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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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onom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화이트헤드)
날 짜 (Date): 1998년 9월 21일 월요일 오전 06시 28분 30초
제 목(Title): 한겨레/ 한일경제 새틀짜기 


[한겨레시평] /한·일 경제 새 틀 짜기/후카가와 유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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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구라 가즈오 주한 일본대사가 한일자유무역지역이나 경제통합 가능성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한 발언이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원래 일본에서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할 무렵부터 한일 
경제관계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한다는 생각들이 제기됐다. 한국이 경제개발협력기구 
가맹국으로서 관세인하나 환경문제와 관련한 의무를 지게 됨으로써 한일간에 
사람과 물품, 돈, 기술의 자유로운 왕래를 전제로 한 선진국간 교류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실현될 전망이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실무차원의 지한파를 중심으로 이 구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배경에는 두가지 사실이 깔려 있다. 

먼저 소극적인 이유로, 내년의 수입다각화품목 전면폐지에 따라 지금까지 사실상 
불가능했던 일본차 등의 대한 수출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좀더 
적극적인 것인데,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일본이 한국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는데는 
분명한 틀짜기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아에 대한 
최대채권국이자 지원국인 일본은 금융위기 국면에서 결국 미국의 협박에 굴복해 
이니셔티브를 취하지 못했다. 오구라 대사의 발언도 다분히 한국쪽의 일본문화 
해금이라는 용단에 대해 일본도 이런 틀로 대응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자유무역구상이라는 말만 들어도 과거를 연상하는 알레르기 또는 
한국의 위기에 편승한 일본의 이권확대라는 부정적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구상에는 적어도 몇가지 잇점이 있다. 

첫째, 두나라의 자유무역화는 한일간 국제분업을 근본적으로 재고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한일 경제관계는 산업구조가 비슷하고 경합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전자전기 등 상당한 분야에서 분업 또는 병존관계가 이미 
성립돼 있다. 주요산업의 분업 전망이 좀더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고 산업협력이 
진행되면 한국은 구조조정을 가속화할 수 있다. 나아가 이번 위기의 
근본원인이었던 격심한 엔의 달러환율 변동이라는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와져 안정된 
세계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일본은 한국과의 제살깎기식 가격경쟁으로부터 벗어나 
고령화사회 진행에 맞춰 비교우위분야를 철저히 특화할 수 있다. 

둘째, 한국은 현재 외국인투자 유치에 필사적인데 일본기업이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압도적으로 가까운 한국에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이나 인상을 불식하는 과감한 자극이 필요하다. 이런 구상이 
선다면 적어도 일본기업은 관세를 생각하지 않고 일본으로의 제품반입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부품의 생산 유통, 자동차 리사이클, 연구개발 등의 분야에서 
한일협력을 위해 규슈지방이 추진하고 있는 `한일 카 코리더(자동차 회랑)' 등의 
아이디어도 현실화할 것이다. 

셋째, 한국은 한일의 1억7천만명 시장과 중국을 지리적으로 잇는 동북아시아 
허브거점으로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공항 항만 등 물류를 정밀하게 
검토하면서 지역적으로 효율성 높은 인프라를 정비할 수 있다면 불황에 허덕이는 
두나라의 경기부양과 효율화에 기여할 것이다. 

넷째, 한국기업에는 여러 의미에서 좀더 다양한 자금조달 창구가 열릴 수 있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아직 산업금융쪽이다. 하이테크산업 분야에서는 일본도 이제 
갓 시작한 금융빅뱅으로 가동되고 있는 벤처캐피털의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 

다섯째, 자유무역구상을 추진함으로써 일본은 결정적으로 동북아시아에 관여하게 
된다.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고, 어떤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든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한국에게 한일시장이 
열린다는 의미는 크다. 한편 일본 입장에서도 한국과의 산업협력 토대를 
확립함으로써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쪽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일간에는 그 불행한 역사를 국내적 입장에서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고 
감정적이고 고집스런 확신이 부정확한 보도에 의해 증폭되는 면도 있다. 쌍방이 
경제면에서의 폐쇄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그리고 정신적으로도 어두운 그림자를 없앨 수 있는 큰 구상이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을 앞두고 한일은 이제 다시한번 지리적인 근접성이라는, 단순하지만 
대단히 커다란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돌파구를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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