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conomics ] in KIDS 글 쓴 이(By): artistry (워싱턴사과) 날 짜 (Date): 1999년 1월 10일 일요일 오전 07시 02분 32초 제 목(Title): 조선/ 네트워크 조직경영 01/06(수) 12:13 [네트워크 경영] "네트워크가 미래의 경쟁력" 특정분야 외엔 전문 파트너와 제휴…기술-생산-판매 따로따로 .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Mountain View)에 있는 램버스(Rambus) 사는 특이한 회사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실력자'로 떠오르고 있는 이 회사는 정작 반도체를 만드는 공장이나 판매조직은 하나도 없다. 직 원 수도 140명 남짓한 중소기업 수준이다. 이 회사 직원들이 하는 일은 오직 한 가지. 메모리 칩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회로를 설계하는 데 전력 투구하고 있다. 램버스사는 이 방면에서 보유한 수십개의 특허를 무기로 세계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한다. 자신의 특허 기술을 쓰는 반도체 생산업체들과'공 급자 네트워크(Supplier's Network)'를 구성해 반도체 시장에 막강한 영 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램버스사와 기술 도입 계약을 맺은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모두 14개사.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계적인 대형 생산업체 들이 망라돼 있다. 이 회사는 일단 자신의 특허 네트워크에 들어온 회사들에게는 특혜를 주며 결속력을 다지고 있다. 새로운 특허가 개발되면 추가 비용 없이 특 허를 쓰도록 배려하고 있고, 어려움을 겪는 생산 업체들에는 인센티브도 주고 있다. 작년 12월 램버스사는 최근 반도체 시장의 침체 때문에 어려 움을 겪는 생산 파트너들을 위해 자사 주식을 5년간 10분의 1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했다. 지난 90년 설립된 램버스사의 주가 는 97년 5월 상장 당시 12달러였으나 현재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기 술력 하나로 거대한 생산 네트워크의 '본부' 역할을 하는 미래형 회사가 램버스사인 셈이다. 이러한 램버스사의 사례는 반도체 업계에서는 드문 게 아니다. 아무 런 생산 시설이나 인력 없이 특허 기술만을 보유하고 있는 이른바 지적 소유(Intellectual Property) 업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ARM 홀딩스(Holdings), 애스펙 테크놀로지(Aspec Technology) 등 미국에 상장된 업체들만 5개사에 이르고, 비상장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100개사 에 가까운 업체들이 실리콘 밸리 등을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메모리 칩, 마이크로 프로세서, 그래픽 칩 등 반도체 분야별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설계 기술을 개발해 생산 업체들과 공생하 고 있다. 생산 업체들로서도 급속도로 발전하는 반도체 제조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실패를 무릅쓰고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쏟아붓는 것 보다는 이러한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구축하는 게 더욱 효율적이다. 이처럼 '반도체 칩을 생산하지 않는 반도체 회사(Chipless Chip Company)'와 같은 개념은 비단 첨단 산업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자 신의 대표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 일류 기업들은 다른 산업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스포츠화의 선두주자 나이키사는 운동화를 직접 생산하지 않 는다. 이 회사는 임금이 저렴한 아시아 각국에 '생산 파트너'를 두고 외주 생산을 한다. 미국 오레곤주 본사에는 판매와 기술개발 부서만 있을 뿐 이다. 나이키사의 하청 업체들은 본사와 보통 10년 이상 관계를 유지, 나이키측은 이들 업체들을 '생산 파트너'로 부르고 있다. 나이키사는 정 확히 말해 '두뇌'에 해당하는 본사와 이들 파트너들과의 네크워크로 이 뤄진 기업집단인 셈이다. 이러한 외국의 사례들이 제시하는 바는 명확하다. 앞으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모든 것을 끌어안고 가는 대기업 형태로는 존재할 수 없다 는 것이다. 아웃소싱(Outsourcing)이든,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든 기 업 활동의 특정 부분을 전문 집단에 나눠주지 않고서는 경쟁력을 키워나 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 '네트워크 조직'이 21세기형 기업 조직으로 주목을 받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네트워크 조직은 기업들간에 대등한 관계를 바탕으로 연결된 기업 집 단을 뜻한다. 즉 여러 기업들이 재료 조달 부품생산 연구개발 조립 판매 등의 여러 영역에서 공동의 목적을 위해 분업하며 협력하는 형태를 말한 다. 이는 우리의 재벌그룹들 처럼 모회사와 자회사가 종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수직계열적인 기업 집단과는 기본적으로 의미가 다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업 네트워크 조직의 강점을 여러가지로 설명하 고 있다. 