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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conomics ] in KIDS
글 쓴 이(By): pictor (홍헌수)
날 짜 (Date): 1999년 7월 17일 토요일 오전 03시 04분 01초
제 목(Title): [기자수첩] - 반도체 얘기 ! -


■ 데스크로부터

다음은 과학과 전자업계를 담당하는 모태준 기자의 취재일기입니다.
모 기자는 빅딜 파동때문에 진통을 겪었던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요즈음 사정을 적어왔습니다.

■ 현대전자와 LG반도체

▨요즘 전자업계에선 현대전자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습니다.
저희 신문에서 보도했듯이, 몇일간의 주식 폭락장세에도 이를 비웃듯
현대전자의 주식이 연일 큰 폭으로 오르고 있습니다.

검찰에서는 지난해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을 계속하고 있는데도
참 특이한 일입니다. 물론 세계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쳤다거나 하는
외부적 요인도 있겠지만, 전자업계를 출입하는 저로서는 최근 현대가
LG반도체의 경영권을 완전히 넘겨받고, 또 반도체 부문에 새로이
사장을 영입하는 등 본격적인 공격 경영의 시동을 완비했다고 증시에서는
판단하는게 아닌가 하는 소견입니다.

□통합반도체 회사 출범을 위한 전열정비=최근 현대전자 김영환사장은
반도체 부문을 총괄할 신임 사장으로 IBM본사 출신의 박상호씨를
영입했습니다. 박씨는 60년대 도미 유학후, 휴렛팩커드에 근무하다
지난 95년 IBM에 스카웃되어 현재 구매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는 전문가
입니다.

박사장은 결국 전세계 반도체 업계의 흐름뿐 아니라, 구매 과정에서
일종의 기술적 스탠다드를 요구할 정도로 기술 흐름에도 꿰고 있어,
제2의 웅비를 노리는 현대-LG통합 반도체 회사의 최고 경영자로 손색이
없다는 게 현대측 설명입니다.

박 사장이 한국업체로 옮긴다고 하자, IBM에서는 월급을 올려주겠다-승진을
보장하겠다는 등 미끼를 많이 던졌다고 합니다. 그러나 박사장은
결국 남은 인생(현재 52세)을 모국(그는 미 국적자 입니다)에 봉사하고,
특히 한번 큰일을 해보겠다는 도전의식으로 현대전자 2인자 자리를
맡았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 기자가 김영환 사장에게 당신의 거취를 묻자, 그냥 껄껄껄
웃으며 "좋은 사람이 많잖아요..."하는 식으로 답을 흐렸읍니다.
항간에는 김영환 사장이 현대건설이나 다른 계열사로 옮겨 부회장
직을 맡는다는 소문도 있습니다.

또 한사람 이번 인사에서 많은 이가 반도체 총괄 사장으로 오리라고
했던 이가 있습니다. 바로 현대전자의 미주법인 유진공장을 맡고
있는 박종섭 사장입니다. 그는 정주영 명예회장의 총애를 받고 있어,
그의 중용이 예상되고 있어 앞으로 거취가 주목됩니다.

□LG반도체의 미래는=현대전자가 최근 LG측에 총 2조5600억원중 잔금
1조원의 약속어음을 지불하면서, LG반도체 경영권을 완전히 넘겨받았습니다.
LG반도체는 이달말 주총을 거쳐 사명도 현대반도체로 개명한다고 하니, 
이 때쯤이면 안-밖으로 완전한 현대 '자식'이 되는 셈입니다.

물론 주총에서는 새로 이사및 감사를 선임하고, 임원진도 곧 전면
개편할 계획이어서 현대의 친정체제 구축도 이달 말쯤이면 완성될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 현대전자 김영환사장은 LG반도체 직원들에게
"미국식 스톡옵션제를 도입해 미래 일정 시점에서 미리 약정된 가격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직원들 아우르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김사장은 항상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앞으로 통합반도체 회사의
성패는 LG반도체 직원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자발적인 충성심을 이끌어내는데
있다"며 "현대사람들 누구라도 점령군 행세를 하려 한다면, 먼저
자르겠다"고 엄포를 놓곤 했습니다. 

□희비(喜悲) 교차하는 LG반도체 직원들=반도체 통합은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 뒷배경에
LG와 현대라고 하는 국내 대표적 기업들이 끼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LG라고 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보고 입사한 직원들이 졸지에
전혀 문화와 조직이 다른, 어쩌면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로 통채로
적을 옮긴다니, 불만과 반대의 목소리가 대단했지요. 특히 LG반도체
직원들은 LG그룹이 반도체 포기 선언을 한 후에, '보내는 친정어미'가
보여준 여러가지 모습에 크게 실망하고 분개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정신적 공허감은 있었지만, 직원 개개인들은 상당한
물질적 보상을 받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LG반도체 직원들은 빅딜
와중에서 보너스의 약 1000%에 해당하는 일종의 보상금을 받았습니다.
400%는 파업을 철회하는 대신 받은 생산장려금이었고, 나머지 600%는
빅딜에 따른 정신적 위로금 이라는 형태였습니다.

