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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ggukUniv ] in KIDS
글 쓴 이(By): nagnea ( 겨 울 비 )
날 짜 (Date): 1999년 11월  4일 목요일 오전 11시 04분 07초
제 목(Title): Re: 만득이, 마늘닭....

SCI에 의존하는 한국의 정보통신 분야 연구 실적 평가의 문제점 및 해결책

금년 초에 필자가 이화여자대학교의 석좌교수직을 수락한 후에 몇 차례 한국을 
방문하여 정보통신 분야의 여러 교수 및 연구원들과 대화하던 중 크게 잘못 되어 
있는 사실을 한 가지 알게 되었다. 거의 대부분의 연구와 교육의 지원 및 
평가기관에서 이공학 분야의 연구 업적 평가를 위하여 ISI(Institute for 
Scientific Information)라는 사설 회사에서 작성한 SCI(Science Citation Index) 
목록에 포함되어 있는 저널에 실린 논문만을 가치 있는 논문으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과기부 뿐만 아니라 교육부에서도 교수들의 연구 업적 평가시 SCI를 
중요한 잣대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오랜 기간 동안 연구 활동을 해오면서도 SCI가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나로서는 매우 이상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필자가 20년 전 박사 학위 
취득 후 줄곧 연구소와 회사에서만 근무를 해서 SCI를 모르고 있었는가 해서 
미국에 돌아온 후에, 미국 유수의 대학의 중견 교수나 원로 교수들이 맡고 있는 
ACM 산하의 15개 정보통신계 연구회 회장들에게 해당 대학에서 교수들의 업적 및 
승진 자격 평가시 SCI를 활용하는가 문의하였다. 그들의 대답은 한결같이 각 
대학에서 교수의 승진 자격 평가시 SCI를 참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오히려 SCI가 
무엇이냐고 내게 반문하였다. ACM(Association for Computing Machinery)은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IEEE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 
단체의 하나이다. 필자가 추가로 확인해 본 결과 미국의 대학, 연구소, NSF(미국의 
과학재단) 등에서 연구 업적 평가시 적어도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SCI를 전혀 
참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그 동안 연구 평가가 공정한 잣대로 측정되지 
않고, 안이하다고까지 지적 받기도 하는 대학, 연구소의 연구 실정에 혁신을 
가져오려고, 외국에서 만들어진 SCI같은 잣대를 나름대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 의도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정보통신 분야에 SCI라는 잣대를 
지금 적용하면 안 된다. 

미국의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SCI를 인정하지 이유는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SCI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회의 논문집이라 할지라도 학술회의 
논문집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분야(예로 화학, 통계학)에 따라 어떤 학술회의들은 
제출된 논문들을 심사 없이 게재시켜주기도 하고, 학술회의 논문집 중에는 
게재되는 논문의 질이나 양이 미흡한 것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점은 저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정보통신 분야와 같이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가는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학자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남들보다 먼저 
학술회의 논문집에 발표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일반적으로 세계 수준의 
저널은 논문 투고 후에 심사 과정을 거쳐서 인쇄될 때까지 짧으면 2년 길면 
4-5년까지도 걸린다. 새로운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이 분야의 특성상 
논문 투고 후 2년 이상 지나야 인쇄되어 나오는 저널의 논문은 이미 가치를 많이 
잃어버릴 수 있다. 따라서 학자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학술회의 논문집에 
자신의 논문을 게재하고 발표하는 것을 저널에 발표하는 것보다 오히려 선호하고 
있다. 학자들도 학술회의 논문집에 게재된 논문들을 많이 참조하여 최근의 연구 
동향을 파악한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가 관계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 분야를 
비롯한 많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저널과 대등하게 인정 받는 최고의 
권위를 갖는 학술회의 논문집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는 
ACM SIGMOD, VLDB, EDBT, ICDE, DASFAA 등의 학술회의가 있는데, 이중 SIGMOD와 
VLDB는 ACM TODS, IEEE TKDE, VLDB Journal 등의 SCI 등재 저널들 중 최고 수준의 
저널들과 같은 수준으로 인정 받는다. 권위 있는 학술회의들은 최소한 논문 
경쟁률이 3:1 이상이며 거의 10:1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투고된 각 논문마다 해당 
분야의 권위자들이 3명씩 심사하여 논문 게재 여부를 판정하므로, 권위 있는 
학술회의 논문집에 논문이 게재되는 것은 권위 있는 저널에 논문이 게재되는 
것보다 결코 쉽지 않다. 세계 수준의 저널도 논문 게재율이 4:1 정도에 머무른다. 
학술회의에 게재되는 논문의 분량도 A4 용지 기준으로 20-25매 정도 되므로 저널 
논문에 비해서 큰 차이가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미국에서 정보통신 분야의 
우수한 연구원이나 교수를 뽑을 때에는 권위 있는 학술회의에 논문을 많이 낸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필자의 120여편의 논문 중 절반 이상이 학술회의 논문집에 
발표되었다. 그러나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인정 받는 학술회의 
논문집이라 할지라도 SCI에는 누락되어 있다. 