우선 기업 조직이 작을 수록 조직과 개인이 추구하는 목적이 일치하기 때문에 벤처기업이나 소기업들의 장점인 구성원들의 동기 부여 와 참여 의식을 살릴 수 있다. 여러 사업부를 거느린 대기업 보다 소기 업들의 연결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기업 네트워크 조직은 상호간의 정보 교환을 통해 대기업과 맞먹는 정보력을 가질 수 있다.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맞서 위험을 분담할 수 있는 것은 네트워크 조 직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이다. 예컨대 연구개발비를 지출할 때 각 구성원 들은 자신의 특화 부분에만 지출하기 때문에 개발비 부담을 줄일 수 있 다. 또 각각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환경 변화를 감지하는 촉수가 되기 때문에 기업 네트워크 조직은 공룡 같이 거대해진 대기업보 다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다. 지난 IMF 사태 이후 국내 재벌기업들에서 나타났듯이, 잡다한 사업과 조직을 끌어안고 있던 한국의 재벌그룹들은 IMF 사태라는 환경 변화가 닥치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출 혈과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네트워크론 전문가인 연세대 김용학 교수(사회학)는 "바닷속에서 암 초를 만난 멸치떼는 움직임이 둔한 고래와는 달리 각자의 판단에 따라 신속하게 이합집산을 하며 암초를 피해나간다"며 "이것이 바로 기업 네 트워크 조직의 장점을 정확히 비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업 네트워크 조직은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이 활발히 활 동하는 곳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대표적인 예가 실리콘밸리. 실리콘밸리 는 그 자체가 벤처기업들의 거대한 네트워크이다. 이곳의 벤처기업들은 서로 특허기술을 공유하거나 전략적 동맹을 맺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 하는 게 보통이다. 예컨대 실리콘밸리의 핵심기업으로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 산업을 주 도하고 있는 베이 네트웍(Bay Network)과 스리컴(3Com)은 몇년전 양사의 모든 특허를 5년간 공유한다는 협약을 체결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관계였지만 서로 핵심 역량을 특화된 부분에 집중시켜 함께 기술력을 높 여 시장을 먼저 키우자는 의도였다. 이러한 예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개 발업체인 인텔과 ADM사가 서로 특허를 빌려줌으로써 X86 마이크로 프로 세서 시장을 키운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다른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Cisco)사 역시 자신은 핵심기술인 네트워킹에만 전념하면서 하드웨어 등 '주변 기술'은 끊임없 이 다른 업체들에 이전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현금 로얄티 주식 등을 받고 보유 기술을 파트너 회사에 제공하고, 대신 상대방의 유통망 이나 사업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것이 다. 나중에 필요한 주변 기술은 이러한 파트너들에게 아웃소싱하면 된다 는 사고방식이다. 이러한 파트너십은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이 주식 상장에 성공했을 경우 창업자의 소유 지분이 평균 5∼6%에 불과할 정도로 보편적인 개념 이라고 한다. 이러한 기업간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진 집단적인 기술개발 은 실리콘밸리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다. 이는 실리콘밸리가 탄생하기 전 미국 최대의 정보산업 단지였던 보스톤이 몰락한 이유를 설명해주기 도 한다. 보스톤에는 미국 정부가 막대한 국방 예산을 들여 키운 컴퓨터 레이더 전문 대기업들이 몰려 있었지만, 모든 것을 자체 해결하려 한 위 계조직의 한계 때문에 결국 쇠퇴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소기업간의 연결망이 갖는 위력은 국가 차원에서도 마찬가지 다. 중소기업의 천국으로 알려진 대만이 좋은 예이다. 예컨대 컴퓨터 산 업분야에서 대만은 우리 처럼 부품 조립에 만족하는 대기업들이 주력 부 대가 아니다. 대신 사운드 카드, 마더보드, 모니터 등 부품 업체별로 세 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이 서로 연결돼 전체 컴퓨터 산업을 구성하고 있다. 대만의 중소기업들은 기술 투자도 네트워크 방식을 통해 하고 있다.예 컨대 컴퓨터 산업의 경우 각 부품별 전문 업체들이 공동 펀드를 조성해 자신들이 필요한 기술을 개발 중인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식이다. 물론 이러한 벤처기업들은 대만인이 설립한 것으로, 본토 기업 들의 네트워크에 자연스럽게 편입된다. 현재 실리콘밸리에는 대만 기업 들의 펀드로 조성된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는데, 실 리콘밸리와의 긴밀한 네트워크 구성은 대만 기술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고 한다. 