명칭이야 어쨌든 이같은 명목으로, 예를 들어 입사 11∼12년된 고참
과장급 직원(연봉 약 3300만원)이 1500만원의 부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주식투자를 했는지, 집을 늘리는데 썼는지는 몰라도 샐러리맨으로서는
상당한 목돈이 아닌가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막판 '홍보실' 모셔오기=지난해말 LG반도체 직원은 약 9600여명 이었습니다.
이중 LG-LCD분사와 LG전자등으로 되돌아간 사람, 퇴사자, 잔류파
등으로 현재는 약 8000여명이 남아 현대로 넘어갔습니다. 물론 언론의
우려대로 퇴사해 외국계 회사로 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약 100여명 남짓한데, 일부는 외국계 반도체 회사로 또 일부는 벤처기업등을
차렸다고 합니다. 생각보다는 많지 않은 숫자 였습니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진 않았지만, 막판에 LG에 남을 '잔류파'를 결정하는데
두 그룹이 상당한 힘겨루기를 했다는게 후문입니다. 현대는 당초
약속대로 전 임직원의 이양을 요구했지만, LG는 "본인이 극구로 가기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니 좀 빼달라"며 난색을 표명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인선 안을 놓고 일주일 가량 협상을 벌였고, 결국
현대가 구씨나 허씨등 LG그룹 오너쪽 사람이거나 오너 관계자들을
우선 빼줬고, 뒤이어 과거 그룹에서 일했거나 그룹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등을 잔류하도록 허락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잔류파가 약 70여명으로 결정됐습니다. 그런데 현대와 LG가
끝까지 입장을 굽히지 않았던 것은 바로 '홍보팀'에 대한 처리문제였습니다.
현대는 "과거 빅딜 싸움에서 LG가 상당히 우수한 홍보전략을 썼다"고
내심 보고 있었고, 이때문에 홍보팀에서 1명의 일탈도 없이 데려가
'중용'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LG쪽에서는 "홍보팀은 속성상 그룹의 여러가지 비밀스러운 내용을
많이 알고 있는데다, 일부 인사들은 과거 그룹 홍보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니 불가하다"고 맞섰습니다. 특히 기자들이 잘 아는 L모
차장의 잔류문제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고, 결국 현대측에서는
LG반도체의 내부를 잘아는 홍보맨을 놓칠수 없다고 강하게 나와 L모
차장을 위시한 홍보팀 전부가 현대측으로 넘어가도록 결정됐습니다.

기자들이 L차장에게 우려의 뜻을 전하자, L씨는 "어떡합니까. 비가
오면 우산을 준비해야죠. 부려먹든 골려먹든 또 한번 카멜레온처럼
변신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라며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습니다.

□갈길 바쁜 현대전자=현대는 LG반도체의 경영권을 인수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같이 남아 "경영진들은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선 통합반도체 회사를 조만간 출범시켜야 하는 만큼, 법적인
제도적인 문제들이 산적하게 쌓여 있습니다.

더욱이 현대전자로서는 회사내에 비 반도체 부문(통신-모니터-LCD-전자장비)을
분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현대전자는 과거에는 LG반도체와의
통합이전에 비반도체 분리라는 전략을 취했는데, 최근에는 선통합-후분리로
돌아섰습니다. 생각만큼 비반도체 부분의 분리가 외자유??? 부채의
분배문제 등으로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올해들어 떼돈을 벌고 있는 LCD나 모니터 사업을 일찍이 분리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어차피 LG반도체와 합병하면
유휴인력이 많이 생기는데, 이들에 대한 처리도 비반도체 부문들에서
원할히 소화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전자는 또 상이한 반도체 생산공정기술을 하나로 하는 '지난한'과제도
안게 됐습니다. 분명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합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역사와 배경이 다른 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같은 D램을 만들면서도 서로 다른 생산 기술을 쓰고 있습니다.

현대는 주로 삼성과 비슷한 자체 개발한 기술을, LG는 일본 히타치에서
배워온 일본과 유사한 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현대는 현재의 64메가나 128메가 제품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그대로
생산하고, 차세대 256메가 D램부터는 하나로 통일된 라인을 구성해
사용할 복안을 갖고 있습니다. 

또 일부에서는 현대가 무리하게 LG반도체를 인수하느라 자금 압박을
많이 받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현대의 기술수준이 덩치에
걸맞는 기술리더가 되기에는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반도체는
특성상 제일 첫번 개발회사가 한 6개월정도 '노다지'를 캐면, 후발
회사들이 뒤쫓아와 '도토리'를 집는 형국으로 전개되곤 합니다.

현대는 삼성에 비해 선도기술-고기술에서 크게 뒤진다는 지적이지요.
이에 대해 김영환사장은 "그간 연구인력이 많이 부족해, 현재의 
기술문제??매달리느라,
차세대 제품개발에는 힘이 딸렸다"며 "그러나 LG반도체의 연구인력을
그대로 이어 받은 이상, 중복된 기술개발 대신 차세대 제품쪽에 힘을
실을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김사장은 "분명 몇년이 지나면 현대전자는 아무도 넘보지 못할 D램
메이커로 성장할 자신이 있다"며 "냬부적으로도 충분한 검토를
했으나, 역시 현대전자의 강점은 D램 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반도체는 국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초 매머드급 수출효자 상품
입니다. 이때문에 국민들은 경위와 어쨌든 LG반도체를 인수한 현대전자가
세계에서 우뚝서는 진짜 강자로 커 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
모든 공은 현대전자의 경영진들에게 넘겨졌습니다.
/모태준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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