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conomics ] in KIDS 글 쓴 이(By): pictor (홍헌수) 날 짜 (Date): 1999년 1월 26일 화요일 오후 07시 22분 05초 제 목(Title): [주식] 스티븐 마빈/주가 예측 잇달아 [매일경제] 1999년 1월26일 오후 3:16 [집중분석] 스티븐 마빈 실력평가...주가 예측 잇달아 빗나가 스티븐 마빈 쟈딘플레밍 이사는 예언가일까 증권 분석가일까. 지금까지 그가 발표한 보고서를 실제치와 비교해 보면 이런 질문이 제기된다. 미래를 꿰뚫어 본다는 점에서 그는 분명 예언가의 자질을 갖고 있다.IMF 체제를 예측했고, 종합주가지수 300선 붕괴를 점쳤던 그였기 때문이다. 증권 분석가는 자신이 설정한 가정에 따라 결론을 내린다. 예언과는 방법론 자체가 다르다. 분석은 가정이 빗나가면 결론도 틀리게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많은 사람들은 마빈 이사를 증권 분석가가 아닌 예언가로 믿는 경향이 있다. 불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지난해 10월까지도 한국 증권시장을 밝게 보지 않았다. 11월 2일에 내놓은 보고서에서 그는 ‘열차는 타되 앉지는 마라(Climb aboardbut don’t sit down)’며 여전히 과거의 부정적인 시각을 바꾸지 않았다. 그의 말을 신봉했던 사람들은 연말 연초의 폭등장세에서도 큰 돈을 벌지 못했다. 혹시라도 떨어지면 어쩌나 의심스러워 단타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은 빗나갔다. 자신은 그렇게 평가하지 않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했다. 그를 예언가란 입장에서 평가해본다면 이번만은 엉터리 점괘였다. 마빈 이사를 힘(?)있는 증권 분석가로 대접받게 만든 계기는 두 편의 보고서에서 비롯됐다. 하나는 97년 10월 13일에 발표된 ‘지옥에서는 기회가 없다(Not a chance in hell)’라는 보고서다. 또 다른 하나는‘죽음의 고통(Death throes)’이란 보고서로 98년 5월 25일에 발표됐다. ‘지옥에서는 기회가 없다’란 보고서는 말 그대로 기회가 없는 땅이기에 한국 시장을 떠나라는 내용을 담았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달 후엔 이보다 더 강한 어조로 한국 시장을 떠나라고 외쳤다. “해도도 등대도 나침반도 없는 항해(Unchartered waters)”란 제목이 붙은 보고서를 읽은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서 떠나기 시작했다. 주가는 계속해서 곤두박질쳤다. 97년 10월만 해도 600대를 지키던 주가는 11월 500대로 떨어졌고, 11월엔 400대로 무너져 내렸다. 결국 한국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IMF에 ‘백기’를 들었다. 여기까지는 마빈 이사의 예언이 적중했다. 또한 그의 분석력도 옳았다. 그가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IMF 체제를 맞았을 것이지만, 아무튼 증권시장에서 마빈 이사의 힘은 통했다.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97년 12월 13일 ‘이제 너무 늦었다(Too little, too late)’란 보고서를 작성해 더 이상 한국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주가는 338.94였다. 그러나 주가는 마빈 이사의 말을 비웃기나 하듯이 급반등했다. 98년 2월 1일 567.38까지 급등했다. 97년 12월 13일 이후 채 2개월도 못돼 67%나 상승했던 것이다. 이런 주가 급등을 그는 어떻게 해석할까. 단순한 반등이라고 보기엔 너무 큰 폭의 상승이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마빈 이사의 생각에 동감이라도 하듯이 주식을 팔았다. 반면에 외국 투자자들은 주식을 마구 사들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국 외국 투자자들은 큰 돈을 벌었다. 98년 2월 7일 그는 ‘폭풍의 눈(Eye of the storm)’이란 무시무시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을 ‘상당한 규모의 미숙한 자금’(교보증권 정병선 실장 ‘지옥에서 죽음에 이르는 페시미즘의 벽을 넘어서’에서 인용)으로 평가했다. 한국 시장을 잘 모른 외국자금이 IMF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섣불리 투자를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마빈 이사의 위력이 다시 한 번 나타나는 듯이 보였다. 열흘간 계속해서 떨어지더니 471.73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다시 마빈 이사의 예상과는 달리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후 3월 3일 591.7까지 상승세가 지속됐다. 3월 들어 주식시장은 다시 얼어붙기 시작했다. 자금대란설이 고개를 들었고, 기업 살생부가 나돌았다. 엔화 약세와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식은 급락을 거듭했다. 외국인도 이때엔 매도주문을 내기에 바빴다. 98월 5월 25일 그는 ‘죽음의 고통(Death throes)’이란 섬짓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때 그는 주가가 250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점쳤다.300선이 위협받고 있었지만 설마 200선으로 밀리겠느냐는 심리가 대세였다. 마빈 이사의 예언(?)은 6월 13일 확인됐다. 결국 300선이 붕괴됐다. 6월 16일 장 중 한때 277.37까지 떨어졌다. 당시 그가 300선 붕괴를 주장했던 이유는 금융시스템이 붕괴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었다. 300선의 붕괴로 마빈의 주가는 최고조에 달했다. 300선이 붕괴할 것이란 마빈 이사의 주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없다는 원론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의 비관적인 입장은 이해된다. 