대만의 이같은 기술 투자 방식은 막대한 돈을 들여 이미 기술력을 확 보한 외국 선진기업을 사들여 힘들게 경영하는 우리 재벌 기업들의 투자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여기에는 우 리와 달리 해외 투자를 자유롭게 허용하는 대만 정부의 '무간섭 정책'도 일조를 하고 있다. 소규모 기업들의 상부상조 정신은 중국인들, 특히 화상들의 막강한 경제력을 낳은 원천으로 21세기 네트워크 시대에 특히 힘을 발휘하고 있 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95년 말 인터넷에 모습을 드러낸 화상 네트워크(wcbn.com.sg). 싱가포르 중화총상회가 만든 이 웹 사이트에는 각 나라별 화상들의 연락처와 취급 품목 등 화상과 관련된 모든 정보들이 속속 입력되고 있고 하루 조회수만 15만 건을 넘는다고 한다. 화상들이 이제 전자 네트워크를 통한 상부상조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도 소규모 기업들의 네크워크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 다. 자동차 업체인 피아트 등 몇몇 회사를 제외하고는 내놓을만한 대기 업이 없는 이탈리아가 의류 등 몇몇 산업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 추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숨어 있다. 이탈리아 경제를 뒷받침하는 기업들은 '아르티자노'라고 불리는 종업 원 10명 내외의 영세 기업들. 이탈리아 전체 기업 숫자의 90%에 육박하 는 이들영세 기업들은 보통 산지별로 똘똘 뭉쳐 있다. 예컨대 코모의 실 크,피렌체의 가죽제품, 비제바노의 구두 식으로 이들 영세업체들은 특정 생산지별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지역만 알고 찾아가면 어느 기업에 물건을 맡겨도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세계 각 국에서 바이어들이 몰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산지들은 보통 신제품 개발에서 생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모 든 과정을 기업간 분업을 통해 해결한다. 특히 이들 산지에는 '두뇌'역 할을 하는 핵심 기업들이 있다. '컨버터(Converter)'라고 불리는 이들 기업들은 의류 산지의 경우 디자인과 샘플 생산 등 핵심 역할만을 담당 한다. 나머지 생산과 판매는 네크워크를 조직해 다른 기업들에게 맡긴 다. 세계적인 의류업체인 베네통의 경우도 본사는 이러한 컨버터 역할만 에 충실하고 나머지는 콘트랙터(Contractor)라 불리는 협력 업체들이 맡 고 있다. 이러한 기업간 네트워크는 21세기 기업 경쟁력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성수 박사는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그 기업자체의 요소만 따지는 게 아니라, 그 기업이 어떤 네트워크에 속 해 있느냐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네크워크 조직에 아직 서툴다. 이는 혈 연 지연 등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인 네트워크만 발달했지, 다른 사람과 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열린 네트워크가 발달하지 못한 우리 사회의 특 수성과도 관계가 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중소기업이 뭉치고 있다 이업종 교류 등으로 네트워크 조직화 늘어나 -------------------------------------------------- 부산의 중소기업인 ㈜만호 손만호 사장은 요즘 본업인 차량 내장제 생산 외에 부업인 자동차 바퀴 잠금 장치 생산에 더 정성을 쏟고 있 다. 이 제품은 불법 주차한 자동차 단속이나 도난 방지를 위해 차 바퀴 에 씌우는 잠금 장치로, 지난해 가을 선보여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 을 얻고 있다. 시장에 내놓은 지 한 달 만에 100여 개가 팔려나갔고,중 국등 외국으로부터 수출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손 사장이 이 제품 생산에 정성을 쏟는 것은 시장이 밝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이 제품이 혼자 힘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평소 친밀 하게 지내던 '한창회' 소속 멤버들과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이기 때문이 다. 한창회는 부산의 10개 중소 기업이 모인 이업종 교류 단체. 일주일 에 한 번씩 모여 정보 교환을 하면서 친목을 다지는 모임이다. 그런데 한창회 소속 5개사가 의기투합해 각기 특기를 살려 공동으로 개발한 것 이 자동차 바퀴 잠금 장치다. 이번 개발에서 총괄 업무는 만호가 맡았고, 타코스가 디자인, 남양 기업이 설계, 동성사가 생산, 동림사가 포장 등 한창회 소속 5개사가 한몫씩 했다. 2년간 들인 개발비 2억원도 똑같이 분담했고, 작년 3월에 는 각기 2500만원씩 출자해 이 제품 생산과 판매를 전담할 ACL이라는 공동회사도 설립했다. 손만호 사장은 "힘이 약한 중소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서로 힘을 뭉 쳐야 한다"며 "앞으로 한창회에서 계속 공동 프로젝트를 개발할 작정" 이라고 말했다. 기업간 네트워크 조직은 외국에서는 미래 기업 조직으로 첨단 산업 을 중심으로 폭넓게 응용되고 있지만 국내 기업 풍토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다. 재벌들이 주인인 대기업들은 최근 빅딜 파동에서 보듯 같은 분야에 경쟁적으로 투자해 왔고, 힘이 약한 중소 기업들은 대기업의 하 도급 업체로 기생하는 데 만족해 왔기 때문이다. 