로는 이병주 소설 ‘바람과 구름과 비’의 풍운아 주인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외국 이론 베끼기에다 “경제학 원론”만 풍성할 뿐 독창적인 이론을 보기 힘든 한국 풍토에서 케인스를 아는 경제학자에 의해 배선영에 대한 평가가 빨리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교수가 아니라 공무원이, 박사가 아니라 석사가 주장했다는 이유로 학계에서 무시되지 않고 그의 독특한 주장과 이론이 우리 경제학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싶다. 배서기관 주장 요약 “기존 경제학 前提 뒤엎은 혁명적 이론” 첫째, 기존 경제학에서는 화폐의 공급과 수요가 일치한다고 본다. 그러나 배씨는 현실경제에서 화폐의 수요와 공급은 일치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화폐 공급은 언제나 화폐 수요를 초과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가. 배씨의 설명이다. “경제주체들이 어떤 특정한 시점에 자신들의 수중에 있는 화폐 전액을 모두 보유하고자 한다면? 그때 그들의 수중에는 곧 지출하고자 하거나 지출중인 화폐는 존재할 수 없게 되며 그같은 상황에서는 화폐 지출을 수반하는 제반의 거래들이 이루어질 수 없다.” 둘째, 기존 경제학의 이자율 결정이론을 반박한다. 지금까지 이자율 결정이론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케인스의 유동성 선호설, 다른 하나는 빅셀의 대부(貸付)자금설. 케인스의 유동성 선호설은 화폐 수급이 일치하는 점에서 이자율이 결정된다는 이론에 근거하기 때문에 화폐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다는 배씨의 이론에 따르면 설득력이 없다. 빅셀의 대부자금설은 이런 것이다. 이자율은 돈을 꾸려는 사람들이 신규 차용증서를 팔아 조달하고자 하는 자금의 수요량과 신규 차용증서를 매입해 제공하고자 하는 자금의 총량이 균형되는 점에서 결정된다. 배서기관은 여기서 유동성 선호설이나 대부자금설을 부인하고 자신의 이론인 유량자금설(流量資金說)을 주장한다. 유량자금설이란 일정 시점에서 경제주체들이 일정기간에 새로 또는 이미 발행한 부리(附利)증권(차용증서와 채권 등)의 매입이나 매출에 관련된 자금 전체가 시장 이자율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셋째, 주가 결정이론. 기존 경제학에서 주가는 그때그때 주식매수 희망량과 주식 매도 희망량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배씨는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한다. 일정 시점에 존재하는 주식의 총량과 그 시점에서 개인이나 기업과 기관투자가들이 보유하고 싶어하는 주식보유 희망량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주가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주식은 한번 발행되면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주식이 집중발행될 경우 주식보유 희망량이 늘더라도 주가는 침체하게 된다. 넷째, 채권값은 채권을 사려는 양과 팔려는 양에 의해 결정된다고 기존 경제학은 주장한다. 배씨는 채권값은 일정시점의 채권 발행 총량과 채권보유 희망량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지적한다. 이는 바로 배씨가 주가와 이자율 그리고 채권값을 안정시키려면 정부가 주식과 채권 그리고 기업의 자금조달량을 통제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해내는 근거가 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