둘째, SCI에 포함되어 있는 정보통신 분야 저널들의 제목을 처음으로 살펴 
보았는데 참으로 한심한 부분이 많았다. 해당 분야에서 전혀 인정 받지 못하는, 즉 
논문을 게재하기가 너무 쉬워서 학술회의에서도 통과되지 못할 수준 미달의 
논문들로 채워져서 논문 저자 이외에는 아무도 참조하지 않는 저널들이 상당수 
있으며 심지어 BIT, Database, BYTE, Datamation, Dr DOBBS Journal, Journal of 
Object-Oriented Programming과 같은 잡지들도 버젓이 저널이라고 등록되어 있다. 
IBM, Bell Labs, Alcatel, Fujitsu, ETRI 등 한 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원들의 
논문들로 주로 채워지는 연구소 자체 논문집들도 SCI에 등재된 것이 다수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아랍, 러시아 등 몇몇 나라들에서만 배포되는 저널들도 여럿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은 각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별로 인정을 못 받는다. 
세째, 저널이건 학술회의 논문집이건 엄연히 그들 간에는 논문 게재의 난이도에 
따라 누구나 인정하는 권위의 등급이 존재한다. SCI는 이 등급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에 논문 1편을 게재하는 것과 중급 이하 저널에 논문 
1편을 게재하는 것은 하늘과 땅 사이만큼의 차이가 있다. 또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년에 걸쳐 설계하고 시스템으로 구현한 후에 이를 정리한 논문을 1편 쓰는 것과 
자그마한 어떤 현상을 증명한 논문 1편을 쓰는 것은 천양지차가 있다. 논문에서 
다루는 주제의 범위가 매우 좁고, 이전부터 연구되어 온 기법들을 약간 개선한 
논문과 영향력이 큰 논문을 동등하게 인정할 수는 없다. 미국에서는 논문 편수만 
세지 않고 그 논문이 게재된 저널이나 학술회의 논문집의 수준을 합리적으로 
고려한다. 저널이나 학술회의의 질은 따지지 않고, 무조건 SCI에 포함된 
저널인가만 고려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처사이다. 
 넷째, SCI 목록에 한 저널이 새로 포함되는 과정을 간단히 알아보면, 기존의 
SCI에 포함되어 있는 저널에 실린 논문들이 참조한 논문(즉 이 논문을 연구하는데 
관련이 있는 중요한 논문이라고 논문의 저자가 판단하여 그 논문의 뒤에 기술한 
참고논문 목록에 포함된 논문)들이 어떤 저널에 많이 실렸던 것인지 계산해서, 
많이 참조된 논문을 어느 수준 이상 게재한 저널이 SCI에 새로 등록되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이런 방식으로 중요 저널을 구별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허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초기에 SCI에 어떤 
저널들이 많이 들어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당연히 물리학이나 화학과 같이 역사가 
오래된 학문 분야의 저널들은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서 이미 많은 저널들이 SCI에 
포함되어 있으므로, SCI에 포함되지 않은 이 분야의 어떤 저널이 SCI에 새로 
등록되는 과정이 역사가 짧은 학문분야의 저널보다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로 물리학이나 화학과 같이 역사가 오래된 학문 분야의 저널들은 한국에서 
발행되는 국내 저널들을 포함하여 이미 SCI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정보통신 
분야는 역사가 짧으며, 정보통신 분야 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연구 분야가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새로운 연구 분야의 연구 결과를 게재하는 이 분야의 
저널들은 역사가 일천하고, 해당 분야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저널조차 SCI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정보통신 분야 중 매우 중요한 분야인 
자연언어처리(한국에서는 한국어 정보처리라고 많이 알려져 있음)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저널인 'Computational Linguistics'라는 저널조차 SCI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필자 스스로 세계에서 최고 수준에 속하는 학자라고 자부한다면 다소 쑥스럽지만, 
정보통신 분야 중 가장 중요한 분야의 하나라는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학회인 ACM SIGMOD의 회장을 8년간 역임하였고,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인 ACM Transactions on Database Systems(TODS)의 
편집위원장을 8년간 맡고 있는 등 이 분야의 리더 역할을 해 온 사람 중 한 
사람으로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보통신 분야의 연구 성과를 판단하는데 
SCI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큰 시행착오이며, 오히려 첨단분야의 연구를 
활성화하는데 큰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보기술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고 믿는 젊고 능력 있는 기술 개발 인력들이 
창의적인 핵심 기술 개발에 노력하기 보다는 기존의 연구영역에서 SCI 논문 위주의 
학술적 논문 작성에 온 힘을 기울이게 유도함으로써 정보기술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여지를 줄이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한국에서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하여 집중적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분야는 소위 첨단 분야라고 
하는 정보통신 분야이다. 정보통신 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기대와 목적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선진국과 경쟁력을 갖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구현하고,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연구비 지원 기관이나 대학에서 연구 업적 평가시 SCI를 