중소 기업들은 한창회 같은 이업종 교류회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 색하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지원하는 사단법인 전 국 이업종교류연합회에 참여한 중소 기업은 현재 전국적으로 5180여개 에 이른다. 이 중소 기업들은 지역별 기업 규모별로 평균 15∼20개가 모여 이업종간 그룹 335개를 구성하고 있다. 이 그룹들이 공동으로 제 품 개발에 나서면 정부에서는 심사를 거쳐 2000만원 정도의 자금을 지 원해주고 있다. 이업종 교류회는 본래 기술 공유와 정보 교환을 통해 신기술·신제 품을 공동 개발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아직은 친목 단체 성격에 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대 공대 출신 중소기업인들의 이업종 교류 모임인 '태공회' 회 원 안명구 사장(세원금속 대표)은 "서로 형편이 어렵고 주력 분야가 다 르다 보니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태공회에서 는 2년 전 4개 업체가 공동으로 원적외선 히터를 개발했지만, 이후 회 원사들이 서로 주력 제품 생산에 매달리느라 판매에 신경을 쓰지 못했 다고 한다. 국내 기업 중 소기업 연결망을 구축해 나름대로 네트워크 조직의 묘 미를 살린 곳으로는 가죽 패션 생산 업체인 가파치가 꼽힌다. 이 회사 는 97년 12월 부도가 나기 전까지 매년 30∼100%의 매출 신장을 기록한 패션 산업의 '기린아'였다. 이 회사가 대기업 장벽을 뛰어 넘어 비약적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 은 독특한 네트워크 조직 덕분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가파치 가족'으로 일컬어지던 이 회사 네트워크 조직은 판매를 담당하는 상사 를 중심으로 50개 가까운 협력 업체가 연결된 생산·판매 공동체였다. 이 가파치 네트워크는 몇 가지 원칙을 통해 유지됐다. 즉 본사에서 는 신제품 개발과 판매를 담당하고 협력 업체들은 맡은 분야별로 생산 을 담당했다. 본사는 협력 업체들에 품질이 우수한 순서대로 수주량을 할당해줬고, 협력 업체끼리 가격 경쟁을 막고 선의의 품질 경쟁을 유도 하기 위해 인건비 하한선을 정해줬다. 대신 신기술이 개발되면 협력 업 체와 공유했다. 시장 상황이 악화되거나 공급량이 넘쳐 협력 업체들에 일거리가 돌 아가지 않는 경우는 본사가 일거리를 맡지 못한 협력 업체에 다른 납품 사를 소개해 줬다. 또 하도급 업체끼리도 형편이 나쁜 업체들에 우선적 으로 수주량을 나눠주는 자율적 신뢰 관계를 유지했다. 이러한 독특한 네트워크 조직을 유지했던 가파치는 본사의 무리한 투자와 IMF가 겹쳐 부도를 냈지만, 현재 재기를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 다. 지난해 6월 화의 인가를 받은 후 4분기부터 생산을 본격화했고, 오 는 2월까지 제품 라인업을 끝내고 대리점망도 구축할 예정이다. 곽규용 영업담당 본부장은 "함께 일했던 협력 업체는 대부분 남아 있기 때문에 충분히 재기할 수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시도되던 네트워크 조직은 최근엔 '나홀로 경 영'을 해온 대기업 사이에서도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조금씩 도입되고 있다. IMF이후 몸집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가 되면서 대기업들도 분사와 아웃 소싱 등을 통해 군살을 떼어내고 있는 것. 현재 대기업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분사는 네트워크 조직 으로 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기존 사업 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떼어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계를 유 지하며 네트워크로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매주 사내 방송을 통해 분사 업체들이 잇따라 소개될 정도로 분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삼성전관은 이미 '정우전자' '영성전자' '진흥전자' 등 특정 공정을 떼어낸 수십 개 분사를 두고 있다. 이 회사 의 한 관계자는 "핵심 부분만 본사에서 갖고 주변 공정은 분사 형태로 가져간다는 게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며 "대기업들이 자연스레 조직을 슬림화해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분사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은 대부분의 분사들이 모기업 지원 없이는 '홀로 서기' 가 의문시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분사가 바람직한 네트워크 조직으로 발 전할지는 더 두고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정장열주간부기자 : jrchung@chosun.com) ------------------------------------------------------------------------------- - Copyright (c) 1998 Digital Chosunilbo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chosun.com for more information.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활쏘기는 군자의 덕성과 비슷한 바 가 있으니, 활을 쏘아 과녁을 벗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이유 를 자기 몸에서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