시류에 휩쓸리지않고 증권 분석사답게 논리적으로 분석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러나 주가상승률이 100%에 가까운 상승장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보면그의 평가는 올바르지 못했다. 98년 7월 그는 ‘한국에 제2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란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한국 경제에 대한 관찰 보고서 16편과 은행 퇴출 이후의 경제 변화를 묶은 책이었다. 그는 책에서 한국 정부가 펼치는 IMF 위기 대처 방식을 비난했다. 특히 빅딜을 혹평했다. 기업 퇴출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망할 기업을 망하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다.그는 ‘죽음의 가을’을 노래하기도 했다. 98년 11월 2일 발표한 ‘열차는 타되 앉지는 마라’란 보고서에서도 여전히 마음놓고 주식투자를 할 때가 아님을 역설했다. 11월 한국 증권학회에서도 “한국의 주식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아직도 바닥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가는 다시 한 번 마빈 이사를 비웃었다. 주가는 지칠 줄 모르고 상승세를 거듭했다. 99년 1월 6일 주가는 600선에 도달했고, 11일 640.95까지 치솟았다. ‘죽음의 가을’을 외쳤던 상황과 비교하면 무려 3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교보증권 정병선 실장은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있기엔 너무 힘든 긴 여행이었다”며 마빈 이사의 논리가 처음부터 잘못됐음을 누차 지적했다. 이쯤 해서 한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마빈 이사의 예측력을 평가해 보자. 분명 그의 예언력은 크게 빗나갔다. 또한 증권 분석력도 냉철하지 못했다. 금리 하락과 엔화 강세를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엔화 강세는 대외적인 변수라 당초부터 예상하기엔 한계가 있었다고 하자. 그러나 금리의 경우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누구나 하락을 예상했다. 그러나 마빈 이사는 금리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금융기관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만을 너무 중요하게 봤기 때문이 아닐까. 그는 11월 들어 주식을 사도록 권했다고 하나 그의 보고서(열차는 타되 앉지는 마라)에서 풍기는 메시지는 그렇지 않았다. 누가 봐도 소극적으로 주식투자에 임하라는 뜻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단타로 주식투자를 하기엔 너무나 ‘큰 장’이었다. 지난 1월 21일 쟈딘플레밍증권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해 하반기 왜 주식시장을 나쁘게 봤고, 지금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했다.그는 올 상반기까지 주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큰 폭의 하락장을 점친다. 두 가지 시나리오를 내놓는다. 최악의 경우 300선까지 빠지고, 최선의 경우라도 400선까지는 하락할 것으로 본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한 가정은 세 가지. △미국 주식 폭락 △5대 재벌의 파산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등을 꼽는다. 그러나 최악의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한다. 최선의 시나리오에 대한 전망의 배경은 마이너스 성장이다. 플러스 성장은 내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본다. 올해 우리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는 이유는 수출 격감과 내수 위축 때문으로 전망한다. 내수와 투자가 지난해에 비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같은 나쁜 경제지표가 하반기에 발표되면서 외국 투자자들이 서서히 발길을 돌릴 것이고, 그 결과 300∼400선까지 빠질 것이란 분석이다. 엔화 환율은 140엔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 미국 경제가 나빠지기보다는 일본 경제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그의 예언력은 지난 폭등 장세에서 빛이 바랬다. 그러나 분석력은 아직까지도 저력을 갖고 있다. 이같은 가정이 어느 정도 들어맞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주가 예측은 분석가의 영역 밖일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가정, 예컨대 성장률·소비·환율·수출 등이 현실과 큰 차이를 보인다면 그의 분석력도 다시 한 번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스티븐 마빈씨는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를 기억하는 게 어떨까. 밀납으로 만들어진 날개를 단 이카로스는 태양 가까이 가서는 안됐으나 너무 높게 날아 밀납의 날개를 잃었다. 냉철한 경제분석은 좋으나 관심을 끌기 위한 위험스런 종합주가지수 예측은 이카로스의 자만심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