신봉하는 결과로 교수와 학생들이 SCI에 포함된, 그러면서 게재가 용이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저널들을 찾아내서 논문을 게재하는 것이 한국의 정보통신 산업 
발전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겠는가. 앞으로 4-5년간을 내다보면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 영역(전자상거래, 지식공학, 정보보호 등)에서의 경쟁력이 매우 
중요하며, 이러한 경쟁력의 기초를 제공하는 국제 학술회의에서 앞서가는 기술을 
듣고, 발표하고, 점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중요한데, SCI 중심으로 연구 
능력이 평가된다면 누가 국제 학술회의에 논문을 제출하고 참석하겠는가? SCI 
목록에 포함된 저널에 실린 논문만을 중시하는 상황에서는 교수나 연구원들이 
장기간의 시간이 소요되나 논문이 많이 나올 수는 없는 소스코드 개발 프로젝트에 
전념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대학원 학생들의 프로그래밍 및 시스템 개발 
능력이 약화될 것이고, 산업체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교육부, 정보통신부, 과기부 등 대학의 연구 및 교육을 관리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모든 부서에서 SCI에 포함된 저널에 수록된 논문만을 우수한 논문으로 인정한다면, 
새롭게 태동하는 첨단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연구비를 지원 받기가 매우 어렵게 
된다. 게다가 하나의 잣대로 서로 다른 분야의 결과를 비교하여 지원을 
차별화한다면 상대적으로 SCI에 해당 분야의 저널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분야의 
교수나 연구원들에게만 유리한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이다. 이미 미국은 대단히 많은 
숫자의 우수한 젊은 학도들이 정보통신과 같은 첨단분야를 선호해 왔다.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한다. 나의 상식적인 판단으로는 현재 각 나라에서 
정보통신과 관련된 분야에 엄청나게 많은 숫자의 연구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결코 기초과학이나 기초공학 분야보다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도 정보통신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매년 SCI에 속하는 저널에 게재하는 
논문의 숫자가 타 분야보다 훨씬 적은 이유는 정보통신과 같은 첨단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게을러서라고는 절대로 보지 않는다. 컴퓨터 
산업은 (전문)노동 집약적이다. 게다가 컴퓨터 분야의 전문가는 거의 모든 산업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인력이다. 국가적으로 어떻게 하면 컴퓨터 산업에 필요한 
우수한 인력을 많이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리의 편이성을 위해서 SCI에 의한 평가를 지속한다면 결국 한국은 컴퓨터 분야의 
고등교육이나 연구가 더욱 뒤떨어질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기초과학이나 기초공학 등의 분야에서 SCI를 인정하는 분야가 있으면 지금대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통신 분야와 같이 SCI의 사각지대에 
있으면서도 정책적으로 중요한 첨단 분야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대안을 권한다. 
각 분야별로 많은 국내 학자들을 선별해서 각 분야의 저널과 학술회의 논문집의 
중요도를 1점에서 10점 단위 사이의 점수로 평가하고, 해외의 유수 학회(ACM 또는 
IEEE)의 학회장들에게 의뢰해서 검증을 받아 그것을 토대로 크게 논문들을 A, B, 
C급 정도로 분류해 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국가적으로 볼 때 중요한 분야이지만 
논문을 많이 쓰기 어려운 분야에 대해서는 해당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국내 학자들 
간의 상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도록 논문 편수를 분야별로 정규화해서 비교하는 
것도 한 가지 추가해야 할 방향으로 본다. 이러한 작업이 비록 시간과 예산이 
들더라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수행하여 앞으로 국가의 장래가 걸려 
있는 첨단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분야에서 실제로 능력을 갖춘 교수나 
연구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올바르고 합리적인 연구를 권장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끝으로 한 가지를 덧붙이고자 한다. 정보통신 분야의 고급 인력을 크게 늘리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최근 수년간 이 분야의 학생 수가 엄청나게 증가하였으나 교수들 
수의 증가는 이를 미처 따라가지 못하였다. 따라서 정보통신 분야의 교수들 숫자가 
절대적으로 적고, 그 결과 선진국에 비해서 학부 강의 위주이고, 책임 시간이 
지나치게 많다. 또한 각 대학마다 정부 부처나 여러 언론사에서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대학 정보화 평가 사업에 대비하여 정보통신 분야의 교수들을 마치 
전자계산소 요원인 것처럼 대학내 정보화 추진위원회, 기자재 도입 심의 위원회 
등에 동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알고 있다. 다른 분야들과 달리 정보통신 분야 
교수들이 이렇게 연구 이외의 업무에 시간을 소비하고 나면 연구에 집중할 시간이 
별로 남지 않는다. 미국의 연구 위주의 최고 수준의 대학에서 교수들에게 승진시 
요구하는 연구 실적 기준을 한국의 교수들에도 요구하기 전에,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교수 수를 늘리고, 책임 시간을 줄이고, 연구 이외의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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